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범의 월요논단] 꺽지의 둥지에 알을 낳는 감돌고기, 그리고 연대의 무게
입력 : 2026. 11. 09(월) 01:00수정 : 2026. 11. 09(월) 07:01
김명범 hl@ihalla.com
가가

[한라일보] 대전에서 열린 마을기업포럼 일정 중, 충남 금강 수계의 맑은 숨결을 품은 이현마을협동조합을 방문했다. 지역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는 여러 현장 사례를 마주했으나, 필자의 가슴속에 가장 깊고 무거운 울림을 남긴 것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민물고기 '감돌고기'와 포식자 '꺽지'의 독특한 공생 이야기였다.
금강과 만경강 일부 청정 수계에 서식하는 한반도 고유종 감돌고기는 둥지를 스스로 틀거나 알을 안전하게 지켜낼 물리적 힘이 부족하다. 생존의 절벽에 선 이 작고 약한 물고기가 선택한 전략은, 강한 포식자이자 산란장을 철저히 지키는 꺽지의 둥지에 무리로 난입해 알을 낳는 '탁란(托卵)'이었다. 꺽지는 자신의 알을 천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둥지를 지키는데, 감돌고기는 그 강자의 처절한 방어망 그늘을 빌려 종족을 부화시킨다. 위험천만한 난입이지만, 꺽지 알보다 먼저 깨어나 유유히 둥지를 떠나는 감돌고기의 생존법은 이기적인 얌체 짓이 아니다. 험난한 자연환경이라는 공동 위기 앞에서 작용하는 고도화된 연대와 협동의 생태학적 지혜다.
이 생태적 우화를 품고 제주로 돌아오는 길, 필자가 몸담은 건입동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과 전국 각지에서 고군분투하는 마을기업 주체들의 현실이 직관적으로 겹쳐졌다. 우리는 건입동의 역사와 김만덕의 나눔, 상생, 도전 정신을 잇고자 김만덕복합센터, 김만덕돌봄센터, 만덕양조장 운영 등으로 당면한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달리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시선으로 냉정하게 짚어보아야 한다. 거대한 시장 경제 논리와 인구 감소, 지방 소멸이라는 거센 파도 앞에서 지금의 마을기업들은 여전히 '외로운 섬'처럼 파편화돼 존재하고 있지 않은가. 서로의 자원과 인프라, 판로를 개방하고 거친 시장의 풍파를 함께 막아줄 '연대와 협동'의 울타리는 여전히 허술하고 성긴 것이 솔직한 현주소다. 각자가 가진 작고 외로운 섬에 갇혀 개별 돌파만을 도모하는 방식은 고도화된 경제 생태계 앞에서 이미 명확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감돌고기가 꺽지의 산란장을 활용해 종의 보존을 이어가듯, 마을기업 역시 파편화된 개별성을 넘어 촘촘한 사회적 연대망을 구축해야 한다. 갓 시작한 작은 마을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 선배 조합의 인프라가 둥지가 돼주고, 서로의 판로와 자본을 묶어 거대한 시장의 파도에 맞서는 유기적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 거친 풍파를 견디는 힘은 개별 기업의 탁월한 역량이 아니라, 함께 둥지를 지켜내는 결속의 밀도에서 나온다.
이현마을의 물빛 속에서 감돌고기가 던진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다. "당신들의 생태계는 서로의 생존을 위해 얼마나 깊게 연결돼 있는가?" 이제 마을기업과 사회적 경제는 각자도생의 관성을 깨고 서로의 온기와 인프라를 나누는 진정한 연대의 판을 새로 짜야한다. 홀로 선 나무가 아니라 서로의 뿌리를 깊이 얽어맨 숲만이 거친 비바람을 넘어서는 법이다. <김명범 행정학박사·제주공공문제연구소장>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금강과 만경강 일부 청정 수계에 서식하는 한반도 고유종 감돌고기는 둥지를 스스로 틀거나 알을 안전하게 지켜낼 물리적 힘이 부족하다. 생존의 절벽에 선 이 작고 약한 물고기가 선택한 전략은, 강한 포식자이자 산란장을 철저히 지키는 꺽지의 둥지에 무리로 난입해 알을 낳는 '탁란(托卵)'이었다. 꺽지는 자신의 알을 천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둥지를 지키는데, 감돌고기는 그 강자의 처절한 방어망 그늘을 빌려 종족을 부화시킨다. 위험천만한 난입이지만, 꺽지 알보다 먼저 깨어나 유유히 둥지를 떠나는 감돌고기의 생존법은 이기적인 얌체 짓이 아니다. 험난한 자연환경이라는 공동 위기 앞에서 작용하는 고도화된 연대와 협동의 생태학적 지혜다.
이 생태적 우화를 품고 제주로 돌아오는 길, 필자가 몸담은 건입동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과 전국 각지에서 고군분투하는 마을기업 주체들의 현실이 직관적으로 겹쳐졌다. 우리는 건입동의 역사와 김만덕의 나눔, 상생, 도전 정신을 잇고자 김만덕복합센터, 김만덕돌봄센터, 만덕양조장 운영 등으로 당면한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달리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시선으로 냉정하게 짚어보아야 한다. 거대한 시장 경제 논리와 인구 감소, 지방 소멸이라는 거센 파도 앞에서 지금의 마을기업들은 여전히 '외로운 섬'처럼 파편화돼 존재하고 있지 않은가. 서로의 자원과 인프라, 판로를 개방하고 거친 시장의 풍파를 함께 막아줄 '연대와 협동'의 울타리는 여전히 허술하고 성긴 것이 솔직한 현주소다. 각자가 가진 작고 외로운 섬에 갇혀 개별 돌파만을 도모하는 방식은 고도화된 경제 생태계 앞에서 이미 명확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감돌고기가 꺽지의 산란장을 활용해 종의 보존을 이어가듯, 마을기업 역시 파편화된 개별성을 넘어 촘촘한 사회적 연대망을 구축해야 한다. 갓 시작한 작은 마을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 선배 조합의 인프라가 둥지가 돼주고, 서로의 판로와 자본을 묶어 거대한 시장의 파도에 맞서는 유기적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 거친 풍파를 견디는 힘은 개별 기업의 탁월한 역량이 아니라, 함께 둥지를 지켜내는 결속의 밀도에서 나온다.
이현마을의 물빛 속에서 감돌고기가 던진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다. "당신들의 생태계는 서로의 생존을 위해 얼마나 깊게 연결돼 있는가?" 이제 마을기업과 사회적 경제는 각자도생의 관성을 깨고 서로의 온기와 인프라를 나누는 진정한 연대의 판을 새로 짜야한다. 홀로 선 나무가 아니라 서로의 뿌리를 깊이 얽어맨 숲만이 거친 비바람을 넘어서는 법이다. <김명범 행정학박사·제주공공문제연구소장>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