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그 보통의 삶] ③ 교육은 모두의 권리
입력 : 2022. 08. 24(수) 17:25
김지은기자 jieun@ihalla.com
[기획] '맞춤 교육'은 한낱 꿈?… 장애 학생 못 품는 교실
제주, 전국서 특수학급 당 학생 수 가장 많아
교사 1명 당 학생 5.48명… '개별화교육' 한계
교육은 누구나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이지만 장애가 있으면 그렇지 못한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한라일보] 초등학교 5학년 자폐성 장애 아이를 키우는 현지은 씨는 벌써부터 중학교 진학이 걱정이다. 아이는 혼자 외출을 하고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잘 자라줬지만 여전히 '관계 맺기'에 큰 어려움을 겪는 탓이다. 일반학급에서 수업을 듣는 것까진 그럭저럭 해내도 모둠 수업이나 토론에 들어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하루는 아이가 '친구들이 왜 웃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아이들은 웃는데 자기는 못 웃으니까 힘들다면서요. 학교에서 그룹 수업을 하기 시작하니까 한 3~4개월을 학교에 가기 싫어했어요."

현 씨의 아이는 제주시내 한 초등학교 특수학급이지만 학교에서의 대부분을 '원반'(일반학급에서의 통합교육)에서 보낸다. 특수학급에서 수업을 받는 시간은 하루 두 시간 남짓이다. 국어와 수학, 두 과목만 특수학급에서 교사와 1대 1로 수업한다. 중학교 진학에 고민이 큰 건 이러한 교육마저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해 발달장애인 부모 연구 모임을 통해 도내 중·고등학교 특수학급 현황을 조사한 적이 있어요. 확인해 보니 학생 수는 많은데 학급 수가 적어 과밀인 곳이 많더라고요. 지금처럼 두 과목이라도 1대 1로 아이에 맞는 수업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상황이죠. 그래서 특수학교로 옮기는 것도 고민하고 있지만 장애와 비장애, 그 경계에 있는 저희 아이에겐 그것마저도 아쉬움이 있어요."

|제주 장애 학생 75%가 '발달장애'… 인지 수준·특성 차이 커

올해 기준 도내 유치원과 초중고교(특수학교 포함)에 다니는 장애 학생은 1795명이다. 이 중 75%가 '발달장애'(지적장애 927명·자폐성 장애 402명)일 정도로 그 비중이 크다. 같은 발달장애를 겪어도 학생마다 인지 수준과 특성은 큰 차이를 보인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조성진 제주도교육청 학생건강추진단장은 "발달장애는 인지, 언어, 운동, 사회성, 자조기술 등 다양한 영역에서 발달이 늦어지는 것을 총칭하기 때문에 지체된 정도가 너무나 다양하다"며 "지능이 동일해도 식사하기, 옷 입기, 혼자 이동하기 등에 대한 훈련 정도에 따라 사회 적응 수준이 다를 수 있다"고 했다.

발달장애 학생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개별화교육'이 강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행 특수교육법에도 각급 학교장은 특수교육지원팀을 구성하고 매 학기마다 학생 개인의 개별화교육계획(IEP, Individual Education Plan)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도내 학교 현장은 특수학급 과밀에 교원 수 부족 등으로 특수교육의 질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한라일보가 교육부의 '2022 특수교육 통계'로 전국 17개 시·도의 일반학교(특수학교 제외) 특수학급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제주지역 유치원과 초중고의 특수학급 당 학생 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그래픽=이승희
|특수학급 당 학생 가장 많은 '제주'… 초교 한 학급에 12명도

제주지역 특수학급 과밀 문제는 유독 심하다. 한라일보가 교육부의 '2022 특수교육 통계'로 전국 17개 시·도의 일반학교(특수학교 제외) 특수학급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제주도내 유치원과 초중고의 특수학급 당 학생 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도내 유치원과 초등학교 특수학급 1학급 당 학생 수는 각각 4.75명(전국 평균 3.68명), 6.3명(전국 4.62명)으로 정원을 넘어섰다. 특수학급 1학급 당 정원은 유치원 4명, 초·중학교 6명, 고등학교 7명이다.

도내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특수학급 1학급 당 특수교육 대상 학생은 중학교 5.31명(전국 4.33명), 고등학교 6.96명(전국 5.28명)으로 이 역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치다. 특수학급 설치 기준을 벗어나진 않았지만 학교마다 들여다보면 과밀 문제가 두드러진다.

