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낯부끄런 지방선거
입력 : 2010. 05. 31(월) 00:00
참으로 낯부끄러운 선거다. 그동안 많은 선거를 접해왔지만 이번처럼 혼탁한 선거는 처음이다. 온갖 추태가 판치고 있잖은가. 하루가 멀다하고 요동치는 선거판이 그대로 웅변한다. 정치꾼들이 하는 선거-총선이나 대선-라면 그냥 웃어 넘길 수도 있다. 그들의 구태야 익히 알고 있으니 달리 뭐라 나무라겠는가.

문제는 지방선거에서도 그런 정치꾼의 술수를 뺨치고 있다. 가관이다. 우선 현명관 후보 동생의 '돈뭉치사건'은 선거정국을 강타했다. 이로 인해 현 후보가 한나라당 공천권을 박탈당하면서 갖가지 행태가 벌어진다. 혼란스러움을 넘어 역겨울 정도다. 명색이 집권여당은 제주도지사 후보조차 내지 않았다. 사상 초유의 일이다.

한나라당에서 경선했던 1~2위 후보는 당에서 뛰쳐나온다. 그런 다음 무소속으로 출마해 다시 경선을 치른다. 한번은 정당에서, 한번은 무소속에서 겨루는 촌극이 연출된다. 한나라당은 공천받지 못한 무소속 후보 지지에 나선다. 정책연대도 아니다. 듣도 보도 못한 '해괴한 짝짓기'를 한다. '위장탈당'이니 '차명후보'니 입방아에 올라 놀림감이 된다. 한편의 '정치코미디'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어디 이 뿐인가. 도지사 시절 30억 뇌물수수혐의 등으로 징역형을 마친 신구범씨는 마치 개선장군처럼 나타난다. 그 일성으로 "우근민 후보는 사퇴하라"고 직격탄을 날린다. 구태정치의 장본인으로 몰아세우면서. 일견 수긍이 가는 측면도 있다. 허나 정작 본인은 특정후보의 편에서 선거운동을 한다면 곱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더욱이 자숙해야 할 지역의 원로가 선거판에 끼어들어 '훈수'하는 모습은 왠지 딱해 보인다. 되레 도민사회의 분열과 갈등만 조장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제 선거일이 다가왔다. 내일 모레면 주권을 행사하는 '유권자의 날'이다. 지방선거는 누가 뭐래도 지역의 일꾼을 뽑는 신성한 축제다. 그런 점에서 지방선거는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보다 더 중요하다. 지역발전과 주민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명한 주권행사가 요구되는 이유다.

생각해 보라. 한번 잘못 뽑으면 앞으로 4년간은 갈아치우지도 못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들에게 돌아온다. 때문에 유권자가 '옥석'을 제대로 가려내지 않으면 안된다. 물론 먹고 살기에 바쁜 유권자들이 후보의 정책을 일일이 살피기란 만만찮다. 후보의 정책이 타당한지, 실현 가능한지 등 판단하는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최소한 후보의 신상만이라도 꼼꼼히 따졌으면 한다. 가장 기본적인 '국민의 도리'는 다하고 있는지 훑어보는 것이다. 병역의무는 마쳤는지, 납세의무는 성실히 했는지 눈여겨 보자. 국민의 의무조차 다하지 않으면서 무슨 일꾼이 되겠는가. 염치없는 짓이다. 결국 한표로 깨어있는 유권자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김병준 편집부국장>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2 개)
이         름
이   메   일
8091 왼쪽숫자 입력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
꼴불견 06-03 19:11삭제
신XX
김00
강xx
고00

혹시나 행정시장이나 한자리 얻어 볼까하고
독자였었던 안독자 06-03 17:08삭제
너무 속 보이는 내용이네요.
왜 우모씨의 혼탁은 거론하지 않으시나요.
당선돼서 기자님도 참~~ 좋으시군요, 네?!
ϴ 주요기사더보기

기사 목록

한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