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원도심 수백 년 물길 도시의 경쟁력으로 만들자"
입력 : 2023. 12. 02(토) 19:35수정 : 2023. 12. 04(월) 15:30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서귀포시문화도시추진위 2일 정모시~서귀진 인공 수로 구간 답사 진행
"물길 따라 취락 발생 원도심 형성 계기… 수도 보급 전 60년대까지 기능"
"생태적 경관 가치에 도시의 기억 공유… 마지막 기억 세대 구술 채록부터"
2일 서귀포시 원도심에 조성됐던 인공 수로를 따라 걷는 물길 답사를 위해 정모시로 향하고 있다. 진선희기자
[한라일보] 서귀포시 원도심을 이룬 원천이 된 물이 있었다. 동홍천 하류 정모시에서 솔동산까지 다다랐던 인공 수로가 그것이다. 앞물(암물)이란 명칭으로 구전되는 인공 수로는 차츰 쓸모를 잃고 도심 도로가 확장되며 아스팔트로 덮였고 일부 고령 세대를 제외하곤 그 존재를 거의 모른다. 앞물은 이대로 잊히는 것일까. 서귀포시문화도시추진위원회가 2일 '물의 도시 서귀포, '앞물'의 자취를 찾아서'란 이름으로 인공 수로가 있던 구간을 걸으며 참가자들과 그 가치를 나눴다.

이날 답사는 초등학생 시절 서귀포시 원도심에 살며 인공 수로가 있던 곳을 누볐던 강문규 서귀포시문화도시추진위원장이 안내를 맡았다. 그간 '물의 도시 서귀포'를 화두로 원도심의 새로운 이야기 개발을 제안해온 강 위원장은 1914년 지적도와 현재의 도시계획도에 나타난 물길 비교를 시작으로 수로를 냈던 장소로 답사팀을 이끌었다.

강 위원장에 따르면 수로 조성은 조선시대 이옥 목사가 홍로현에 있던 성곽을 서귀진으로 이설하면서 시작됐다. 1590년(선조 23)에 왜적의 침입에 대비한 서귀진 축성 때 용수 공급을 위해 정모시의 물을 성안까지 흐르도록 하기 위해 수로를 만들었다. 현재 제주도기념물로 지정된 서귀진지에는 발굴 조사에서 확인된 집수정과 수로를 설명한 안내판이 설치됐다.

정모시에서 일제 강점기 수로의 흔적을 확인하고 있다.
소암기념관 앞에서 과거 인공 수로가 지나던 곳을 설명하고 있다.
이도백 돌집 물레방아 터에서 구거의 흔적을 살피고 있다.
답사는 서복전시관을 출발해 정모시, 정방사, 산남유지공장 터, 이도백 돌집 물레방아(정미소), 물통동산, 통조림·단추·전분공장 터, 소암 현중화 자택, 남제주교육감 사택이 있던 소암기념관, 60년대 군립도서관이 위치했던 송산동주민센터, 물통이 있던 서귀포자치경찰대, 서귀포초등학교, 서귀진지, 자구리 해안 등으로 이어졌다. 길이 1.2㎞로 추정되는 과거의 수로는 도로 개설, 성토 등으로 대부분 땅 아래 묻혔지만 돌집 물레방아 터에 남아 있는 구거(도랑)의 흔적 등은 물길이 흐르던 곳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들며 도시가 형성됐던 오래전 어느 날을 떠올리게 했다.

약 2시간에 걸쳐 원도심을 걷는 동안 강문규 위원장은 인공 수로가 서귀포에 남긴 영향과 의미를 거듭 강조했다. 강 위원장은 인공 수로가 수백 년 전 서귀진 축조 시기에 조성됐다는 점에서 그만큼 오래된 역사유산이라고 했다. 또한 물길로 생겨난 취락은 오늘날 서귀포 원도심의 모태라고 볼 수 있다. 수로의 물을 이용해 소남머리 입구에서 서귀포초등학교 일대까지 펼쳐졌던 드넓은 논을 경작했고 전분공장, 단추공장, 통조림공장, 정미소를 가동했다. 수로 주변으로 들어선 학교와 서귀본향당, 소암과 이중섭 등 예술가들의 사연도 있다.

자구리 해안에서 서귀포 물길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다.
서귀진지는 발굴조사에서 집수정과 수로의 흔적이 확인된 곳이다.
강문규 위원장이 소남머리 입구에서 이중섭과 황소 이야기를 하고 있다.
1914년 지적도와 현재의 도시계획도에 나타난 물길 비교. 강문규 위원장 제공
강 위원장은 폭이 1.3m쯤 됐던 인공 수로가 일부 구간이라도 제 모습을 찾는다면 생태적인 도시 경관과 함께 원도심의 기억을 공유하고 전승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인공 수로는 수도가 보급되기 전인 1960년대 초까지 기능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수로를 기억하는 마지막 세대들이 생존해 있는 만큼 구술 채록 등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답사에 동행한 김찬수 서귀포미래문화자산추진단장은 "국내외 도시에서 수로를 활용해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면서 "이번 인공 수로에 대한 기초 조사와 더불어 시민 공감대를 확산하려는 작업들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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