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훈의 제주마을 백리백경.. 가름 따라, 풍광 따라] (37)구좌읍 세화리
입력 : 2023. 04. 07(금) 00:00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다랑쉬오름의 옹골찬 기상이 뻗어 내린 마을
[한라일보] 밀려오는 파도소리가 다랑쉬 오름까지 들릴 것 같은 묘한 여운 속에서 부지런한 노동요소리 가득하였던 끈기의 터전이 쉬지 않고 달려가는 곳. 정주공간을 벗어나 마을 남쪽으로 올라가며 농경지대를 바라보면 제주의 옛 모습, 그 자연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풍요로움이 느껴지는 곳. 목축과 농경, 어로에 이르기까지 삶을 지탱해온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 단순하게 구좌읍의 중심지라고 하는 행정적 표현에 앞서서 느껴지는 것은 지세(地勢)가 주는 힘이 있으니 가능했을 것이다. 다랑쉬 오름 중턱에서 내려다보는 세화리 지경은 먼저 목가적인 풍광이 일품이다. 목장지대와 함께 한 푹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풍광 또한 섬 제주의 참멋을 선물해주고 있다. 저 아래 바닷가 인근 주거지역의 공간적 여백이며 후속들을 위한 지속가능성으로 느껴진다. 그 아래로 밭들이 내달리며 농업경쟁력을 보여주니 생동감이 넘쳐난다. 오름에서 바닷가까지 섬 제주의 축소판을 보는 듯하다.

남쪽으로는 송당리, 동쪽으로는 하도리와 상도리, 서쪽은 평대리와 접해있다. 바다에는 넓은 백사장이 있고, 1종항인 세화항이 있다. 바다자원을 통한 주민소득도 대단한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는 마을. 해변경관이 주는 관광자원으로써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구좌지역 물류와 교육의 중심지이기에 읍사무소가 소재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제주시 동부 핵심지역이라고 해야겠다.

설촌의 역사를 살피다보면 마을 명칭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있다. 마을 어르신들의 말씀은 충혼묘지 동쪽에 우묵하게 보이는 일대를 이르는 지명이 '가는곶머세'라고 한다. 700년 전, 이 일대에 최초로 정착해 목축과 화전을 일구며 생활하다가 차츰 바닷가 인접지역으로 생활하면서 마을이 번창했다는 것이다. 세화(細花)라는 명칭이 제주어로 부르던 이 지명에서 시작된 것. 가늘다는 의미의 '가는' 과 '곶'을 꽃으로 미화해 부르게 된 이름이라고 한다. 탐라순력도에도 세화라는 마을 명칭이 보이니 최소 300년은 넘게 불러온 細花里. 인근 지역보다 부자가 많이 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을 보면 생활터전의 풍요도 있었겠지만 부지런함을 가장 큰 자산으로 이룩한 마을공동체가 세화리라고 해야 할 것이다. 마을 사람들의 공통된 인식이 있다. 예로부터 생활력 강한 사람들이라 일컬어 왔다는 것. 거기에다가 강한 공동체의식이 더해져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었으니 마을 발전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세화리 사름덜이 모돠들민 세상에 못 헐 일이 어디 싯느니?!'라고 한 문장으로 스스로를 표현한다. 수눌음정신으로 무장한 강력한 마을공동체 자신감이 깊이 뿌리내린 곳이다. 그래서일까. 부지성 이장이 밝히는 세화리의 자긍심은 '불굴의 의지'라고 했다. 결단력과 실행력을 겸비한 사람들의 마을이라는 것을 나타낸 것이다. 마을 발전의 원동력은 그 구성원들의 의지와 협력에 의해 현실화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마을이다. 거기에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개방성과 포용력을 발휘하면서 미래지향적인 발전 가능성을 부가가치로 창출하고 있으니 결과는 명약관화하다. 외부에서 들어와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는 생업이 공간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포용력 이상의 진취성은 없다는 명제가 세화리의 미래를 더욱 밝게 한다. 배타성이 설 자리가 없는 곳.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해 관광산업과 연계된 역동적인 실천전략을 추진하는 모습에서 애향심의 또 다른 면모를 확인하게 된다. 세대를 이어가는 마을공동체의 모습이 아름답다. 여기에는 외부에서 들어와 살며 당당하게 세화리민임을 자부하는 주민들의 역할도 크게 기대되는 것이다. 다양한 전문성의 수혈을 통해 이룩하고자 하는 지향점이 곧 세화리의 미래다.

