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금리인상과 서민대책
입력 : 2010. 07. 27(화) 00:00
요즘 '서민'소리 듣기가 쉽지 않다. 가뭄에 콩나는 정도다. 서민이란 말이 거의 사라진지 오래다. 살가운 '서민'이 낯설게 들릴만큼 부담스런 존재가 된 걸까. 1년전 이맘때만 해도 '서민'이란 용어가 늘 입에 오르내렸다. 지난해 6월 이명박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에서 '친서민정책'을 강조하면서다. 마치 새로운 유행어마냥 나돌았다. 정부와 여당은 서민대책을 세운다고 요란을 떨었다. 웬 호들갑인가 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때 나온 친서민정책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었다. '친서민'을 부르짖으면서 정책은 영 딴판이니 말이다. 단적으로 기초생활보장 대상자들에게 영향을 주는 최저생계비 결정에서 본색을 드러냈다. 올해 시간당 110원(2.75%) 오른 최저생계비 4110원은 그렇게 '친서민'을 외칠 때 나왔다. '친서민'은 포장에 불과할 뿐 사실상 '반서민'에 가깝다. 가뜩이나 이명박 정부들어 서민의 고통은 말이 아니다. 서민의 실질소득은 크게 줄었는데 교육비 등 실생활과 밀접한 지출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런 터에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를 0.25% 전격 인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때 낮췄던 저금리시대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 이번 금리인상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특히 금리인상은 '양날의 칼'로 작용한다. 인플레의 압력을 차단하는 순기능만 있는게 아니다. 당장 기준금리 인상은 국내경제에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바로 가계나 기업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이자가 만만찮다. 연간 2조4000억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가 또 오르면 그 이자부담은 더욱 불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잖아도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새로운 복병이 되고 있잖은가. 가계부채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올해초 금융감독원이 발간한 '2010 금융리스크 분석 보고서'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전체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의 비율(2009년 6월 기준)이 46.4%에 달했다. 반면 미국은 33%, 일본은 22.4%에 그쳤다. 그러니까 한국 가계가 보유한 금융부채는 금융자산의 절반에 이르고 있다. 미국은 3분의 1, 일본은 4분의 1수준이다. 한국 가계의 채무상환 능력이 문제 많은 미국보다도 좋은 편이 아니다.

이제 이명박 정부도 서서히 반환점을 돌고 있다. 집권 초기부터 비판 받았던 부자 감세 등 '반서민정책'의 기조도 바뀔 때가 됐다. '살만한 사람'이 아니라 '고단한 사람'을 위한 정책들이 나와야 한다. 먹고 사는 일에 허덕이는 서민을 위한 정책을 세울 때란 얘기다. 다행히 얼마전 이명박 대통령이 '서민 살리기'를 다시 꺼내 들었다. 이 대통령이 '서민'을 국정 운영의 중심에 둬야 한다고 강조한 것. 모처럼 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친서민정책'을 기대해 본다.<김병준 경제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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