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한글파괴 앞장서는 행정기관
입력 : 2010. 07. 05(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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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슬 퍼렇던 5공시절.
한 개그맨이 의류사업에 뛰어들었다. 해외 유명 속옷을 들여온 개그맨은 외국어를 상표로 사용할 수 없다는 규정에 걸려 몇날 며칠을 고민했다. 역시 개그맨 답게 재치 번뜩이는 상표를 만들어 냈다. '제임씨든'이었다.
요즘 행정용어를 보면 차라리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Wee프로젝트, 학습 JUMP 교실, 에어봉 릴레이. 영어시간에 나오는 말이 아니다. 도교육청이 각 언론에 배포한 자료에 등장하는 용어이다.
언제부턴가 제주자치도교육청이 생산하는 각종 자료에 영어로 된 용어가 하나 둘 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심지어 최근에는 '글로벌 제주' '교육메카' 같은 용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전혀 교육적이지 않은 사람으로 비쳐지는 형국이다.
교육청이 이럴진데 타 행정기관은 어떨까 싶어 자료들을 찾아봤다.
클린하우스, 농업프런티어, 스마트그리드 등 무시로 등장한다. 스마트그리드에 이르면 자신의 어휘력을 의심하기에 충분해진다. 전기의 생산·운반·소비 과정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하여 공급자와 소비자가 서로 상호작용케 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인 '지능형 전력망 시스템'이란다.
주민센터·치안센터·메뉴얼·슬로건·리플릿·워크숍·프로젝트·비전·인프라·로드맵·벤치마킹·멘토링은 시나브로 등장하는 용어가 됐다.
현재 인류사회의 언어는 6500여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2/3가 한 세기 안에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다.
이런 연유로 각 나라들도 제나라 언어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러시아 하원은 지난 2003년 언론보도·광고 등에서 비속어·외래어를 쓰는 것 등을 금지하는 '모국어순화법'을 통과시켰다. 프랑스는 지난 1994년부터 법을 통해 모든 방송·광고·기업 등에서 프랑스어를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중국·일본 역시 해외에 자국어 학습시설을 설치하는데 많은 인력과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다행히 최근 국무회의에서 법률용어나 표현을 알기 쉽게 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등 47건의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 법률안은 원칙적으로 한글로만 썼다. 혼동의 우려가 있는 단어는 괄호 안에 한자를 넣었다. 정려(精勵)하다→부지런히 힘쓰다, 구거(溝渠)→도랑, 상위(相違) 없음→다름 없음, 낙도(落島)→외딴섬 등으로 바뀌었다.
공공기관의 행정용어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국민의 언어사용에 있어 규범이 되기 때문이다. 언론 등을 통해 국민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순간 그 용어는 사전적 의미로 고착화될 위험성도 크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매년 한글날이 다가오면 한글 관련 정책을 내놓는다. 또 기념식과 관련 행사를 떠들썩하게 홍보한다. 하지만 반짝 행사를 치르고 나면 언제 무슨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무심하다. 도민들이 행정을 믿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현영종 사회부장>
한 개그맨이 의류사업에 뛰어들었다. 해외 유명 속옷을 들여온 개그맨은 외국어를 상표로 사용할 수 없다는 규정에 걸려 몇날 며칠을 고민했다. 역시 개그맨 답게 재치 번뜩이는 상표를 만들어 냈다. '제임씨든'이었다.
Wee프로젝트, 학습 JUMP 교실, 에어봉 릴레이. 영어시간에 나오는 말이 아니다. 도교육청이 각 언론에 배포한 자료에 등장하는 용어이다.
언제부턴가 제주자치도교육청이 생산하는 각종 자료에 영어로 된 용어가 하나 둘 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심지어 최근에는 '글로벌 제주' '교육메카' 같은 용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전혀 교육적이지 않은 사람으로 비쳐지는 형국이다.
교육청이 이럴진데 타 행정기관은 어떨까 싶어 자료들을 찾아봤다.
클린하우스, 농업프런티어, 스마트그리드 등 무시로 등장한다. 스마트그리드에 이르면 자신의 어휘력을 의심하기에 충분해진다. 전기의 생산·운반·소비 과정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하여 공급자와 소비자가 서로 상호작용케 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인 '지능형 전력망 시스템'이란다.
주민센터·치안센터·메뉴얼·슬로건·리플릿·워크숍·프로젝트·비전·인프라·로드맵·벤치마킹·멘토링은 시나브로 등장하는 용어가 됐다.
현재 인류사회의 언어는 6500여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2/3가 한 세기 안에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다.
이런 연유로 각 나라들도 제나라 언어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러시아 하원은 지난 2003년 언론보도·광고 등에서 비속어·외래어를 쓰는 것 등을 금지하는 '모국어순화법'을 통과시켰다. 프랑스는 지난 1994년부터 법을 통해 모든 방송·광고·기업 등에서 프랑스어를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중국·일본 역시 해외에 자국어 학습시설을 설치하는데 많은 인력과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다행히 최근 국무회의에서 법률용어나 표현을 알기 쉽게 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등 47건의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 법률안은 원칙적으로 한글로만 썼다. 혼동의 우려가 있는 단어는 괄호 안에 한자를 넣었다. 정려(精勵)하다→부지런히 힘쓰다, 구거(溝渠)→도랑, 상위(相違) 없음→다름 없음, 낙도(落島)→외딴섬 등으로 바뀌었다.
공공기관의 행정용어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국민의 언어사용에 있어 규범이 되기 때문이다. 언론 등을 통해 국민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순간 그 용어는 사전적 의미로 고착화될 위험성도 크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매년 한글날이 다가오면 한글 관련 정책을 내놓는다. 또 기념식과 관련 행사를 떠들썩하게 홍보한다. 하지만 반짝 행사를 치르고 나면 언제 무슨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무심하다. 도민들이 행정을 믿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현영종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