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왕벚'을 부르다] (3)왕벚 연구 논란, 이유는 (하)
입력 : 2023. 04. 20(목) 00:00수정 : 2023. 05. 09(화) 12:25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실체 없는 '일본 왕벚나무' 인정?… 오해 키웠다
국립수목원이 2018년 9월 국내 언론에 배포한 '세계 최초'제주도 자생 왕벚나무'유전체 해독'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
국립수목원, 연구 보도자료서 '일본 왕벚나무' 지칭
연구진 "연구 위해 임의로 붙여… 공식 이름 아니다"
산림청 "인위 교잡 등 관련 증거 못 찾는 게 지금 현실"
"국가 기관으로 신중해야"… 후속 연구 신뢰 확보 과제

[한라일보] '일본 왕벚나무'.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2018년 9월 '제주 자생 왕벚나무 유전체 해독'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보도자료에서 이 단어를 썼습니다. 유전체를 비교 분석한 결과 제주에 자생하는 왕벚나무와 일본 도쿄, 미국 워싱턴에 심어진 왕벚나무가 서로 다르다고 밝히면서입니다. '일본 왕벚나무'는 '올벚나무(모계), 오오시마벚나무(부계, 이하 오시마벚나무)로 형성된 인위 잡종'으로 알려졌다는 설명도 달았습니다.

국가 산림종 연구기관인 국립수목원의 발표는 파급력이 컸습니다. '일본 왕벚나무'는 제주 자생 왕벚과는 완전히 다른 종이며, 흔히 가로수로 심어진 왕벚나무는 '일본산'이라는 인식이 퍼졌습니다. '일본산'의 모계는 제주 자생 왕벚과 같은 올벚나무이지만, 그 부계는 오시마벚나무로 제주산(부계 벚나무 또는 산벚나무)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도 반박 불가하게 여겨졌습니다. 이에 일부에선 '일본산 왕벚'을 제주산으로 바꿔 심자는 운동이 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국립수목원과 명지대·가천대 연구진(이하 국립수목원 공동 연구팀), 산림청 모두 '일본 왕벚나무'가 '일본산'인지에 대해선 어느 쪽도 확답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당시 보도자료에서 사용한 '일본 왕벚나무'라는 표현이 '일본 원산'을 뜻한 것은 아니라는 적극적인 해명도 나옵니다.

일본 나라현 요시노진구 신궁에 심어진 오시마벚나무. 일본에서 '소메이요시노'로 불리는 재배 왕벚의 아빠 나무로 추정하는 기존 연구들이 있지만, 2019년 일본 학자들이 발표한 한 연구에는 '소메이요시노의 실제 부모가 아님을 시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강희만기자
연구진 "'일본 왕벚나무', 연구 위해 붙인 이름"

국립수목원과 연구 논문을 발표했던 한 대학 교수는 '일본 왕벚나무'라는 명칭에 대해 "공식적인 이름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연구를 하면서 (제주 자생 왕벚나무와) 구별하려고 임의로 붙인 것"이라는 겁니다. 연구진이 '일본 왕벚나무'로 가리킨 것은 일본, 미국을 포함해 우리나라에도 가로수로 널리 심어진 재배 왕벚입니다.

해당 교수는 그 이유에 대해 "(유전체 분석 결과) 서양에서 '요시노 체리'(Yoshino Cherry), '사쿠라' 등으로 알려지는 왕벚나무와 제주 자생 왕벚나무는 완전히 다르다"면서 "제주 것은 일본에는 전혀 없는 특산이고, 일본 왕벚나무는 일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일본 왕벚나무'가 '일본산'을 뜻하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다소 애매하게도 "남은 쟁점"이라고 했습니다. "일본 왕벚나무는 일본 것"이라면서도 "'일본 왕벚나무' 기원이 제주인지, 일본인지는 모른다"는 겁니다. 이는 '일본 왕벚나무'의 기원이 왕벚나무가 자생하는 제주인지, 일본 측의 기존 연구와 주장대로 일본에서 인위 교잡을 한 것인지는 더 연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말로 풀이됩니다.

산림청 "'일본 왕벚나무', '일본산'? 오해 소지 있었다"

산림청의 입장은 분명합니다. '일본 왕벚나무'라는 표현이 '일본산'을 의미한 것은 아니었다는 겁니다. 그 실체가 불분명한 데다 2018년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오해 소지가 있었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산림청 관계자는 "대부분의 일본 학자들이 쓴 논문에서도 (일본 내 왕벚나무) 자생지는 찾을 수 없고, 분명 교잡종 같긴 한데 인위 교잡을 한 것인지 자연 교잡을 한 것인지 증거를 찾지 못하는 게 지금 현재"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식물학자인) 윌슨(Wilson)이 형태학적으로 올벚나무와 오시마벚나무의 중간적 형질을 가진 것을 확인하고 그 종간의 교잡종 같다고 했지만 교배 실험이 성공한 적도 없고 과학적으로 증명되지도 않았다. 설이 그런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산림청은 국립수목원이 올해부터 3년간 왕벚나무 후속 연구에 나서는 것도 그 실체를 확인하는 차원이라고 했습니다. 일본에서 '소메이요시노'(Somei-Yoshino)라고 부르고 프루누스 예도엔시스(Prunus × yedoensis)라는 학명이 붙은 '왕벚나무'의 기원에 대해선 밝혀진 게 없기 때문입니다. 산림청 관계자는 "기원을 찾는 것은 어려운 문제이지만, (제주 자생 왕벚과는 유전적으로 다른) 나머지 왕벚나무의 과학적 실체를 찾아보자는 게 올해부터 시작되는 연구"라고 설명했습니다.

'일본 왕벚나무', 부모종 특정 못하는데…

국립수목원 공동 연구팀은 '일본 왕벚나무'를 올벚나무와 오시마벚나무를 인위 교잡한 잡종이라고 전제했지만 이 역시 밝혀지지 않은 사항입니다. '일본 왕벚나무'를 두 벚나무의 인공교배종으로 보는 기존 연구들이 있긴 하지만 교배 기록이 없어 부모계를 특정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연구팀이 제주 자생 왕벚과 '일본 왕벚나무'의 결정적 차이의 하나로 지목한 '아빠 나무'도 '오시마벚나무'로 단정할 수 없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논문도 있습니다. 일본 학자들이 2019년 국제학술지 'DNA 리서치'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는 '오시마벚나무(Cerasus speciosa)가 소메이요시노의 실제 부모가 아님을 시사할 수 있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일본 도쿄 우에노공원에 심어진 소메이요시노의 전체 유전체를 분석해 엄마·아빠 나무로 추정되는 올벚나무, 오시마벚나무와 비교 분석한 결과인데, 소메이요시노가 종간 잡종일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여러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선 "더 많은 개별 나무를 테스트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습니다.

이처럼 '일본 왕벚나무'를 인위 교잡이라고 단정할 만한 근거가 없다는 것만 봐도 국립수목원의 공식 발표는 오점을 드러냅니다. 연구자 개인이 아닌 국가 기관이기에 더 신중해야 했다는 쓴소리가 나옵니다. 그렇다 보니 후속 대책으로 내놓은 왕벚나무 추가 연구가 자칫 객관성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는 앞으로 국립수목원이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연구의 신뢰성, 공정성 확보 방안 마련이 시급합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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