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제주는 '공정사회'로 가고 있나
입력 : 2010. 09. 14(화) 00:00
요즘 '공정사회'란 화두를 놓고 전국이 들썩거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15 경축사에서 처음 거론하면서 촉발됐다.

이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국정과제로 제시한 '공정사회'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는 후보자들의 불·탈법 사례가 속속 드러났다.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이 과정을 지켜본 국민들은 "이런게 공정사회인가"라는 자괴심에 빠져들었다.

특히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딸의 '나홀로 특채' 사건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기조인 공정사회의 근간을 뒤흔들어 놓았다. 국민들도 인내력의 한계를 넘어 분통을 터뜨렸다. 입으로만 외친다고 공정사회가 되느냐는 국민적 비판은 정치권과 관가를 비롯해 우리 사회 전반에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검찰의 행보와 정관계의 움직임이 예의주시되는 가운데 감사원이 먼저 칼을 뽑았다. 감사원은 사상 첫 공직인사 특별점검을 선언했다. 특채 의혹이 정부기관 뿐만 아니라 공기업, 지자체 등 전방위적으로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사회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자 이 대통령은 기준을 제시했다. '공정사회는 출발과 과정에서 공평한 기회를 주되, 결과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는 사회'라고 정의했다. 더욱이 공정사회는 사회 지도자급, 기득권자가 지켜야 할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공정사회 주장은 진정성 유무를 떠나 우리 모두를 되돌아보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제주는 공정사회로 제대로 가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제주사회에도 불공정한 행태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선거때마다 되풀이되는 공무원들의 줄서기는 공정사회를 저해하는 전형적인 폐단으로 지목된다. 능력이나 실적이 아니라 선거에 얼마나 기여했느냐에 따라 좌천 또는 보은인사가 이뤄져 왔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말한 공평한 기회와는 거리가 멀다.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않은 채 밀어붙여 도민 사회를 갈등구조로 만든 해군기지는 어떤가. 공모제를 시행해 놓고 측근들로 자리를 채운 것 역시 대통령이 말한 형평의 원칙에 맞지 않다.

또 추석이 다가오지만 도내 체불임금은 1203명에 38억원에 이른다. 최저 임금법을 위반한 사업장도 80곳에 달한다. 가진 자가 없는 자에게 나눠주는 것 또한 공정사회라는 대통령의 지적과는 배치되는 현상들이다.

이 대통령의 공정사회 담론이 국민적 호응을 얻으려면 답은 정해져 있다. 공정사회는 강자와 가진 자들이 먼저 기득권을 버리는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기득권 세력의 불공정을 바로 잡을 수 있는지가 공정사회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있다. 보편타당한 상식이 통하는 사회는 국민 모두가 염원하는 사회다.

<고대용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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