이미 도농복합지역이라는 정주여건이 확보된 상태에서 세화리가 전통적으로 이어 내려온 억척스런 생활력은 어떤 새로운 역사를 창조할 것인 지 자못 궁금하다. 마을공동체 사업에서도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으니 발전 가능성에 있어서 결코 제주의 어떤 마을에 뒤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자신감은 근원적으로 주민들의 의식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가장 제주스러운 것이 세화리에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무너지지 않는 한 고부가가치 발전은 약속된 것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시각예술가>



세화민속오일장과 주변풍경
<수채화 79㎝×35㎝>

구좌읍의 중심지답게 21세기 유통구조 속에서도 전통적인 민속오일장이 활발하게 인근 마을 주민들과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전국에서 바닷가와 닿아 있는 오일장은 세화오일장이 유일하다고 한다. 유일하다는 것은 곧 놀라운 경쟁력의 토대이며 그 희소가치가 주는 가능성을 자산으로 마을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맑은 바닷바람에 오후의 강렬한 햇살을 받은 오일장 건물의 모습이 눈부시다. 장터보다 지대가 조금 높은 곳에 위치한 건물들과 조화를 이루는 짜임새를 통하여 사람의 향기 가득한 모습을 그리려 하였다. 원래는 노천에서 오일장이 섰을 것이다. 세월이 흐르고 전천후 오일장 기능을 확보하기 위하여 장터 면적만큼의 지붕이 덮여졌을 것이다. 화면에 등장한 지붕은 서쪽 지역 일부분이다. 모래사장이 인접하여 독특한 정취를 보여주는 민속오일장이다. 근경의 모습은 방파제용 삼발이들이 놓여 있는 모습을 조형적인 아름다움으로 바다의 이미지를 느끼게 하는 방벽과 함께 상상도로 그려 넣었다. 제안의 의미이기도 하고. 위치적으로 독특한 세화민속오일장의 관광자원으로써의 가치를 더욱 증대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시도한 것이다. 바닷가라는 강점을 장점으로 살려내기 위하여 효율성과 함께 하는 시각적 예술성도 필요하리라 생각해서다. 자연과 전통이 만나는 공간으로 이미지를 강화해나가기를 소망하면서 제주관광이 색다른 명소로 거듭 날 수 있기를 바라며 화폭에 담았다. 저기 지붕 옆면에 벽화를 그리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다랑쉬의 봄
<수채화 79㎝×35㎝>

기백이 느껴지는 오름이다, 다랑쉬! 강력한 땅의 의지가 느껴지는 봄. 새로운 시작이 저 오름처럼 솟아난다. 아직도 갈색겨울의 흔적이 남아있는 들판 나무와 덤불 사이에서 연초록 봄이 살며시 색을 입히고 있다. 오후의 눈부신 햇살이 대지에 쏟아지니 만물의 거리를 가늠하는 측정 장치가 되었구나. 원근법을 저절로 발생시키는 광선의 환희가 눈으로 날아온다. 밭담 사이의 작은 구멍들조차 하얀 치아를 드러내 탄성을 지르고. 밭 흙 위에는 광선의 강도를 표현하고자 하는 연두색 잎사귀들이 꼬맹이들의 떠드는 소리처럼 생동감을 선물한다. 세화리의 봄은 다랑쉬와 함께 이렇게 시작되고 있다. 빛의 섬이라는 테마에 딱 어울리는 눈부심이여. 밭담의 짙은 어둠에서 견고하게 다져진 근경이 다랑쉬 오름이라는 큰 면적의 원경을 사이에 두고서 풀과 나무들을 품어서 '봄을 빛으로 노래'한다. 아직까지, 섬 제주는 건재하다. 세화리에서는 그렇다. 자연과 하나라는 것은 범아일여(梵我一如)의 경지를 추구하는 괄목할만한 의지이다. 이미 땅이 하늘을 그렸고, 하늘은 덩달아 땅을 그렸기에 새삼 강조할 이유가 없다. 겨울이 지나면, 섬 제주의 북동쪽 새화리 들판으로 떠나라! 거기에는 이런 봄이 솟아나고 있을 것이다. 목마른 자가 맑은 샘물을 마시듯 솟아나는 봄을 한 바가지 퍼서 마시자. 봄이 솟아나는 다랑쉬 아래 눈부신 햇살 아래서 이렇게 한 폭이 그림을 담아내는 것은 모두의 행복을 비는 아주 작은 소망. 이런 봄을 지켜서 후세에게 물려줄 각오를 다지며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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