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무더위'
입력 : 2010. 08. 10(화) 00:00
시간은 에누리가 없어 올해 달력도 '허리'를 꺾은 지 벌써 한 달을 넘긴 8월 복더위의 한 복판이다.

정말 덥기는 더운 요즘이다. 몸 곳곳의 땀구멍이 땀줄기를 내뿜는 게 잠시도 쉴 틈이 없다. 낮은 그렇다치더라도 밤에도 잠 못이루는 시간의 연속이다보니 아침에 일어나도 띵한 머리에다 온 몸이 영 개운치 않아 하루 일과가 참 버거운 요즘이다.

언제부턴가 더위를 표현하는 말들이 천방지축이라 할 정도로 도를 넘기기 일쑤다. 가마나 화로속에 들어가 보지도 않았으면서 세상이 가마솥 더위 같다고 하는가 하면 화로속같이 뜨겁다고도 한다. 혹자는 마치 찜통에 들어가 본 사람처럼 '찜통더위'를 쉽게 얘기한다.

열대야(熱帶夜)라는 말은 아예 우리 일상생활에서 다반사로 오르내린다. 정작 열대지방의 밤은 주·야의 기온차가 심해 서늘하다고 한다. 그냥 밤의 옥외기온이 25도를 넘길 정도로 무덥다보니 '열대야'라 칭해 부른다고 이해하면 될 성 싶다.

어쨌든 최근 기온은 30도를 넘어 34~35도까지 오르내린다. 그만큼 해를 거듭할 수록 여름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여름나기에 힘든 인간들이 집이나 승용차, 사무실속에서 연일 에어컨 바람에 쐬이다보니 거기서 나온 열들이 도심지 공간마다 모인다. 모인 열기들은 '열섬'을 형성하고 무더위를 더욱 부채질하는 악순환을 연출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 종일 주택가나 차량 행렬 옆을 걸을때나 빌딩사이를 지나다보면 도로로 뿜어지는 에어컨 열기에 숨막혀 걷기 자체가 힘들 정도다.

무더위를 쫓으려 자연과 싸움을 벌인다 하지만 결국 그 더위는 다시 인간에게 달려 드는 형국으로, 여름나기를 더 힘들게 한다.

이제 여름나기는 달라져야 한다.

절기상으로 지난 7일 입추를 보냈다. 8일 말복에 이어 오는 23일이면 여름이 지나 더위가 한풀 꺾이고 선선한 가을을 맞게 된다는 처서다.

다른 한 켠에선 절기는 바야흐로 가을을 알리고 있지만 올 여름 무더위가 기상이변으로 9월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올 봄 이상저온 현상이 예상외로 길어진데 따른 연장선상에서 여름도 길게 이어질 것이란 예측이다.

예로부터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도 비틀어진다고 했다. 설사 올 무더위가 8월을 넘겨 9월까지 이어진다해도 절기상 처서와 백로(9월 8일)를 막지는 못할 것이다. 낮에는 덥더라도 아침 저녁으론 선선한 가을의 시작을 어쩌지 못할 것임을 경험법칙상 우리는 알고 있다.

무엇보다 더위에 대한 내성(耐性)이 문제다. "이쯤 더위야"하고 이겨야 한다. 그래야 덜 덥다. 갑자기 날아든 제4호 태풍 '뎬무'소식은 올 무더위도 떠날 날이 머지 않았음을 예고하지 않는가.<김기현 제2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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