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훈의 제주마을 백리백경.. 가름 따라, 풍광 따라] (56)구좌읍 동복리
입력 : 2024. 01. 05(금) 00:00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풍부한 일자리로 3대가 함께 사는 젊은 마을
[한라일보] 동쪽에서 복이 떠올랐다.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마음의 의미로 동복(東福)의 뜻을 통하여 희망찬 마을을 찾았다. 동복리 마을공동체가 보유한 복은 그냥 굴러온 복이 아니라 주민들의 치열한 노력과 현명한 판단, 그리고 한번 결정하면 박력 있게 추진하는 실천력이 만들어낸 성과물이다. 조상 대대로 차곡차곡 그렇게 쌓인 복은 매일 동쪽에서 뜨는 태양처럼 새로운 각오로 지켜나가고 있으니 마을 이름이 주는 메시지가 참으로 강렬하다. 위기가 닥쳐도 그것을 기회로 만들어내는 이 마을의 설촌은 속칭 하망동산에 봉화대를 설치했으니, 이로 미루어 추측하면 인가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약 오백년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옛 지명은 곰막, 곤막, 골막이라고 불렀다. 그렇게 부르다가 약 90년 전에 한자 표기가 필요하여 동복이라는 이름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구좌읍 가장 서쪽에 위치하고 있는 마을. 국도와 해안변이 가깝게 느껴지는 해안마을로 인심 좋기로 유명하다. 푸른 바다 빛깔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해안도로와 해산물을 직접 채취하는 관광체험어장이 먼저 떠오른다. 김녕리로 넘어가는 해안도로 환해장성 부근에서 바라보는 노을이 서우봉과 다려도에 실루엣을 만들면 절경이 따로 없다. 풍부한 조간대를 가지고 있어서일까 전통적으로 수산업과 관련된 해신제와 민요들이 전승되어 오는 마을이기도 하다.

리사무소에 들어서면 여타 마을과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벽에 사진과 함께 펼쳐진 마을현황판을 보노라면 거대한 기업의 비전과 전략을 마주하는 기분이 든다. 펼쳐진 사업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마을 단위에서 이토록 큰 프로젝트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 과연 전국적으로 얼마나 될까 궁금하다. 제주환경순환센터, 제주자연체험테마파크(약 30만평) 동복리 풍력발전사업, 제주에너지공사 풍력사업, 동복리 공동주택사업, 동복리청년주유소사업, 동복리 저온저장고사업 등 참으로 폭넓게 추진되고 있다. 마을이 보유한 자연과 문화자원도 의미가 크다. 소여도, 관광체험어장, 환해장성, 엉굴, 봉향당굿, 해신제에 스포츠 시설로 축구장과 야구장을 보유하고 있는 부촌이다.

김병수 이장에게 동복리가 보유한 가장 큰 자부심을 물었다. 젊은 패기가 넘치는 한 마디 "풍부한 일자리 여건입니다." 오랜 기간 마을공동체를 이끌어온 분들과 마을 주민들이 공감대를 형성하여 방향을 잡은 것이 '일자리 창출'을 판단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각종 개발사업에 열정을 쏟은 결과가 차츰차츰 누적되어 오늘의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상과 현실이 다툴 겨를이 없는 마을. 일자리가 이상이며 현실이기 때문에 마을공동체 구성원들이 계속 함께 살아가며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마을 안에 일터가 많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하고야 말겠다는 굳은 의지가 모여 지금의 동복리의 모습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 인구 감소에 시달리는 농어촌 현실에서 상대적으로 젊은층이 외부에 나가 있다가도 돌아와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면 삼대가 함께 살아가던 농경사회의 모습을 21세기에도 그대로 구현 할 수 있다는 현명함이다. 이보다 더 확고한 산업적 휴머니즘이 어디 있으랴. 김병수 이장이 밝히는 희망찬 비전 중에 관광체험어장을 놀라운 감각으로 관광자원화 하는 프로젝트가 감동적이다. 마을공동체의 다른 수입원들도 있지만 입체적인 판단 결과 체험어장을 마을수익사업으로 발전시키면 1년에 6억 정도 마을공동체 수익은 발생되리라는 확신이었다. 오랜 기간 사전조사와 다양한 경로로 자문을 받으며 밑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어떤 공동체든 경험이 자산이다. 굵직한 사업들과 부닥치며 해결의 과정을 거치면서 마을공동체가 터득한 판단의 노하우들이 패기 있게 새로운 영역으로 진출할 수 있는 자신감이 된 것이리라. 중요한 것은 행정의 역할이다. 모방과 답습을 요구하는 무사안일주의를 가지고서는 동복리가 추구하는 포부는 도울 수 없다. 행정이라고 하는 틀 속에 가둬두려는 낡은 생각이 설자리가 없어야 동복리의 福은 그 파이를 키워나가기 때문에 보다 혁신적인 마인드로 마을사업의 전국적 성공사례를 창조해야 한다. <시각예술가>





