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다 보호 더는 미룰 수 없다] (2)너무 빠르게 변하는 해양환경
입력 : 2023. 05. 08(월) 00:00수정 : 2023. 05. 08(월) 16:53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해수면·수온 상승, 외래 돌산호… 불안정한 제주바다
10년 새 5분의 1 이상 줄어든 용머리해안 탐방일수
기존 생물의 부착 기반 위협 빛단풍돌산호 확산
빠른 수온 상승… 생태계·해안지역 피해 이어져


[한라일보] "큰 파도가 하늘에서 방아질을 하듯이 출렁이었고, 모진 바람이 바다를 키질하듯이 흔들어 댔다." 조선 시대 제주 사람 장한철이 지은 '표해록(漂海錄)'에 나오는 표현이다. 뱃멀미로 한 번이라도 고생해 본 사람이라면 정말 죽고 싶었던 기억이란 걸 나도 안다. 차라리 바다로 뛰어드는 것이 더 낳다 싶을 만큼 괴로웠던 일 말이다. 시도 때도 없이 변덕을 부리는 바람 때문이었다. 서귀포 앞바다에서 저인망 조사를 하다 만난 높은 파도와 바람을 피해 성산포항으로 피항하던 때 일이었다. 해양 연구 40여 년 동안 딱 한 번 겪은 지독한 멀미였다. 배에서 내리고 나서도 하루는 땅 멀미로 고생했었다. 그제야, 제주 바다의 거친 야생성을 목격하고 무서움을 느꼈다.

제주도 면적이 줄어든다는데

최근 몇 년간 신문과 방송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자극적인 제목이 자주 등장했다. 독자나 시청자의 눈길을 얼마나 잡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여러 기사 가운데 일부를 살펴보자.

"기후위기 '최전선' 제주도가 사라진다" 지난해 12월 한 신문 기사의 제목이다. 또 있다. "부산·제주 사라진다. ... 극한 한반도 상황"이라는 제하의 방송 뉴스도 있었다. 후자에는 30만 명이 내륙으로 이주해야 한다는 설명까지 있었다. 2021년까지 33년간 해수면은 9.9㎝ 상승하고, 2100년이 되면 82㎝까지 된다고 하니 놀랍다. 물론 지금과 같이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는 가정이다. 그리곤 배출을 적극적으로 줄이면 기후재앙을 지역에서 적응할 수 있는 수준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희망도 달았다.

1980년 제주도청에서 펴낸 '국민관광 I, 제주도'의 기후 편에 따르면 "본도는 언제나 난류의 영향을 받아 기온은 매우 온화한 편이다. 여름 기온은 24℃ 내외이고, 최고기온이라 할지라도 30℃를 넘는 때가 없다."라고 했다. 그런데 지난해 여름 평균기온은 26℃였다. 또 8월 19일에는 낮 최고기온은 35.4℃까지 치솟았으며, 제주의 폭염 일수(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는 27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용머리해안은 10여 년에 만 종일 탐방일수가 5분의 1 이상 줄었다.

기후변화의 문제를 바로 보아야!

제주도의 위기 이면에는 기후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기후변화를 걱정하는 각국의 전문가들이 모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서는 1992년부터 보고서를 내기 시작해 올해 초 6차 보고서까지 내면서 기후변화는 인류의 활동에 따른 이산화탄소의 배출이 주된 원인이라고 과학적 사실로 밝혔다. 기온이 지속해서 상승하면서 여러 가지 생태계 변화와 기상 이변으로 인류에게 돌이킬 수 없는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았다. 한동안 긴가민가하던 일반인들조차 기후변화가 위기로 다가오고 있음을 30여 년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체감하고 있다. 6차 보고서에서는 전 지구 온도는 1850~1900년과 비교해 2011~2020년 현재 1.1℃가 상승했다고 했다. 노력을 다한다고 하더라도 해수면 상승이나 생물 다양성 피해 등의 변화는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제 제주도가 당면한 현황이 IPCC 보고서에 제기하는 상황들보다 앞서가고 있어서 구체적인 행동이 시급하다.

외래 돌산호 침입에 관한 이야기

녹색연합에서는 지난해 연말 제주도의 수중 생태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연산호 군락이 기온상승으로 유입된 것으로 생각하는 돌산호 때문에 사라질 위기라 발표했다.

특히 빛단풍돌산호가 빠르게 퍼지고 있는 것을 지적했다. 바위에 납작하게 부착해 사는 이 돌산호는 다른 생물들의 부착 기반을 아예 없앤다. 걱정이다. 아직은 얕은 곳의 비교적 평탄한 지형에 분포를 넓히고 있다. 햇빛이 있어야 한다는 방증이다. 이 돌산호와 거품돌산호의 확산은 15여 년 전부터 여러 스쿠버다이버로부터 꾸준하게 입소문이 난 바 있다.

한편 담홍말미잘을 난대성 지표종으로만 내세우긴 아직 성급하다. 이들은 적어도 30년 전에도 수중에서 쉽게 관찰되었던 종들이다. 한국동식물도감 제39권 동물편(산호충류)(2004)에서 담홍말미잘은 제주도에서 흔히 발견되는 종으로 구로시오가 근접한 것으로 보이는 미포, 구조라, 홍도 등 남해에서도 발견됐다. 이들 표본의 채집 시기는 도감의 발간 시점으로 볼 때 1990년대 후반일 것이다. 그러므로 제주해역 정착 종으로 보아야 한다.

좀 더 두고 보자. 이들 종의 확산을 경고로 보고 잘 살펴보아야 한다. 종의 분포 변화가 군집의 변화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전체 해양생태계, 즉 제주 바다에서 일어날 어떤 변화를 일찍 예측할 수 있다.

제종길 한국종합환경연구소 수석위원·제주바다포럼 고문
역동적이지만 불안정한 전이대

제주 바다는 전이대라고 할 수 있다. 생물학적 특성이 서로 다른 난류과 온대해역생태계가 교차하는 곳이다. 그래서 다양성은 높으나 환경변화에 따른 종 구성의 변화가 빠르게 나타난다. 이렇게 여러 생태계가 상호작용을 하다 보면 다른 생태계에는 없는 독특한 특성을 나타내는데 제주 바다가 딱 그렇다. 끊임없이 시공간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역동적인 공간이지만 늘 긴장되는 구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해역에서 수온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일어나는 변화는 생태계나 해안지역에 큰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태풍을 예로 들어보자. 열대성저기압인 태풍은 상대적으로 저수온인 온대해역으로 북상하면서 위력이 약해지기 마련인데 수온이 예전보다 높아져 있으면 그 파괴력이 줄지 않는다. 사람들은 상상 이상으로 강해진 바람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태풍이 지난 후 바닷속에 들어가 보면 태풍의 위력에 깜짝 놀라게 된다. 어찌 태풍뿐이겠는가? 수온 상승이 일으킬 변화가 두렵다.

<제종길 한국종합환경연구소 수석위원·제주바다포럼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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