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요지경 세상, 돈이 썩었지
입력 : 2010. 11. 09(화) 00:00
요즘 선진국들은 부채문제로 난리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채 때문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단적으로 문명의 발상지인 그리스는 쇠락의 진원지로 전락했다. 이젠 부채가 한 나라의 명운을 좌우하고 있다. 그러고보면 우리 조상들의 지혜는 남달랐다. 속담이 있잖은가.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고 했다. 뒷일은 생각지 않고 '외상'이라면 뭐든지 한다는 의미다. 결국 빚으로 힘들어질 수 있음을 역설적으로 경고한 말이 아닐까 싶다.

얼마전 끝난 국정감사를 통해 공공기관의 '요지경 세상'을 본다. 특히 우리나라의 공기업들을 보면 가관이다. 기가 막히고 개탄스런 일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부채에 대한 개념이 있는지, 이게 과연 기업인지. 마치 공기업은 딴나라 세상에 존재하는 것처럼 비친다. 빚이 많든 적자가 많든 상관치 않는다. 공기업들은 하나같이 성과급잔치에 여념이 없다.

우선 한국토지주택공사(LH)부터 보자. 빈사상태에 놓인 LH의 부채가 무려 120조원에 육박한다. 하루에 내야할 이자만 100억원에 이른다. 그런 LH가 자구노력은 고사하고 성과급 챙기기에 바쁘다. 올해 경영성과급으로 1000억원 가까운 돈을 뿌렸다. 급기야 정부가 국민의 혈세로 LH 구하기에 나섰다. 내년 1조2000억원 등 2015년까지 3조3000억원을 쏟아붓는다.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하지만 이 역시 LH 부채에 대한 1년치 이자도 안된다.

한국전력은 어떤가. 만만찮다. 한전은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영업적자가 2조원이 넘는다. 그래설까. 마치 기다렸다는듯이 전기료 인상을 들고 나왔다. 이러면서 한전은 직원들에게 500%라는 후한 성과급잔치를 벌인다. 그게 자그만치 3700억원이다. 하다못해 허리띠 졸라매는 시늉조차 없다. 흥청망청 쓰다 곳간이 비니까 채워달라-전기료 인상-는 식이다. 곱게 볼 수가 없다.

지방공기업도 성과급잔치는 마찬가지다. 전국 지자체 산하 131개 공기업은 지난해 4501억원의 적자를 냈다. 2008년보다 1057억원이나 불어났다. 지방공기업의 90%(118개) 이상이 높은 부채비율과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이렇게 경영실적이 나빠졌는데도 매년 성과급을 나눈다. 최근 3년간 지급된 성과급이 5500억원에 달한다. 재정이 좋든 안좋든 빚내서라도 보너스를 주고 있는 셈이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한번 가정해 보라. 만약 '사기업이라면' 말이다. 빚더미속에 적자를 내면서 성과급 얘기가 나올 수 있을까. 공기업만이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추궁도 없다. 처벌 대신 되레 성과급까지 베푸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이런 기이한 세상이 있는가. 그러니 공기업은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뭐가 '공정한 사회'인지 반추하게 된다.

<김병준 경제부국장>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1 개)
이         름
이   메   일
8091 왼쪽숫자 입력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
송관식 11-09 08:30삭제
저는 한전 직원입니다.(글로 인한 오해는 없으시라고 실명과 신분을 밝힙니다.)
한전은 전기를 발전회사에서 구입하여 국민들에게 공급하고 요금을 받아서 회사를 운영합니다. 부국장님이 잘 아시다시피 지난 3년간 전기를 생산하는 원료인 기름과 유연탄의 값은 그전보다 2배~1.5배정도 올랐습니다. 따라서 발전회사에서 구입하는 전력의 단가는 오른 반면에 전기요금은 3%정도밖에 오르지 않았습니다.정부에서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하는 정책때문이지요. 반면에 정부는 여러가지 이유로 원가에 미달하는 전력공급을 강요하고 있습니다.예를 들자면 전력판매량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전력은 저희가 발전회사에서 구입하는 원가의 90%수준입니다. 팔면 팔수록 적자가 커지는 구조인 것이지요.
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한전 적자의 주요인입니다.

한편 성과급이야기는 고전에 속하는 이야기입니다. 공기업은 명칭이 성과급이지 사실은 급여의 일부분을 떼내어 지난해 경영성과를 평가하여 익년도에 차등으로 지급하는 보너스입니다.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성과급은 사기업에서 평달에 지급하는 보너스외에 년말에 그해의 경영성과에 따라 지급하는 추가의 금액입니다. 공기업의 성과급을 사기업의 성과급과 달리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저희는 지난해 UAE 원자력 수출 등을 인정받아
전체 공기업중에서 유일하게 최고인 S등급을 받아 500%를 지급받았습니다.(지급율은 아시다시피 정부에서 결정합니다.)

부국장님의 의도는 공기업의 개혁과 국민경제에 대한 기여를 촉구하시는 것이지만 한전의
기여가 큰 것은 인정하실 것입니다.저희도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사족이지만 한마디 더 덧붙이고 싶은 것은 3,700억원은 큰 돈이지만 그것을 전체 22,000명이나 되는 직원이 나눈다면, 또 저희가 지급받는 방식대로 년 4회의 보너스로 나누어 받는다면 큰 금액이 아니라는 것도 알아 주셨으면 합니다.(정원 500명의 마사회같은 작은 조직은 같은 500%라고 해도 총액은 얼마 안됩니다.)

부국장님 말씀대로 국민의 공복으로서 한전이 끊임없이 변신하면서 더욱 효율화하고 혁신할 것을 직원의 한사람으로 다짐하면서 저희의 답답한 심정을 알아 주시기를 빌어 봅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ϴ 주요기사더보기

기사 목록

한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