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5월 그리고 제주'
입력 : 2010. 05. 10(월) 00:00
올해만큼 '봄은 봄이로되 봄이 아니다'는 의미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을 실감한 해도 드물다. 여름의 시작을 앞둔 5월까지도 이 표현을 떠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사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봄을 맞았지만 따스한 햇빛과 꽃소식은 오간데 없고 잦은 비와 저온현상으로 행인들마다 움츠러든 어깨를 펴지 못했다. 1907년 기상관측 이래 처음 4월 들어서까지 산에는 눈이 쌓일 정도의 적설량을 보이는 이상기후속에서 봄을 얘기하는 자체가 무리일 수도 있다.

원래 '춘래불사춘'은 중국 한서(漢書)에 나오는 고사다. 중국 한나라(前漢)시절 절세미인이었던 왕소군이란 궁녀를 공주로 속여 흉노족 왕에게 보낸 일화를 안타까워했던 시인 동방규가 쓴 한시에 나오는 표현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화를 갈망하던 시절 뭇 문사(文士)들이 즐겨쓰던 표현중의 하나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계절의 변화는 막을 수 없다고 했던가. 5월에 들어서며 밭마다 굵게 패어난 보리이삭들이 수확을 앞두고 있고, 유채는 노란꽃을 내려 열매 맺는 모습에서 자연의 섭리를 다시한번 느낀다. 들녘마다에는 온갖 초목들이 한 여름 짙은 녹음을 향해 부지런히 달리듯 하루가 다르게 '키재기'를 하고 있다.

5월은 어느 달보다 다양한 행사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이미 1일 근로자의 날, 5일 어린이 날, 8일 어버이 날을 보낸데 이어 15일은 스승의 날이자 가정의 날, 17일 성년의 날, 19일 발명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21일은 석가탄신일인가 하면 25일 방재의 날, 31일 바다의 날도 있다.

가정의 달이라 불리는 5월에는 이 나라 정치사에 비극이자 근대화. 민주화의 상징 등으로 해석되는 '5·16'과 '5·18'도 들어있다. 역사치고는 해석하기 힘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가족과 함께 가정의 소중함을 새기며 보내야 할 5월의 제주는 특별자치도 제2기를 출범시킬 도지사와 도의원, 교육감과 교육의원을 선출하기 위한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요란스럽다. 후보마다 자신만이 제주의 미래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적임자라며 한 표 지지를 호소한다. 다른 한편에선 선거때만되면 나타나는 그 사람, 각종 탈법·불법에 얽힌 인물들의 등장을 예로 들며 '선거판'자체에 등을 돌리기도 한다.

그러나 본사가 이달 초 유권자 여론조사결과 꼭 투표하겠다는 적극적 투표의향층이 65.7%에 달했다. 도의원 투표시 고려사항으로는 공약 및 정책을 47.5%로 가장 중요하다고 응답해 현역의원 등 행정경험(18.5%), 정치신인 등 참신성(13.6%), 소속정당(7.5%), 개인적 친분(1.7%)보다 높게 나왔다. 매우 바람직한 조사결과다.

6월2일 실시되는 지방선거는 향후 4년 제주의 미래를 가늠한다. 꼭 투표장에 가서 후보의 정책과 공약으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시길 진심으로 소망한다.

<김기현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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