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25시]고입 경쟁이 앞당긴 자유학기제
입력 : 2014. 01. 14(화) 00:00
자유학기제가 올해 제주도내 모든 중학교에서 시행될 것 같다. 지난 10일까지 제주도교육청이 '희망학교'를 접수한 결과 작년 연구학교로 지정된 2개교를 제외한 42개 중학교에서 1학년 2학기 자유학기제 실시 의사를 밝혔다.

박근혜 정부의 교육 분야 국정과제인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3년 과정 6개 학기 중 한 학기를 정해 중간·기말고사 등 시험부담에서 벗어나 토론이나 실습 등 학생 참여형 수업을 위주로 교과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 기간에 학생들은 교내외 체험 활동을 통해 진로탐색 등에 나선다.

자유학기제는 학생들 스스로 꿈과 끼를 찾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제주지역 확대 실시는 궁여지책에 가깝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대목이 있다.

교육부 계획대로라면 자유학기제는 2016년부터 전면 시행된다. 그에 앞서 2014년엔 시·도별로 연구학교와 희망학교 등을 15% 이상 선정하도록 했다. 제주에서는 전면 실시 시기를 2년 앞당겨 전체 중학교가 자유학기제를 끌어온 셈이다.

이는 다른 지역보다 치열한 고교 입시 체제와 연관이 있다. 지난 10일 나온 2014학년도 제주시 평준화지역 8개 일반고 입시 결과에서도 191명이 탈락하는 일이 벌어졌다.

연구학교, 희망학교 등 일부 중학교만 시험없는 자유학기제를 운영할 경우 해당 학교 학생들이 입시 준비에서 불이익을 받고 학부모들이 불만을 가질 수 있다며 학교장들이 모든 학교에서 일시에 자유학기제를 시행하자고 건의한 것이다. 시험을 없애고 학생들에게 폭넓은 학습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자유학기제가 결국 입시 경쟁으로 인해 그 기반을 마련하기도 전에 가동되어야 하는 처지다. 더욱이 아이들의 감수성을 키우는 예체능 활동, 진로교육 등이 1학년 2학기에 단체시험 치르듯 '반짝' 지나가고 말일인가 싶다.

<진선희 사회교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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