제주도교육청의 '2022년도 특수교육 통계 및 현황'(지난 4월 기준)을 보면 특수학급이 있는 도내 초등학교 59곳의 46%(27곳) 이상이 정원을 넘어섰다. 이 중 3곳은 특수학급은 하나인데, 한 반에 특수교육 대상자는 11~12명이나 됐다. 특수학급이 설치돼 있는 도내 중학교의 32%(전체 25곳 중 8곳), 고등학교(전체 15곳 중 6곳)의 40%도 학급당 정원을 초과하는 과밀 문제를 안고 있다. 도내 유입 인구 증가와 특정 학교 선호 현상 등이 원인이 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전경. 한라일보 DB
|특수학급 적어 학년 묶는 '복식학급'도… 교사 부담도 커

이러한 상황은 학교 현장의 고민을 키운다. 한 학교 당 특수학급이 1~2개에 그치다 보니 학년별로 학급을 나눌 수 없는 문제도 있다. 그 대안으로 두 개 학년을 하나로 묶는 '복식학급'이 운영되고 있지만 개별화교육의 한계로 작용한다. 특수학급(일반학교) 교사 1명이 학생 5.48명(전국 평균 4.25명)을 맡다 보니 교사들이 느끼는 부담도 크다.

1학년과 2·3학년으로 특수학급을 운영하고 있는 제주시내 고등학교의 한 특수교사는 "아이들에게 미안할 때가 많다"고 했다. 특수학급 학생 16명 모두에게 적어도 주 10~11시간의 특수학급 수업 시수를 맞추려다 보니 학생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수업이 사실상 어려워서다. 이 때문에 1대 1 수업 대신에 학급이나 학년, 비슷한 수준의 학생을 묶어 최대한 수업 시간을 보장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해당 교사는 "아이 특성에 맞는 수업을 준비하고 진행해야 하는데 여럿이 같이 수업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며 "학급 수가 늘어나고 교원 수가 충원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을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내년에 도내 학교에 특수학급 10여개를 신설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특수학급이 1~2학급이더라도 특수교육 대상자가 많은 학교에는 교육과정 지원교사를 추가로 배치하고 있다"며 "교육청 차원에서도 특수학급 과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한 장면. 우영우는 학창 시절 내내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지만 자폐성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한다. 사진=ENA채널
|개별화교육, 형식 아닌 내실을… "진정한 통합교육 향해"

개별화교육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개별화교육계획(IEP) 수립 시기를 조정하고 학년·학교별 연계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제주시 특성화고 3학년 자폐성 장애 학생의 부모인 김현수(가명·52)씨는 "IEP는 장애 학생의 전반적인 상태를 고려해 교사와 부모, 치료사 등이 함께 의견을 내고 조율해 적절한 교육환경을 만들어주자는 취지인데, 현재는 교사가 아이에 대해 파악하기도 전인 3월에 계획이 세워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학년에서 다음 학년으로 올라가면 이전에 세웠던 IEP와 연계되지 않고 교사와 부모 사이에 학습 성과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는 문제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교에선 개별화교육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발달장애 학생의 사회 진입을 위해선 비장애 학생과의 진정한 '통합교육'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이를 위해선 학교 구성원의 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 등이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성진 제주도교육청 학생건강추진단장은 "발달장애 학생이 학교를 졸업한 뒤 사회의 한 구성원이 되기 위해선 이들만의 분리 교육이 아닌, 비장애 학생과 같은 환경에서 수업을 받는 통합교육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하지만 무조건적인 통합교육은 또래관계 좌절 등의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장애'를 개인이 가진 다양한 특성으로 바라보는 학교 구성원의 인식 개선과 발달장애 학생의 사회성을 키울 수 있는 별도의 교육과 치료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제주도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와 제주도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한국자폐인사랑협회 제주지부, 도내 특수학교가 지난 2019년 11월 15일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제주특수교육원 설립 등을 촉구하고 있다. 한라일보 DB
|전국 곳곳 '특수교육원' 설립 움직임… 제주는?

지역에 맞는 특수교육 환경을 만들기 위해선 '특수교육원' 설립 필요성도 제기된다. 교육부 산하인 국립특수교육원과 별개로 경남, 충북, 대구, 대전 등 전국 4개 시·도교육청이 특수교육원을 두고 있다. 현재 부산과 강원, 울산 등에서도 설립 움직임이 일고 있다.

경상남도교육청 특수교육원 이운기 교육연구사는 "특수교육과 통합교육 교원을 비롯해 특수교육 지원 인력인 실무원, 치료사 등의 연수를 진행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외에도 특수교육 대상 학생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교장과 교감, 행정실장 등 학교 관리자에 대한 교육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애 학생의 체험, 수련 활동을 비롯해 가족 상담과 캠프 등의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며 "국립특수교육원이 할 수 없는 부분을 보완하며 지역에 맞는 특수교육을 시행할 수 있다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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