[좌정묵의 하루를 시작하며] 폐기물 대란, 국가 예산과 신기술에 해법이 있다
입력 : 2025. 12. 03(수) 03:00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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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꼭 1년이 됐다. 윤석열 정권의 불법 계엄으로 온 국민이 공포를 느끼면서도 밤을 지새우고서야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고 대외적으로 군부 쿠데타나 일부 정치권의 반란을 일으키는 아프리카나 중남미 국가의 수준으로 국격을 떨어뜨리고 말았던 게 바로 어제 일 같다. 지금도 그 계엄으로 인한 탄핵 정국이 정리되지 못하고 주동자와 동조자들의 뻔뻔한 변명을 법정이나 매체를 통해 보고 듣게 되는 일은 피로한 일이다. 법의 이름으로 단호함을 간절하게 바라기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애써 법치국가를 표방한다.
윤석열 탄핵 이후 지금까지 단 하루도 국회와 법정에서 있었던 일들이며 말들이 뉴스가 아닌 경우가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려를 지울 수 없을 것 같다. 국회에서 벌어지는 여당과 야당의 극한 대립에서 상식적이고 합리적 대안을 기대하는 일은 우스워 보인다. 법과 원칙의 보루라고 믿으며 의지해야만 하는 법원의 행태 등도 미덥지 못하다. 기성세대로서 청소년들이나 젊은 청년 세대들에게 교과서적인 정치를 무엇이라고 말하는 일은 몹시 부끄러울 것 같다. 법이 무엇이고 민주주의가 무엇이라고 말하는 일이 또 얼마나 공소(空疏)하냐.
이제 곧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될 쌍둥이 손녀들이 휴일에 시골로 내려와서 저들끼리 놀다가 몹시도 궁금한 것처럼 내게 다가와서 물었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몇 등이냐고, 1등이지 않냐고 물었다. 녀석들의 묻는 의도를 짐작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나 스스로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하면서 그 순진한 아이들에게 거짓을 말할 수는 없었다. 미안하다고 먼저 말하고 할아버지는 힘이 없어 조금의 도움도 되지 못했다며 애써 웃고 말았다. 다만 쌍둥이들이 자라서 꼭 1등을 만들 수 있으리라고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12·3'이 고작 1주년에 불과하다. 모든 반민주와 불법을 밝혀 심판을 받게 하고 세계정세에 뒤처지지 않고 많은 분야에서 정상을 회복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을 전망이다. 1980년의 피눈물이 '광주민주화운동'이란 이름을 얻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가. 제주의 1948년 '4·3'은 77년이나 흐른 지금도 이름을 얻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12·3'을 기념일로 하자는 논의가 있다고 하지만 우선은 '12·3'에 대한 명명, 즉 '정명(定名)'이 우선이다. 정치권에만 맡길 게 아니라 우리 국민의 합의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시골집 앞뜰에는 감귤나무와 유실수들이 몇 있고 주위로 소나무와 향나무들이 있다. 오랫동안 집을 비워둔 탓으로 나무들이 스스로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잘 자라고는 있지만 보기에 어지럽게 느껴지곤 한다. 자연스럽기로 따진다면 저들이 사는 모습 그대로 여야 하겠지만 사람이 함께라면 반드시 사람의 눈에 안겨야만 한다. 탄핵 이후의 정국을 찡그리면서 도리질로 바라보며 지낸 탓인지 싹둑싹둑 잘라내고 바람길을 열어가면 쾌감이 느껴질 것 같다. 바로 1년 전 그 밤으로부터 옥죄던 것이 풀릴 것처럼. <좌정묵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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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될 쌍둥이 손녀들이 휴일에 시골로 내려와서 저들끼리 놀다가 몹시도 궁금한 것처럼 내게 다가와서 물었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몇 등이냐고, 1등이지 않냐고 물었다. 녀석들의 묻는 의도를 짐작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나 스스로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하면서 그 순진한 아이들에게 거짓을 말할 수는 없었다. 미안하다고 먼저 말하고 할아버지는 힘이 없어 조금의 도움도 되지 못했다며 애써 웃고 말았다. 다만 쌍둥이들이 자라서 꼭 1등을 만들 수 있으리라고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12·3'이 고작 1주년에 불과하다. 모든 반민주와 불법을 밝혀 심판을 받게 하고 세계정세에 뒤처지지 않고 많은 분야에서 정상을 회복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을 전망이다. 1980년의 피눈물이 '광주민주화운동'이란 이름을 얻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가. 제주의 1948년 '4·3'은 77년이나 흐른 지금도 이름을 얻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12·3'을 기념일로 하자는 논의가 있다고 하지만 우선은 '12·3'에 대한 명명, 즉 '정명(定名)'이 우선이다. 정치권에만 맡길 게 아니라 우리 국민의 합의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시골집 앞뜰에는 감귤나무와 유실수들이 몇 있고 주위로 소나무와 향나무들이 있다. 오랫동안 집을 비워둔 탓으로 나무들이 스스로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잘 자라고는 있지만 보기에 어지럽게 느껴지곤 한다. 자연스럽기로 따진다면 저들이 사는 모습 그대로 여야 하겠지만 사람이 함께라면 반드시 사람의 눈에 안겨야만 한다. 탄핵 이후의 정국을 찡그리면서 도리질로 바라보며 지낸 탓인지 싹둑싹둑 잘라내고 바람길을 열어가면 쾌감이 느껴질 것 같다. 바로 1년 전 그 밤으로부터 옥죄던 것이 풀릴 것처럼. <좌정묵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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