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왕벚'을 부르다] (2)왕벚 연구 논란, 이유는(중)
입력 : 2023. 04. 13(목) 00:00
김지은기자 jueun@ihalla.com
'일본 왕벚' VS '자연집단 연결'… 한 지붕 두 결론
제주도 향토유산 3호로 지정돼 있는 제주 오등동 왕벚나무. 국립수목원 공동 연구팀이 2018년 발표 논문에서 이 나무를 '일본 왕벚나무'라고 추정한 것과 달리, 국립산림과학원의 2017년 위탁 연구 보고서에선 '자연집단에 연결돼 있음을 확인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강희만기자
산림청 국립수목원·산림과학원
향토유산 3호 놓고 정반대 결과
연구 성격·방법 등의 차이에도
같은 연구진, 다른 결론에 의문

산림청 국립수목원이 2018년 발표한 제주 자생 왕벚나무 유전체 연구 결과를 두고 논쟁이 컸던 지점에는 제주도 향토유산 제3호 '오등동 왕벚나무'가 놓여있습니다. 국립수목원과 명지대·가천대학교 연구진(이하 국립수목원 공동 연구팀)이 '일본 왕벚나무'라고 추정했던 나무입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이 저널 '게놈 바이올로지'에 실린 것은 2018년 9월. 국립수목원 공동 연구팀은 그 해 1월에 이 논문을 제출해 8월에 승인을 받았습니다.

본보는 취재 과정에서 비슷한 시기에 나온 또 다른 연구 결과를 새롭게 확인했습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이 2016년, 2017년 2년에 걸쳐 진행한 왕벚나무 유전 특성에 관한 연구입니다. 연구진도 공교롭게 비슷합니다. 국립수목원과 함께 논문을 발표한 한 대학 연구진이 국립산림과학원의 위탁을 받아 연구를 수행했기 때문입니다. 더 주목할 만한 것은 향토유산 3호에 대한 연구를 공통적으로 담고 있다는 건데, 그 결론에선 큰 차이를 보입니다.



향토유산 3호 '일본 왕벚'? "자연집단 연결"

두 연구를 이해하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자가불화합성'입니다. 말 그대로 '자가'(自家), 자기 집안에서 화합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한 나무에서 핀 꽃의 꽃가루(화분)가 스스로의 암술머리에 붙는 '자가수분'으로 열매나 씨를 맺지 못하는 것과 같은 말입니다. 서로 다른 나무 간에, 즉 '타가수분'으로 번식하는 벚나무도 그런 경우입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에서 이 단어는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위탁 연구진은 서로 다른 벚나무 간의 자연 잡종인 왕벚나무의 모계와 부계를 들여다보기 위해 '자가불화합성 유전자'(S-RNase)를 분석하는 방식을 썼습니다. 다시 말해, 제주 자생 왕벚나무의 자가불화합성 유전자를 분석해 나온 한 세트, 두 개의 유전자 타입이 올벚나무, 벚나무 등 엄마·아빠 나무 어느 쪽에 연결됐는지 확인해 본 것입니다.

국립산림과학원 위탁 연구진이 이 유전자를 따진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 연구에서도 향토유산 3호인 오등동 왕벚나무가 재배 왕벚과 유전적으로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입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의 2017년 '제주도 자생 벚나무류의 계통유전학적 연구' 위탁과제보고서를 보면 연구진은 '왕벚 2호(향토유산 3호)는 재배 왕벚과 동일한 엽록체 서열을 가지고 있다', '현재까지 개발된 모든 마커와 정보는 왕벚 2호와 재배 왕벚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국립수목원 공동 연구팀이 향토유산 3호를 '일본 왕벚나무'라고 추정한 것과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결론은 정반대입니다. 국립산림과학원 위탁 연구진은 보고서에 이 나무가 '자연집단에 연결돼 있음을 확인했다'는 내용을 함께 담았습니다. 누군가에 의해 심어지거나 재배된 게 아닌, 사실상 '자생'의 가능성을 말한 것입니다. 그 판단 근거가 '자가불화합성 유전자'였습니다. 재배 왕벚과 유전적으로 같은, 오등동 왕벚 1그루의 자가불화합성 유전자 좌위를 따져 봤더니 둘 중 하나가 제주 자생 올벚나무(봉개동 올벚)와 같다는 결과에서입니다.

