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훈의 제주마을 탐방](19)서귀포시 예래동
입력 : 2014. 12. 09(화) 00:00
군산(굴메오름)과 함께 펼쳐진 서귀포시 예래동 마을 전경.
아름다운 해변과 하천, 용천수까지 풍부한 생태자원 품은 마을
남방식 고인돌·선사시대 토기 등 살기좋았던 유서깊은 마을 입증
바닷가에 접한 논짓물선 여름축제…예래천은 1호 '반딧불이 보호지역'
지척인 중문단지 관광객 유인위해 마을서 체험 가능한 105가지 준비
주민소득과 연계 방안은 고민중




사자가 왔다. 猊來! 선인들이 마을에서 군산(굴메오름)을 바라보면 사자(猊) 형상이어서 그렇게 이름지었다고 한다. 전설에 의하면 며칠만에 솟아난 오름이라고 하지만 저 사자가 온 것은 1994년 포타슘아르콘 측정법으로 군산 현무암의 나이를 측정한 결과 3만년 전후로 판명되었다. 그래도 제주섬 수많은 오름들 중에 막내에 속한다. 어떻게 저런 과학적 근거를 알고 전설을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혜안을 가진 사람들이 살았던 마을이라고 해두자. 마을 전체가 관광자원이라고 해도 부정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산과 냇가, 아름답고 신비한 해변, 솟아나는 용천수, 풍부한 생태자원들. 그래서 휴양지를 꿈꾸는 사람들이 투자하여 개발하고자 하는 곳이 된 것일까. 서귀포시의 서쪽 끝에서 안덕면과 접하고 있는 행정동이다. 예래동은 상예1마을과 상예2마을, 하례1마을, 하례2마을, 색달마을을 합하여 형성되었다. 중문관광단지의 대부분이 예래동 지번 안에 들어 있으며 휴양형 주거단지가 한창 공사중이다. 이미 80여 곳에 달하는 관광숙박시설이 영업을 하고 있는 여기는 사람과 자연이 만나서 이룩할 수 있는 가치의 시험대이기도 하다. 옛 이름 '열리'라고 부르던 곳. 참으로 유서 깊은 마을이다. 고인돌 15기가 마을 여러 곳에 있다. 남방식이며 개석식 고인돌들의 축조 시기는 탐라시대 전기(AD1~300년) 경이다. 원삼국시대 적갈색 심발형 경질토기 파편들이 출토된 들렁궤라는 자연동굴유적이 선사시대부터 사람이 살았던 곳임을 짐작하게 한다. 올레 이름 중에 옥생이올레가 있다. 감옥을 뜻하는 옥생이라는 말에서 고려 예래현 시절 관아가 있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당포연대 부근 옛 당포는 역사를 거슬러 당나라와 교역을 하던 곳이라는 뜻에서 이름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척박한 섬 제주에서 그래도 사람 살기좋은 곳으로 여겨졌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바닷가에 끊겨진 모습으로 남아있는 환해장성 유적은 그 옛날 이 곳의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한 아주 작은 노력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성을 쌓는다고 지켜지는 세상이 아니라는 데서 풀기 어려운 문제를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는 것.

한국반딧불이연구회는 2002년 예래천을 전국에서 처음으로 '반딧불이 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
바로 옆에 솔숲이 있는 하례5통 동난드르.
예래마을 대왕수와 소왕수, 돔뱅이물, 차귀물이 합쳐져서 만들어내는 너븐내. 남바치물, 조근코지물, 구시물, 조명물, 뒤승물, 노리물, 정벵이물, 거옵게물 등 용천수의 보고다. 바닷가와 만나 풍부한 수량을 과시하며 여름축제를 만들어내는 논짓물은 예래동이 지닌 용천수의 가치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마을 전체에 펼쳐진 용천수 자원을 활용하여 물 자체의 다양한 특성을 살린 공원이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안타깝기도 하고.

