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25시]대세(大勢) 제주
입력 : 2013. 09. 03(화) 00:00
제주를 오가는 비행기마다 중국인 관광객이 가득하다. 제주의 부동산은 호황이며, 유입인구는 급속히 늘어 인구가 60만명을 넘어섰다. 중국인 관광객의 증가는 중국의 경제발전과 맞물려 소득증대로 인한 중국내 여행인구가 늘어나고 있음에 기인할 것이다. 제주의 모습이 별반 달라진 것 없는 상황에서 전입인구 증가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

대기업이 진출해 일자리가 급격히 늘어난 것도 아니다. 물론 다음이나 넥센 등 예전에 없던 기업들이 제주에 내려오긴 했지만 급속한 전입인구 증가를 설명하기엔 역부족이다. 영어교육도시의 국제학교가 서울 등 대도시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지만 이 또한 충분치 않은 설명이다.

휴가철 제주에 여행온 20대 후반의 여행객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이 여행객은 서울에서 많은 연봉을 받는 대기업에 다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은 수입의 일자리라도 생기면 제주에 와서 살고 싶어 했다.

타지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나 빼어난 풍광에 반해 제주에 내려오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는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면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온통 콘크리트로 덮힌 서울에서 언제쯤 마련될 지 모르는 수억에서 수십억짜리 아파트를 구입해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주변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양육비와 교육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여유로운 삶은 찾지 못한 채 일만 해야 할지 모르는 미래가 그려진다는 것이었다.

제주의 모습은 예전과 비교해 많이 바뀌지 않았다. 그에 반해 사람들의 삶에 대한 생각은 바뀐 것 같다. 아주 제주적으로. 제주는 도시에 비해 치열하지 않다. 걸음걸이도 도시 사람들과 비교하면 한층 여유롭다. 제주의 사람들은 많이 가지려 하는 것에 익숙지 않다. 한동안은 많이 갖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해왔지만 이제 사람들은 적게 가져도 여유로운 삶을 찾는 것 같다.

요즘 제주를 보면 그러한 삶을 찾는 이들이 제주를 찾고, 제주의 삶은 사람들이 영유하고 싶은 대세가 될 것 같다. <김치훈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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