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25시]슬픔과 통곡… 그리고 분노
입력 : 2014. 04. 22(화) 00:00
세월호 참사를 두고 정부의 무능력한 재난 대처 방식을 향한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사고 직후부터 정부가 보여준 건 '갈팡질팡' 그 자체였다. 중앙재해대책본부(이하 중대본)가 구성되는 데만 1시간 가까이 걸렸다. 더구나 지금까지 비춰진 중대본은 '3류'에 지나지 않았다. 각 기관이 보고하는 각종 재난 수치를 수집하고 발표하는 수준에 그쳤다. 구조작업에 나선 각 기관간 업무를 총괄하고 조정하는 등 '현장'에서 진두지휘해야 함에도 그러한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중앙재해대책본부가 아니라 '중앙재해집계본부'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 와중에 정부가 '재난청' 신설을 검토한다고 한다. 당장 인명구조와 구호 시스템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기구 신설을 검토한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발상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침몰현장을 찾은 일부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몰지각한 행태 또한 실종자 가족들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 진도 팽목항을 찾은 안전행정부 모 국장이 기념촬영을 하려던 게 알려지면서 현장은 격한 분위기로 급변했다. 안행부는 당일 밤 즉시 해당 국장을 직위해제하고 대기발령했다 21일 해임했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도 사고 당일 구조된 학생들과 실종자 가족이 진도실내체육관 바닥에 앉아 있는 상황에서 의전용 의자에 앉아 컵라면을 먹다 뭇매를 맞았다. 더구나 서 장관은 이틀 후 희생자 학생 장례식장을 찾은 자리에서 장관의 한 수행원이 유족에게 "교육부 장관님 오십니다"라는 귓속말을 했다 격렬한 항의를 받았다.

슬픔에 빠진 실종자 가족을 진심으로 위하고 '묵묵히' 자원봉사할 게 아니라면 찾아가지 않길 바란다. 실종자 가족들에게는 또다른 재해일 뿐이다.

김용상 작가의 역사소설 '정도전:천황을 맨발로 걸어간 자'에서 이런 대화가 오간다. "자고로 국운은 민생의 고락(苦樂)에 좌우된다." 1분1초가 아쉬운 상황이다. <강봄 뉴미디어부 차장>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091 왼쪽숫자 입력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
25 주요기사더보기

기사 목록

한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