세월의 그림자 희망 오르막에
<수채화 79cm×35cm>


일주도로에서 바닷가 방향으로 내려가는 오래된 길이다. 160살 팽나무가 마을의 역사와 함께 오늘도 바다를 내려 보고 있다. 누구네 배가 들어오고 나가며, 해녀의 태왁을 보면 누구가 물질하러 나갔는지 모두 알고 있을 나무. 그 세월의 그림자를 주제로 그렸다. 구도는 파격적이다. 나무의 밑 부분 몸통만 그려지고 가지들은 화면 밖에 있다. 대신에, 그림자로 얼마나 큰 나무인지 보여주는 것이다. 오르막 비탈에 집을 지어 살아온 모습과 길의 공간적 흐름을 그림자가 곡면을 따라서 왜곡되는 상황으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매력적으로 선택하게 된 것이다. 저 나무가 심어질 당시에는 주변의 집들은 모두가 초가집이었을 것이다. 시멘트로 틈을 막은 집담들도 정감을 더하는 오랜 기억의 산물이다. 새해가 시작되면서 저 팽나무의 그림자가 뻗어나가는 희망의 바다이며, 미지를 향하여 도전하는 프론티어의 꿈이다. 그림자가 써내려가는 글자가 있을 것이다. 조상들의 음성을 시시각각 이동하는 햇살을 받아 그림자로 기록하는 밀어. 휴게공간으로 만들어진 둥근 쉼터는 간결하면서도 격조 있다. 저 나무 그늘 아래서 오고 간 마을 사람들의 소문과 사연들이 쌓이고 쌓여서 동복리의 역사가 되고. 그분들이 꿈꾸던 세상이 오늘이 되었다는 생각이 그리는 내내 떠나지 아니하였다. 문득 이 경사진 곳에 물허벅을 지고 오르던 어머니들의 땀방울은 떠올린다. 지금은 물허벅이 아니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마을공동체의 비전을 등에 지고 가리니.





제주섬 겨울바다 진면목
<수채화 79cm×35cm>


약 300㎞ 정도 되는 제주섬 해변은 마을마다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절벽이 있는 곳에서부터 바다와 잇닿은 오름이 있는 곳, 모래사장이 펼쳐진 해변까지 바다를 호흡하는 방식은 각양각색 다양하다. 동복리 바닷가를 그것도 겨울바다를 그리게 된 이유는 제주섬 바닷가의 특징들이 종합적으로 망라되어 있기 때문에 그렸다. 평범하면서도 하얀 파도를 크게 부서뜨리는 힘이 있어서다. 가건물처럼 보이는 낭만적인 인공물까지 합세하여 정겨움을 더한다. 여기는 관광체험어장이다. 제주바다를 해산물과 용암이 굳어 검게 된 저 공간을 향유하는 곳. 거기에 파도의 특질을 감상하는 곳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면서 그렸다. 겨울구름이 두껍게 낀 날, 하늬바람이 바다를 할퀴며 바닷가에 당도하였다. 지친 거품을 토해내는 저 하얀 환희가 미치도록 회화적인 열정을 끌어낸다. 한 세대 전까지도 이런 날이면 저 바닷가엔 서성거리며 해변가를 탐색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다에서 밀려오는 해초며, 쓸 만한 것들이 밀려왔나 살피는 모습. 해녀의 아들로 바닷가에서 자란 덕분에 겨울파도가 선물하는 것들을 알고 있다. 저 파도 안쪽 돌들이 품고 있는 생명체들의 종류를 떠올리며 뿌듯한 회고의 시간을 그리는 내내 가졌다. 저 바다는 해녀의 공간이었다. 과거에서 미래 어느 시간대에서도 그래야 한다. 그분들의 역사가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더라도 한 시각도 쉬지 않고 부지런한 저 파도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더욱 매력적인 공간으로 성장하기를 희망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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