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제주감귤국제마라톤]코스 수놓은 이색 참가자들
입력 : 2007. 11. 26(월) 14:41
나이와 국적 달라도 마라톤사랑은 '한마음'
도내 최초 풀코스 1백회 완주 이상남씨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입니다"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입니다. 목표는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의 꿈인 서브쓰리(3시간 이내 완주)를 1백회 달성하는 것입니다."

도내 최초로 풀코스 1백회를 완주한 이상남씨(50·제주마라톤클럽·법무사 이상남사무소·사진 오른쪽에서 두번째). 이씨는 2007 제주감귤국제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함으로써 풀코스 1백회째를 채웠다는 기쁨을 뒤로한 채, 땀으로 흥건히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새롭게 각오를 다졌다.

이씨의 이날 기록은 3시간09분05초. 1백회 완주에 의미를 두고 몸에 맡겨 뛰겠다며 출발전 제시했던 3시간~3시간10분대에 정확히 들어맞은 기록이다. 1백회완주라는 숫자가 말해주듯 그의 '백전노장' 관록이 피부 깊숙히 느껴지는 대목이다.

2001년에 창립된 제주마라톤클럽 원년멤버인 이씨는 지인들과 클럽을 꾸리기 전까지는 운동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해왔다. 오랜 기간의 사무직 생활로 식욕부진과 소화불량, 만성 감기증후 등을 겪으며 무료한 나날을 보내왔던 것.

그러던 중 이씨는 체중을 줄여야 되겠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제주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달리기를 시작한 것이 마라톤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됐다. 달리다보니 보약이 따로 없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

"건전한 육체에서 건전한 정신이 유발된다는 진리를 마라톤을 통해서 깨우치게 됐다"는 이씨. 도내 최초 서브쓰리 1백회 완주자로 이름을 새길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부정호 기자 jhbu@hallailbo.co.kr

함덕교 어린이·교사 48명 참가 "달리면서 배려하는 마음 키워요"

제주감귤국제마라톤대회에는 함덕초등학교 어린이 43명과 교사 5명이 단체로 레이스를 펼쳐 시선을 모았다. 함덕교팀은 2학년부터 6학년까지 어린이들이 골고루 참가해 늦가을 바람을 가르고 5㎞를 달리면서 우정을 돈독히 다졌다.

이날 참가한 어린이들은 체육시범연구학교이기도 한 함덕교가 운영중인 19개 체육동아리 어린이들 가운데 자발적으로 희망한 어린이들이다.

마라톤 완주를 위해 어린이들은 지도교사의 지도아래 매일 아침 30분씩 인조잔디가 깔린 학교운동장을 돌며 구슬땀을 흘려왔다.

참가팀에는 또래보다 큰 키에 금발머리가 눈에 띄는 김선아 어린이(6)가 있었다. 러시아인 엄마와 한국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선아는 마라톤의 좋은 점을 묻자 "무척 재미있어요"라며 짧고 경쾌하게 대답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는 한현옥·정석(6) 쌍둥이 남매는 "마라톤을 하고부터 건강해지고, 날씬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김석갑 교사(38)는 "마라톤 참가 희망자를 받아 꾸준하게 연습을 해왔다"며 "목표를 달성한 완주의 기쁨과 더불어 5㎞를 함께 달리면서 서로를 더욱 배려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평소 꾸준하게 호흡을 맞춰온 함덕교 참가팀은 이날 모두가 나란히 결승선을 통과해 주변의 박수를 받았다. 또 이날 경기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부대행사로 마련된 이벤트에도 참가하며 가을날 추억을 만들기도 했다.

/문미숙기자 msmoon@hallailbo.co.kr

서브쓰리 도전 최고령자 강공식씨 "마라톤으로 건강 되찾고 마니아 돼"

제주감귤국제마라톤 서브쓰리에 도전한 최고령자인 강공식씨(51·사진)는 남보다 조금 일찍 경기장을 찾았다. 가벼운 운동복 차림으로 천천히 트랙을 돌며 준비 운동을 시작했다.

"제가 정말 서브쓰리 최고령자가 맞나요? 혹시 착각하신거 아닌가요?"

강씨는 이번 감귤 마라톤에 출전하는 최고령자가 아닌 서브 3에 도전하는 최고령자다. 마라톤에서 '서브쓰리'라 함은 풀코스를 3시간 이내에 완주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 마라톤 선수들은 풀코스를 2시간대에 완주하지만 사실 아마추어가 3시간 이내에 들어오는 것은 조금 벅차다. 그만큼 많은 연습과 노력을 해야만 값진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허리가 별로 좋지 않아 우연히 시작한 마라톤으로 건강도 되찾고 이제는 제주마라톤클럽 회원으로 활동할 만큼 마라톤 마니아가 돼 버렸습니다."

강씨는 마라톤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지난 4일 서울 중앙마라톤대회에서 3시간 이내에 들어왔다. 그가 달성한 기록은 2시간 57분 7초. 그래서 강씨는 자신감을 얻었고 이번 2007제주감귤국제마라톤대회에서 서브 3에 도전하게 된 것이다.

강씨는 "제주도에서 뛰는 것은 사실 서울보다 더 힘이 듭니다. 하지만 오늘 컨디션도 좋고, 최선을 다해서 3시간 이내에 들어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포부를 밝히며 힘찬 총성과 함께 출발했다.

/홍미영기자 myhong@hallailbo.co.kr

일본인 사쿠마시로씨 "하루라도 안뛰면 몸이 무거워"

작년 2월 담배를 끊기 위해 보건소 금연 클리닉을 찾았다가 의사 선생님의 권유로 마라톤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24일 제주종합경기장에서 만난 일본인 사쿠마시로씨(29·사진)는 마라톤 출전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감귤마라톤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도내에서 개최된 마라톤은 모두 참가했다.

사쿠마시로씨는 "금연 때문에 시작한 마라톤이 지금은 마라톤 애찬론자가 돼 버렸다"며 "하루라도 뛰지 않는 날이면 괜히 몸이 무겁고 찌뿌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 제주대학교에서 일어일문학 석사 과정을 밟으며 일본어 강사로 일을 하고 있다"며 "대학원 수업과 학원 강의가 없는 날이면 어김없이 가벼운 운동복 차림으로 사라봉과 별도봉을 찾는다"고 덧붙였다.

또 "작년 대회출전때에도 느꼈지만 감귤마라톤은 참 볼거리가 다양하다"며 "다른 마라톤 대회와 달리 감귤마라톤 대회는 감귤을 테마로 해서 그런지 정겹고 감귤을 실컷 먹을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특히 "돼지고기 무료 시식코너에는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 맛있는 고기를 조금 밖에 맛 볼 수 없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사쿠마시로씨는 마지막으로 "이번에는 하프에 도전했지만 내후년쯤에는 풀코스에 한번 도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홍미영기자 myhong@hallailbo.co.kr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091 왼쪽숫자 입력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
Ѷ󸶶 주요기사더보기

기사 목록

한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