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본말전도된 자전거정책
입력 : 2010. 12. 21(화) 00:00
미국발(發) 유머 한 토막.

한 카운티(county·자치주)에서 다리를 놓기 위해 교량기술자를 고용했다. 또 원활한 자금관리를 위해 경리아가씨와 회계책임자를 배치했다.

문제는 의회에서 발생했다. 카운티의회가 "다리 하나에 투입되는 예산치고는 너무 많다"며 "예산을 줄일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카운티 당국은 고심(?) 끝에 결국 교량기술자를 해고했다. 본말전도(本末顚倒)의 전형이다.

최근 우리 제주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오는 2020년까지 3개 분야별 12개 추진전략을 달성해 국제사회로부터 세계환경수도 공인을 받기로 했다. 제주자치도는 이같은 계획의 하나로 자전거도로 800㎞를 시설해 자전거 교통수단 분담률을 10%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제주자치도는 이와 병행해 지난해 7월 행정안전부 공모에서 선정된 자전거 스테이션 무인이용시스템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비 4억원을 들여 거치대 6개소를 만들고 1대당 40만~50만원 상당의 자전거 84대를 구비한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이같은 계획 만으로 자전거 타기가 생활화될 수 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현재 제주자치도의 자전거 교통수단 분담률이 극히 저조한 것은 환경·사회적 요인이 크다.

도로의 경사가 심해 자전거를 타기가 쉽지 않은데다 비·바람 등의 날씨가 많아 이용하기가 어렵다. 자전거를 타고 출근·등교를 하더라도 마땅히 씻을 공간이 없을 뿐더러 탈의실 조차 갖춰진 곳도 드물다.

자전거도로 역시 인도와 함께 사용되는 등 극히 모자라다. 제주자치도는 지난 1994년부터 자전거전용도로 개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2011년까지 예산 259억원을 투자해 총 277㎞의 자전거전용도로를 개설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국비지원이 중단되면서 지난 2007년까지 개설된 자전거전용도로는 76㎞에 그치고 있다.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는 자전거 이용자의 눈으로 현재의 문제점을 정확히 짚어내야 한다.

운동 삼아 자전거를 타지만 무엇 때문에 출퇴근으로 연결되지 않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무엇보다 교통수단으로서의 자전거가 상대적으로 안전하지 못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도로 다이어트 등을 통한 자전거 전용차로의 도입, 자전거 수리 서비스센터 확충, 샤워 및 탈의시설 지원 등도 우선돼야 한다. 이같은 문제점들이 해결됐을때 자전거 스테이션 무인이용시스템·자전거 캐리어버스 도입을 검토해도 늦지 않다. 지엽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영종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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