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부터 시행" VS "혼란 우려"… 방학 중 돌봄 급식 해법은
입력 : 2026. 09. 05(토) 07:00
김지은기자 jieun@ihalla.com
제주교육청 4일 방학 중 초등돌봄 급식 운영 주제로 토론회
안정적 식사 제공 필요성 공감… 시행 가능 여부는 입장 차
"교육청 왜 토론에 빠졌나… 여러 주체 대립 우려" 목소리도
제주도교육청이 지난 4일 제주교육박물관 뮤지엄극장에서 '초등돌봄 방학 중 급식,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있다. 김지은기자
[한라일보] 방학 중 초등돌봄교실에서도 도시락을 대신할 안정적인 식사 제공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지만, 급식 시행 가능 여부를 두고는 입장 차이가 컸다. 현재 급식 시설과 인력을 활용해 소규모 학교부터 시행해 보자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섣부른 시행은 또 다른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제주도교육청이 지난 4일 제주교육박물관 뮤지엄극장에서 '초등돌봄 방학 중 급식,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를 주제로 연 토론회에선 이 같은 입장 차가 여실히 드러났다. 단기간에 해법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토론은 채인숙 제주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아 자율토론 방식으로 진행됐다. 학부모와 학교장, 돌봄전담사, 급식 종사자, 교사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이날 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도내 초등학교 112곳(분교장 포함)에서 초등돌봄이 운영 중이다. 초등돌봄 대상인 1~2학년 7418명이 참여 중이며, 신청률은 2024년 58.5%에서 2025년 68.0%, 올해 75.3%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방학 중 초등돌봄 급식은 여전히 위탁 업체를 통해 도시락을 구매해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와 달리 도내 병설유치원은 2014년 노사 합의로 방학 중에도 급식을 제공한다. 같은 학교 안에서도 유치원생은 급식을, 초등학생은 도시락을 먹는 정반대의 상황이 오랜 기간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차이를 두고 김송아 조천초등학교 학부모회장은 "이해할 수 없는 아이러니한 현장"이라고 꼬집었다. 학부모 대표로 토론에 나선 김 회장은 "행정적으로는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운영 체계가 다를 수 있지만,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모두 같은 학교 안에서 생활하는 교육 공동체 구성원"이라며 "제주에는 타 지역과 달리 학교 급식 종사자의 상시 근무 전환이 이뤄졌다. 이미 존재하는 학교 급식 시설과 인력을 어떻게 학생들의 돌봄과 급식에 연결할지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등돌봄 급식 시행 방안에 대해선 병설유치원이 운영되는 작은 규모의 학교부터 시작해 보자는 의견을 냈다. 그는 "시행해 봐야 문제점을 찾을 수 있고 체계도 잡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교육청이 고민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길철 평대초등학교 교장은 "저도 (돌봄교실) 학생과 학부모님에게 '저희는 왜 도시락인가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겨울철에는 제가 보기에도 너무 안쓰럽다"면서도 문제 해결이 간단치 않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급식 종사자뿐만 아니라 급식량 업무, 조리, 배식, 위생 관리, 행정 사고 발생 문제 등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학교 관리자와 행정실 직원, 영양교사, 급식종사자, 돌봄전담사 등이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와 함께 도교육청이 방학 중 급식 운영에 대한 법적 근거를 조례 등으로 보완하고, 교육지원청 학교지원센터가 급식 관리와 행정 업무를 지원할 것을 요구했다.

고민정 제주서초등학교 돌봄전담사는 방학 중 초등돌봄 급식이 시행되면 돌봄전담사에게 주어지는 위탁업체 선정과 수의계약, 보존식(식중독 등 사고를 대비해 따로 보관하는 음식) 업무 등의 부담을 덜고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을 거라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다만 방학 중 급식 시행에 따른 업무 조정이 명확해야 한다는 의견을 더했다. 고 전담사는 "급식을 운영하고 난 다음에 파생되는 문제가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제주도교육청이 4일 토론회에서 초등돌봄 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김지은기자
방학 중 돌봄 급식에 대한 요구에도 이를 바로 시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목소리도 컸다. 특히 토론자로 나선 학교 급식 종사자들은 올해부터 시행된 상시 근로 체계가 방학 중 돌봄 급식을 전제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학교 급식 노동자들이 방학 중에도 임금을 받는 365일 상시 근로의 취지는 이들의 높은 노동 강도를 완화하고 인력 채용 문제를 해소하는 데 있다는 설명이다.

방학 중 돌봄 급식이 급식 종사자의 업무 범위를 넘어선다는 주장도 나왔다. 도내 학교 조리실무사이기도 한 현은정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제주지부장은 "방학 중 돌봄 급식이 마치 조리사, 조리실무사가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처럼 돼 있는데 우리의 업무 범위를 넘어서고 있고, 법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며 "영양사의 영양 업무를 조리사가 할 수 없다. 안전 관리 권한도 없다"고 했다. 이어 방학 중 돌봄 급식이 전 학년 급식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교육 복지 확대로 이어지는 것이므로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등 사회적 협의기구를 구성하고 같이 고민하고 제도를 만들어 나가길 제안한다"고 말했다.

전주원 전국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 제주지부 수석부지부장도 "상시 전환을 논의할 때 초등 돌봄 급식에 대한 요구 사항이라든지, 그런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현장의 급식 노동자들이 변화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지만 준비되지 않은 변화와 아무런 대책이 없는 현장 업무를 떠넘기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병설유치원의 방학 중 급식 역시 현재 운영 체계가 명확하지 않다면서 인력 운영, 업무 범위, 영양·위생·안전 관리 등을 제대로 정착시킨 뒤 초등 돌봄 급식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일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고의숙 제주도교육감. 김지은기자
도교육청이 방학 중 초등돌봄 급식 운영 방안을 공론화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달리 담당 부서조차 없는 문제도 제기됐다. 현경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장은 "방학 중 돌봄 급식을 담당할 책임 주체가 없다. 교육청 내에 이를 전적으로 담당하는 주무 부서가 없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아이러니하다"고 했다. 이어 이번 토론회에 교육청을 대표하는 토론자가 한 명도 없었던 점을 지적하며 "방학 중 돌봄 급식이 가능하려면 기본적으로 행정이 책임지고 가능하도록 여건을 만드는 게 우선돼야 하는데, 지금 현재 교육청은 쏙 빠져 있다"며 "여러 주체가 (토론자로) 나와 있지만, 서로 다른 이해 관계와 요구들로 대립하는 모습으로만 보여지는 게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도교육청은 이번 토론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바탕으로 학교 현장의 여건을 고려해 방학 중 급식 운영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고의숙 도교육감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학기 중이던 방학 중이던 아이들에게는 따뜻하고 안전하고 보편적인 밥이 주어져야 한다. 그것이 교육의 본질이자 함께 짊어진 교육자로서의 책무"라며 교육 공동체가 문제 해결에 함께해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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