예래천을 따라 펼쳐진 생태계는 주민들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기도 하다. 자연이 제대로 살아서 움직인다는 것을 입증하는 반딧불이가 밤하늘을 날아다닌다. 2002년 한국반딧불이연구회에서 제1호로 반딧불이보호구역을 지정하였다. 대왕수천 예래생태공원과 생태체험관을 보유한 제주의 대표적인 생태마을이다. 아이러니다. 예래천 동쪽은 중문관광단지라고 하는 개발 중심의 관광마인드가 똬리를 틀고 앉아있고 그 서쪽은 자연보존을 기반으로 하는 생태마을이 마주하고 있으니. 중문관광단지를 개발하던 한 세대 전까지만 해도 관광산업에 대한 인식이 화려한 불빛과 즐겁게 먹고 마시는 장소와 시설, 여건들을 제공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은 점점 달라져가고 있다. 힐링으로 대변되는 휴양의 개념과 함께 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는 형국이 자리잡아가고 있지 않은가. 스마트폰 시대가 이끄는 개별관광객들이 자유롭게 개성 있는 자신들의 프로그램을 짜서 제주를 찾고 있다. 개별관광객이 대규모 단체관광을 앞지른 지 오래다. 예래동 주민들의 선견지명이 놀라운 이유는 중문관광단지를 바로 옆에 두고도 휩쓸리지 않고 자신들 생태자원의 가치를 지키려 했다는 것이다.

올레 8코스가 예래동 해안가를 지나간다. 올레꾼들의 감동은 관광시설을 보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자연경관과 함께 하면서 느끼게 된다. 그 자연 속 생명체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호흡하면서. 한 세대 전 관광단지가 들어오고 최근에 휴양형 주거단지가 생기는 마을이다. 페러다임의 변화를 온몸으로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관광에서 휴양으로 예래천을 건너듯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에 기대를 걸고 있다.

임찬규 주민자치위원장
임찬규 주민자치위원장의 소망은 중문관광단지와 연계를 위해 예래마을로 걸어올 수 있는 환상적인 다리를 놓고 싶다고 했다. 그 자체로 자연의 이미지를 느끼게 하는 다리를 통해서 중문관광단지에 온 관광객들을 휴양의 세계로 불러오겠다는 복안이 깔려 있었다. 필연적인 일이다. 수요자의 욕구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예래마을에서 가능한 체험만 150개를 차곡차곡 준비해 왔다. 흥미로운 것들을 골라보면 솔칵불 만들기, 말에게 빗으로 털 빗겨주기, 천연염전 바닷물 떠다 양치질하기, 백가지 풀 캐어보기, 숨골을 찾아서 메아리 만들기, 동네 어르신과 게이트볼 시합하기, 경운기 운전 배우기, 뜸돌 들어 힘자랑하기, 참깨 삶은 물로 머리 감기 등등 지면이 모자랄 판이다. 문제는 어떻게 주민소득과 효과적으로 결합하느냐 하는 것이다. 교육을 강화하고, 예측 가능한 모든 분야에 대하여 마을자치 역량을 집결하고 있었다.

30년 뒤, 예래동은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 있을까. 5000 명 정도의 인구가 2만 명 정도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었다. 말 그대로 국제자유도시를 선도하는 지역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옥심 부녀회장이 꿈꾸는 '예래표 명품 고소리술' 사업은 성공해 있을까? 진두호(78) 노인회장이 108세 되는 해에 그 고소리 술을 드실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주민자치센터에서 배우는 외국어회화가 품질 좋은 부업이 되어 있을 것이다.

물 흐르는 옆에 왕골이 많이 자라서 그것으로 돗자리를 만들어 장에 내다 팔았던 조상들이 많았다고 한다. 예래마을은 선조의 끈기를 가지고 하나하나 짜들어가고 있다. 그렇게 공들여 짠 미래에게 반딧불이가 잔뜩 몰려왔으면.

<공공미술가> <인터뷰 음성파일은 ihalla.com에서 청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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