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출신 ‘진단키트 여전사' 김정미 대표 [제주人]
입력 : 2025. 11. 10(월) 03:00수정 : 2025. 11. 11(화) 09:10
부미현 기자 bu8385@ihalla.com
[제주출신 경제인 스토리] (5)김정미 베트올(주) 대표
투자 한 번 안 받고 동물용 진단키트 118개국 수출
MIT 출신 ‘진단키트 여전사’, 300만불 수출의 탑 달성
세계 3곳뿐인 '직개발·직유통' 체제… 글로벌 시장 선점
지난달 21일 베트올(주) 본사에서 만난 김정미 대표.
[한라일보] 한라일보는 제주 출신 기업인들의 활약상을 시리즈로 보도한다.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대한민국의 기틀을 만들어온 제주 출신 기업인들을 조명하고, 국내외 환경변화로 위기를 맞고 있는 우리 경제가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그들의 경험과 조언을 듣기 위함이다. 시리즈 다섯 번째 인물로 세계 시장에서 K 동물 진단키트 시대를 열고 있는 김정미 베트올(주) 대표를 소개한다.

김정미 대표는 2006년 동물용 진단 키트를 개발하고 생산, 판매까지 하는 바이오 벤처기업 베트올(주)을 설립해 2021년 제58회 무역의 날에 3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는 등 탄탄한 중견기업으로 회사를 성장시킨 기업인이다.

김 대표는 제주시 출신으로 중앙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했다.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역학 석사, 미국 텍사스대학교 오스틴캠퍼스 대학원 약리 독성학 박사,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지낸 학자 출신의 기업인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지난달 21일 경기도 고양시 소재 베트올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국내에서 순수하게 동물 질병 진단키트만 생산하는 회사는 저희가 유일하다. 진단키트를 직접 개발하고 생산, 수출까지 하고 있다"고 회사를 소개했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 수준이 높아지면서 반려동물 의료 시장은 엄청난 규모로 성장하고 있다.

그는 회사 대표이면서 동시에 연구소장으로서 개 심장사상충, 개 장염, 개 홍역, 고양이백혈병, 고양이 면역결핍 바이러스 진단키트 등을 개발하고 있다. 베트올의 거의 모든 생산품은 거의 대다수가 수출용이다. 인체 진단 키트와 달리 동물 진단 키트는 국가 별로 사용하는 키트가 다양해 베트올의 매출은 수출에 집중돼 있다.

"동물의 경우 기후 등 환경적 상황에 따라 나라 별로 발생 질병이 다르고, 동물의 품종도 다양합니다. 국내에서는 판매할 수 있는 품목이 한정적이다 보니, 해외 시장에서 수요가 있는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게 됐지요."

회사 설립 초 매출 2500만원에서 시작한 김 대표는 해외 진단키트 시장분석을 통해 수요가 큰 것을 위주로 개발하면서 착실히 매출을 성장시켜왔다. 각 나라 거래처에 수요 조사를 해서 팔릴 수 있는 것을 개발, 즉 시장성이 높은 순서대로 개발을 해온 것이 올해로 19년째다. 이제는 역으로 개발 제안이 오고 있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인체 진단 시장의 경우 대규모 다국적 기업이 많지만 상대적으로 동물진단 시장은 잠재적 성장 가능성이 높음에도 큰 기업들이 시장을 점유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직접 제품을 개발하고 유통까지 하는 기업은 해외 기업의 경우 3군데 정도이며, 나머지 진단키트 회사는 개발 능력은 없는 경우가 많기에 제가 해 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해 도전하게 됐지요."

김 대표는 사업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은 "'판매할 제품'과 '판매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의 경우 인체진단 분야에서 선행학습이 되어있었고, 제품 개발과 런칭에 자신감이 있었다.

"학교를 마치고 10년간 공무원, 벤처기업, 대기업 근무를 거치며 시종일관 질병 진단 일을 하다 보니 축적된 경험이 있었기에 독립 준비가 되었고 43세에 창업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 인생의 후배들인 직원이나 멘티들에게는 무조건 40세까지는 직장에서 돈 받으면서 배운다는 생각으로 직장생활을 할 것을 조언하곤 합니다."

