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빚 권하는 사회
입력 : 2010. 09. 07(화) 00:00
가가

꽤 자주 들었던 얘기다. 옛 어른들이 "빚지고는 못산다"고 했다. 남의 돈을 빌리고 갚지 못하면 마음이 항상 편치 않다는 의미다. 철모른 시절 들었던 탓일까. 그냥 가벼이 듣곤 흘려버렸다. 그런데 요즘은 '빚지고 못산다'는 말이 통렬하게 와닿는다. 대한민국은 지금 각종 '빚문제'로 난리가 아닌가. 국가나 지방정부나 공기업이나 가릴 것이 없다. 다들 빚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그만큼 '빚'이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특히 그 어떤 빚보다 국민 개개인이 진 가계빚이 심상찮다. 얼마전 한국은행이 발표한 가계빚을 보면 실감난다. 올해 6월말 현재 가계빚이 처음으로 700조원을 넘어섰다. 가계빚의 규모도 문제지만 증가 속도 역시 무섭다. 올해 2분기에만 무려 15조원이나 불었다. 1분기 증가분(5조4000억원)에 비해 그 증가폭이 3배 가깝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부채를 줄이는 노력과는 영 딴판이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가계대출 가운데 변동금리가 90%에 달한다는 점이다.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서민들의 빚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국제신용평가사인 'S&P'도 우리나라 가계대출의 문제점으로 변동금리를 지적했다. 가계대출이 가처분소득에 비해 많고 대부분 변동금리여서 금리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서민가계는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치명타를 입는다. 때문에 금리인상은 가계부실의 뇌관이나 마찬가지다.
상황이 이런데도 더 빚을 내도록 권유하는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정부는 부동산거래 활성화를 명분으로 총부채비율(DTI)을 완화했다. 지난 7월부터 출시된 '햇살론' 등 서민전용 대출도 급격히 늘고 있다. 예전보다 금리부담을 낮춰준다는 점은 환영할만 하다. 하지만 행여 '빚 권하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빚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보다 되레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가계빚 급증으로 인한 후유증까지 걱정하기에 이르렀다. 빚이 늘어나게 되면 가계의 소비심리를 위축시킨다. 이는 투자 둔화와 고용 감소 등으로 이어진다. 결국 경제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가계빚이 우리경제의 발목을 잡는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갈수록 가계빚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으니 어쩌겠는가. 가계빚으로 한국경제에 사실상 비상등이 켜진 셈이다.
그럼에도 계속 빚지기를 권하고 있다. 빚져도 갚을 여력이 충분하다면야 얼마든지 빚질 수 있다. 문제는 빌린 돈을 갚을 능력이 시원찮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듯이, 일단 빚지고 본다는 심사라면 큰 일이다. 가계든 기업이든 한번 빚의 수렁에 빠지면 좀처럼 헤어나오기 어렵다. 이게 바로 빚의 속성이다. 서서히 짓누르는 '빚의 무게'는 감당하기 힘들어진다. 그래도 계속 빚을 내도록 권할건가.
<김병준 경제부국장>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가계대출 가운데 변동금리가 90%에 달한다는 점이다.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서민들의 빚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국제신용평가사인 'S&P'도 우리나라 가계대출의 문제점으로 변동금리를 지적했다. 가계대출이 가처분소득에 비해 많고 대부분 변동금리여서 금리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서민가계는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치명타를 입는다. 때문에 금리인상은 가계부실의 뇌관이나 마찬가지다.
상황이 이런데도 더 빚을 내도록 권유하는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정부는 부동산거래 활성화를 명분으로 총부채비율(DTI)을 완화했다. 지난 7월부터 출시된 '햇살론' 등 서민전용 대출도 급격히 늘고 있다. 예전보다 금리부담을 낮춰준다는 점은 환영할만 하다. 하지만 행여 '빚 권하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빚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보다 되레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가계빚 급증으로 인한 후유증까지 걱정하기에 이르렀다. 빚이 늘어나게 되면 가계의 소비심리를 위축시킨다. 이는 투자 둔화와 고용 감소 등으로 이어진다. 결국 경제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가계빚이 우리경제의 발목을 잡는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갈수록 가계빚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으니 어쩌겠는가. 가계빚으로 한국경제에 사실상 비상등이 켜진 셈이다.
그럼에도 계속 빚지기를 권하고 있다. 빚져도 갚을 여력이 충분하다면야 얼마든지 빚질 수 있다. 문제는 빌린 돈을 갚을 능력이 시원찮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듯이, 일단 빚지고 본다는 심사라면 큰 일이다. 가계든 기업이든 한번 빚의 수렁에 빠지면 좀처럼 헤어나오기 어렵다. 이게 바로 빚의 속성이다. 서서히 짓누르는 '빚의 무게'는 감당하기 힘들어진다. 그래도 계속 빚을 내도록 권할건가.
<김병준 경제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