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플러스] 고사리가 ‘쑤욱’ … 들녘에는 봄 기운이
제사상에 필수… “1년치 꺾어둬야죠”
송은범 기자 seb1119@ihalla.com입력 : 2022. 04. 22(금) 00:00
고사리 장마에 중산간 곳곳서 솟아나
23~24일 고사리 축제 올해도 비대면

길 잃음 속출에 제주소방 ‘주의보’ 발령

벚꽃도 졌는데, 여전히 봄을 시샘하는 비가 자주 내리고 있다. 예전 동네 어르신에게 들었던 기억이 있다. 제주는 원래 봄에 비가 많이 온다고, 이 비가 산과 들을 적시며 새싹들을 쑥쑥 자라게 한다고, 그게 바로 '고사리 장마'라고.

고사리 장마로 한라산 능선과 들판이 만나는 중산간 곳곳에는 고사리가 힘차게 솟아나고 있다. 올해도 코로나19로 고사리축제는 취소됐지만, 넓은 중산간에서 '봄'을 따는 것만큼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한 활동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제주 고사리

제주에서는 명절이나 제사상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 고사리다. 봄철 이른 새벽에 일어나 1년 동안 쓸 고사리를 꺾어두는 것도 제주인의 오래된 풍습인데, '고사리 명당은 며느리나 딸한테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과거에도 제주 고사리는 '궐채(蕨菜)'라고 불리며 임금에게 진상될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

제주 고사리는 '벳(볕)고사리'와 '자왈(숲)고사리', 2가지 종류로 나뉜다. 벳고사리는 그늘 없이 목장에서 자라며, 자왈고사리는 덤불이 있는 곳에서 자란다.

벳고사리는 햇빛을 많이 받아 길이가 짧고 통통해 집에서 볶아 먹기 좋고, 자왈고사리는 음지에서 굵고 길게 자라기 때문에 조상께 올릴 제사용으로 주로 사용된다.

고사리 잎사귀가 많이 피어난 것은 피해야 한다. 제주사람들도 '고사리 세었져'라며 먹지 않았다. 자왈고사리의 경우 길이가 한 뼘 정도 자란 것이 가장 적당하다. 또 고사리는 제사용 나물이므로, 무덤에서 자란 것도 먹지 않는다.



#고사리 축제는 올해도 '비대면'

제주의 봄을 알리는 '제26회 한라산 청정고사리 축제'는 코로나19 영향 때문에 올해도 온라인 비대면으로 열린다.

축제 첫날인 23일에는 어린이들이 직접 참여한 '고사리 장마 스톱모션 방식 영상'과 '남원읍 고사리철 홍보 영상'을 동아리 공연과 함께 서귀포시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다. 둘째 날인 24일에는 남원읍 올레코스 4개소에서 진행되는 뮤지션들의 공연이 실시간 생중계된다.

주최 측은 축제가 끝난 뒤 일주일 동안 축제장 개방을 통해 도민과 관광객들이 고사리를 채취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길 잃음 사고 조심

고사리 채취가 인적이 드문 오름이나 숲, 벌판에서 이뤄지다보니 '길 잃음 사고'도 매년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제주도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도내에서 발생한 고사리 채취에 따른 길 잃음 사고가 111건에 달했다.

이에 따라 제주소방은 지난달 30일 '길 잃음 안전사고 주의보'를 발령했다. 이어 제주경찰청 자치경찰부서(여성청소년과 여성청소년계)에서도 다음달까지 실종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제주소방 관계자는 "(고사리 채취 시에는) 항상 일행을 동반하고 휴대폰, 예비 배터리, 호각 등 자신의 위치를 알릴 수 있는 장비를 휴대해야 한다"며 "특히 고사리 채취 중에는 너무 깊은 곳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하고, 길을 잘못 들었을 때는 당황하지 말고 기억하고 있는 지점까지 되돌아가 위치를 확인하거나 119로 신고하는 등 안전수칙을 꼭 숙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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