베트올(주)은 타 바이오벤처와는 차별되는 세 가지 특별한 점이 있다. 첫째는 벤처기업임에도 19년 동안 투자를 받아본 적이 없다는 점이다. 둘째는 사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 셋째는 매출액의 99%가 수출이라는 점이다.

"투자자들로부터 투자 권유를 받지만 고사해왔습니다. 투자만큼의 수익을 안겨줘야 한다는 점이 소신 있게 회사를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전 직장 퇴직금에다 정부 지원금을 보탰고, 연구과제를 꾸준히 신청해 개발비를 확보하고, 여성창업경진대회 등에서 상금도 타면서 회사를 이끌어왔습니다. 일종의 자급자족인데, 벤처 업계에서는 드문 경우죠. 투자를 받아 사업을 할 경우 사옥을 갖는 것도 쉽지 않은데 저희는 사옥을 소유하고 있어 사업에 매진할 수 있습니다. 또한, 수출에 집중한 결과 75개 거래처를 통해 118개국에서 진단 키트 시장을 선점했습니다."

김 대표는 2021년에만 제58회 무역의 날 수출의 탑(300만불), 우수벤처기업, 수출유망중소기업지정, 강소기업 선정 등 각종 타이틀을 꿰찼다. 그에 앞서 2019년에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일하기 좋은 중소기업'에 선정됐고, 2017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장관 표창과 우수여성기업인상도 받았다.

성공한 사업가이지만 김 대표가 처음부터 이 길을 목표로 했던 것은 아니다. 김 대표는 MIT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마친 뒤, 질병관리청(옛 국립보건원)에서 보건연구사로 근무했었다. 그러다 벤처기업으로 이직했고, 이어 대기업으로 직장을 옮긴 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지금의 일은 그에게 큰 자부심이다. 과학자로서 세상에 없던 제품을 개발하고, 그걸 제품화해서 외화획득을 하는 수출 역군으로서 기여하는 것은 물론, 인력을 고용하면서 우리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어서다.

회사를 안정궤도에 올려놓은 그는 후배들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에도 참여하면서 더욱 보람을 느끼고 있다.

"이공대 여대생,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19년째 멘토링을 해오고 있는데 베트올이화 바이오멘토링 팀을 거쳐간 후보가 지금까지 400명이 넘습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이화여대총동창회에서 창립 130주년 동창의 날 행사에서 '올해의 이화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중견기업인으로서 여러 대외 활동에도 참여해왔다. 기획재정부 국가경쟁력정책협의회 위원(2019~현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 중소기업전문위원회 위원(2019~현재), 농림식품기술평가원 비상임이사(2020~현재), 중소벤처기업부 기술분과 전문위원회 위원(2019~현재) 등이다.

여중(제주여중), 여고(중앙여고), 여대(이화여대)를 나온 김 대표에게 여자라는 점이 컴플렉스가 된 적은 없었다.

"제주도 비바리 하면 강한 생활력을 떠올리잖아요. 사회생활을 하고 기업인이 되면서 여자이기 때문에 힘들다는 생각은 잘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수출을 주로 하고 있는 제 입장에서 외국 회사의 경우 성별을 따지는 경우가 많지 않더라고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의 진단키트가 조명을 받은 이후 이제는 진단키트 시장에도 K 진단키트 바람이 불고 있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제가 유학할 때만 해도 한국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경우도 있었지만 코로나 사태 때 우리나라가 진단업계와 식약처의 공조를 통해 외국에서는 3~5년 걸리는 진단키트를 1년 안에 만들어냈잖아요. 그래서 저력을 인정받은 것 같고, 그런 인식의 변화를 현장에서 체감하게 됩니다."

반려동물 숫자가 계속 증가하고,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게 되면서 사람에게 적용되는 시장이 동물에게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기에 진단키트 분야도 시장 전망이 매우 밝다는 게 김 대표의 평가다.

"저희는 전문 의료기기여서 진입 장벽이 높은데다 시장성도 좋습니다. 건강한 사람이 진단을 더 받듯이 반려동물도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의료 분야 지출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그는 제주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어떤 성취를 이룰 때마다 더 큰 주목을 받았던 것 같다며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진단키트 분야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진단키트에 계속 주력할 것 같습니다. 유명 다국적 기업들처럼 베트올이 백 년 이상 장수 기업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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