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순신!… 신나게 싸울 수 있겠다 싶었죠" [한라人터뷰]
입력 : 2023. 08. 01(화) 14:34수정 : 2023. 08. 06(일) 08:03
김지은기자 jieun@ihalla.com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해상시위 기획
문윤택 '내가 이순신이다 운동본부' 준비위원장
문윤택 '내가 이순신이다 운동본부' 준비위원장이 지난달 31일 한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신비비안나 기자
올해 2~3월부터 전국 돌며 각 지역과 연대
제주서 시작해 여수·목포 등 거쳐 서울까지
"하나의 강력한 메시지로 정부·일본 등 압박"


[한라일보] 지난달 6일 제주시 조천읍 앞바다에 어선 13척이 떴다. '바다가 죽으면 제주도 죽는다' 등의 현수막을 매단 배들은 속도를 내며 물살을 갈랐다. 바다에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 '욱일기'가 떠 있었다. 길게 늘어선 어선들이 '학익진'을 펼치듯 다가가자 방사능 경고 표시가 그려진 욱일기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1957 명량대첩, 2023 제주대첩'. 이날 해상 시위에 붙은 이름이다.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한다는 것을 자꾸 인정하는 분위기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다른 대안들도 있는데 말입니다. (우리나라) 전국적으로 반대 시위를 하고 있지만 산발적인데다 '반대' 외에 구체적인 메시지가 없어 다들 슬슬 지치고 피로감을 느끼는 상황이고요. 이럴 게 아니라 메시지를 하나로 맞춰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국민 모두가 아는 명량해전 이순신 장군의 '스토리'를 얹게 됐습니다."

지난달 31일 만난 문윤택 '내가 이순신이다 운동본부' 준비위원장이 말했다. 언론학 박사이자 제주국제대학교 교수협의회장을 지냈던 그가 이를 기획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지난달 6일 제주 조천 앞바다에 열린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해상 시위에 참여한 어선들. 이날 시위에는 '1957 명량대첩, 2023 제주대첩'이란 이름이 붙었다. 한라일보 DB
이순신 장군을 불러낸 것은 "신나게 싸울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를 반대해 이를 막아내겠다는 '목표'는 여느 시위와 같지만 "모든 국민이 '내가 이순신이다' 생각하며 싸우면 지치지 않게 갈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문 위원장이 말했다.

제주에서 열린 해상 시위 슬로건도 '제주에는 70만 이순신이 있다'였다.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도민 모두가 '이순신’이라는 뜻을 담았다. 그는 "(이순신 스토리를 통해) 국민의 자존감을 회복하고 전 국민적 공감의 울림이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5000만 이순신 있다!' 선언까지 연대"

문 위원장은 지금이야말로 모두가 이순신이 돼야 하는 이유가 분명하다고 했다.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할 국가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유독 '명량대첩'을 재현한 것도 지금의 상황을 보는 듯해서다.

"명량대첩은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한 뒤에 이미 기울어진 전세에서 벌어진 첫 전투였습니다. 선조는 실제 권력도 없는 보직을 이순신에게 줬는데,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있사옵니다"라며 일본수군 330여 척을 수장시켰지요. 이순신이 '사즉생'(死卽生)으로 전쟁에 임했던 자세를 지금 우리가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국민들은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로 인해) 울분과 분노가 치미는데 '가만히 있어라'는 윤석열 정부의 태도는 이순신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했던 선조와 겹쳐집니다."

지난달 6일 해상 시위가 진행되는 가운데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있다. 연합뉴스
문 위원장은 올해 2~3월부터 '내가 이순신이다 운동본부'를 기획했다. 이후 서울에서 출발해 전국 각지를 돌며 연대를 이었다. 제주에서 시작한 해상 시위는 조만간 여수가 이어받을 예정이다. 이후 목포, 부산, 거제·통영 등을 거쳐 서울을 향하게 된다.

최종 목적지는 이순신 동상이 있는 서울 광화문이다. 문 위원장은 "'대한민국에 5000만 이순신이 있다'는 선언을 할 때까지 전국 각 지역과 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로 흩어져 따로 내는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야 정부의 분명한 행동을 이끌 수 있을 거라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IAEA(국제원자력기구)와 일본 정부에 해양방류 외에 더 안전한 대안들을 왜 검토하지 않는지 따져 물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원전 오염수를 알프스(ALPS, 다핵종제거설비)로 처리한 뒤에 고체화해서 재활용하는 방안이 충분히 있는데, 왜 우리 정부가 일본 도쿄전력이 들여야 할 비용까지 걱정해 주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시급히 국제 해양재판소에 제소하고 가처분 신청을 해야 합니다. 이게 받아들여지면 일단 해양 방류는 미룰 수 있고, 일본 정부를 강하게 압박할 수도 있을 겁니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 당시 일본 정부는 전투기까지 띄워 핵폐기물 시료를 채취했습니다. 러시아(옛 소련)가 핵폐기물을 바다에 못 버리게 강하게 압박했고요."

문윤택 위원장은 지금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이순신이 돼야 할 이유가 분명하다고 했다. 신비비안나 기자
|"원전 오염수 방류 무조건 막아야"

문 위원장은 일본 오염수 방류 문제는 "'막을 수 있나, 없나로 바라봐선 안 된다"고 했다. 한 번 흘러간 방사능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만큼 "무조건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피해를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제주 어머니인 해녀가 없어집니다. 어업, 수산업뿐만 아니라 관광업까지 피해가 심각할 겁니다. 사실 가장 큰 피해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입니다. 자식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여 잘 키우려는 게 부모의 마음인데 먹을거리를 안심하고 줄 수 없으니 말입니다."

내가 이순신이다 운동본부는 자발적인 '시민운동'을 자처한다. 생명의 안전을 지키는 데에는 "여야도, 좌우도, 진보보수도, 돌고래도 인간도 입장이 다를 수 없다"고 문 위원장은 말한다.

"이것은 우리 세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땅입니다. (원전 오염수 방류를 막는 것은) 우리 세대의 무조건적인 의무이자 책임입니다. 모두 함께 안전하게 제주에서 자자손손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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