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25시]'단명'서귀포시 슬로건의 애환
입력 : 2013. 12. 31(화) 00:00
얼마전 종영된 드라마 '상속자들'의 한장면. 미국에서 만난 두 주인공은 함께 'I Love NY'가 새겨진 티셔츠를 사 입는다. 이후 티셔츠는 극의 흐름을 이어주는 소재로 작용한다. 티셔츠에 새겨진 것은 바로 도시 뉴욕의 슬로건이다. '아이 러브 뉴욕(I Love NY)'은 티셔츠에도 사용되어 질 정도로 대중화됐고 그로 인해 도시를 친근하게 바꾸는데 도움을 준 최고의 성공사례이다.

서귀포시의 슬로건은 어떨까?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행정시장직에 오른 이는 모두 4명. 행정시장의 잦은 교체로 슬로건도 '단명'하는 운명을 겪었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슬로건'은 교체됐다. 고창후 시장이 내건 슬로건은 '창조의 도시, 행복한 서귀포시'였다. 이후 김재봉 시장은 '새로운 도전, 꿈과 희망의 서귀포시'를 내걸었다. 불과 몇달전인 지난 10월 한동주 시장은 제각각 쓰이는 슬로건을 '따뜻하고 아름다운 서귀포시'로 통일하면서 홍보물과 각종 자료들이 교체됐다. 최근 취임한 양병식 시장이 내건 슬로건은 '희망과 행복의 중심, 서귀포시'이다. 또 홈페이지·홍보책자·명함 등 홍보물을 교체해야 할 상황이다.

단지 슬로건만 이렇게 '단명'하고 있을까? 시장이 바뀔 때마다 그에 맞춰 준비해야 하는 업무보고 현장방문 등등 일정을 준비하고 보고하느라 직원들의 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반면 같은 행정시의 수장으로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최장수 행정시장'으로 기록하게 된 김상오 제주시장이 내건 슬로건은 '아름답고 활기찬 글로벌 행복도시'이다.

특색있는 말로 도시를 잘 알려 기억되게 하고 그로 인해 도시의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내거는 것이 바로 '슬로건'이다. 그만큼 '슬로건'이라는 것은 오래 지속돼야 효과가 생길 수 있다. 알려질만 하면 바꾸고 시장이 바뀌면 또 다시 바뀐다면 어떤 효과가 있겠는가. 교체에 들어갈 비용을 생각해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이현숙 제2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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