국립수목원이 2018년 9월 '세계 최초 '제주도 자생 왕벚나무'유전체 해독'이라는 보도자료와 함께 배포한 연구 결과 붙임 자료. 국립수목원은 이 그림 자료에 '제주도 봉개동 자생지에서 벚나무 종간의 자가불화합성 유전자 네트워크'라는 설명을 달았다. 가운데 맨 아래 '왕벚나무 5'가 제주도 향토유산 3호인 '오등동 왕벚나무'이며, 이 나무의 자가불화합성 유전자 둘 중 하나가 제주 자생 올벚나무와 같다는 표시가 분홍색 실선으로 이뤄져 있다. 해당 올벚은 봉개동 왕벚나무인 '왕벚나무 3' 등과도 연결돼 있는 나무다.


"연구 성격·방법 달랐다"… 의문 '여전'

앞서 언급한 대로 국립수목원 공동 연구팀과 국립산림과학원 위탁 연구진은 '교집합'이 있습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위탁과제에 참여한 연구자는 모두 4명으로, 이들 모두가 국립수목원과 논문을 발표한 연구팀이기도 합니다. 이 중 2명은 논문의 제1저자, 교신저자입니다. 그런데 연구 결과는 왜 이런 차이를 보이는 걸까요.

두 연구에 모두 참여한 A교수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들 사이의 '시간차'가 있고 연구 성격과 분석 방법이 달랐다는 겁니다.

이 교수는 "(국립산림과학원 연구는) 자가불화합성, 즉 타식성(타가수정) 식물을 결정하는 두 개의 유전자 타입을 가지고 얘기한 것이었고, 당시 사용한 마커 분석도 수 십 개를 비교하는 정도였다"면서 "2018년 국립수목원과 발표한 연구 논문에선 왕벚나무 전체 유전자 4만개에 더해 DNA의 다른 부분까지 모두 200만 자리를 봤다. 그 결과 해상도가 아주 높은 그림이 나왔고 향토 3호와 일본 왕벚나무가 유전적으로 같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가 제주 자생지 분포 벚나무의 유전 집단을 분석해 모계와 부계 어느 쪽에서 기원했는지 조사했던 거라면, 국립수목원의 연구는 전체 유전체를 해독해 제주 주요 왕벚나무 기념목과 미국·일본에 심겨 있는 왕벚을 종합적으로 비교한 연구였다"면서 "각각의 성격도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분석 방식 등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두 연구 결과의 시간차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확인 결과 국립산림과학원 위탁 연구진이 보고서에 기재한 최종 제출일은 2017년 10월 31일. 국립수목원 공동 연구팀이 게놈 바이올로지에 논문을 제출한 2018년 1월과 불과 두 달여 밖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또 다른 의문도 있습니다. 국립수목원 공동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도 향토유산 3호(오등동 왕벚)의 자기불화합성 유전자가 제주 자생 올벚나무에 연결돼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겁니다. 이 같은 분석에도 향토유산 3호를 '일본 왕벚나무'라고 단정 지은 것은 이를 간과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제주대학교 생명공학부의 한 교수는 "향토유산 3호의 부계를 밝히진 못했지만 (2018년 국립수목원 공동 연구팀 논문에도) 제주 봉개동 왕벚나무와 향토유산 3호가 같은 모계로 만들어졌다는 분석이 나와 있다"면서 "모계가 같은데도 봉개동 왕벚은 제주도 것, 향토유산 3호는 일본 것이라고 결론을 지어버렸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제주는 왕벚나무 자생지이고, 모계가 같다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면서 "왕벚나무가 (유전적으로) 같은 것도 있고, 다른 것도 있다고 했어야 했는데 결론이 정확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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