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25시]학교폭력 근절책 100일 무얼했나
입력 : 2012. 05. 17(목) 00:00
서귀포시의 모 중학교. 학력·인성 최고의 학교로 이름이 알려졌던 그곳은 하루아침에 '학교폭력 관리 대상 학교'가 됐다. 지난 1월 경찰청에서 그런 사실을 학교에 알려왔다. 충격적인 소식이었지만 해당 학교는 이를 긍정적인 계기로 만들기 위해 나섰다. 지역사회와 손을 잡고 1대 1 멘토를 운영하는 등 학교폭력의 뿌리를 뽑기 위한 자구책 마련을 위해 구성원들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있다.

지난 7일 교과부가 주최하고 제주도교육청이 주관한 '학교폭력 근절 학교장 특별연수'. 도내 초·중·고교 등 186개교 학교장들이 한데 모인 자리였다. 잇따른 학교폭력 예방 연수에 학교장들은 시큰둥한 표정이었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불만과 제언도 빠지지 않았다.

'학교폭력 관리 대상 학교'를 이끌게 된 어느 교장도 이날 솔직한 사연과 함께 근본적 처방책을 주문했다. 그는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인성교육을 강조하면서도 실제 교육과정은 그같은 현실과 동떨어진 문제점을 짚었다. 국·영·수 중심의 경쟁교육에서 아이들의 소통과 관계 형성에 도움을 주기 위해 2009개정교육과정에 따른 집중이수제 개선을 요구했다. '몰아치기'가 아니라 시기별로 단계적 방식을 통한 예·체능 활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주시 모 고교의 교장은 지난달 이루어진 11개월 시한의 전문상담사 채용을 두고 "상담사로는 안된다. 전문상담교사를 배치해야 한다"며 단기 처방을 꼬집었다. 지역교육청의 모 장학사는 "복수담임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교과부측 참석자는 "권한 밖"이라며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장관에게 건의하겠다"는 말만 남겼다. 교과부가 추진하는 대책만 알린 채 연수는 끝이 났다.

지난 2월 6일 정부가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고 16일로 100일을 맞았다. 도교육청은 정부 대책에 따라 학교생활문화과를 출범시키는 등 숨가쁘게 사업을 이어오고 있지만 학교담당경찰관에 대한 명예교사 위촉 등 가시적 성과에 치우치는 듯 하다.

일부 교육청은 전문상담사 채용시 자격요건을 강화하는 대신 해당자에 대해 일정한 평가를 거쳐 무기계약 전환 방침을 밝히는 등 자구 노력을 벌이고 있다. 제주에서도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궁리할 대목이 있다는 이야기다. <진선희 사회교육부 차장>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091 왼쪽숫자 입력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
25 주요기사더보기

기사 목록

한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