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지혜의 상징 토끼로부터 배우자
입력 : 2011. 01. 04(화) 00:00
토끼의 해 신묘년(辛卯年) 새해가 밝았다. 옛 사람들은 토끼를 통해 지혜와 평화의 의미를 되새겼다. 전통문화 속 토끼는 몸집은 작지만 영특한 동물로 그려진다. 위기를 돌파해 가는 '꾀돌이 토끼'의 이미지는 우리 전통문화 곳곳에 스며있다.

토끼는 세계 여러 나라의 신화에 자주 등장한다. 특히 우리나라 민담에서 토끼는 바닷속 용궁에서 간을 빼앗길 뻔 하다 용왕과 별주부를 속이고 무사히 육지로 돌아온 이야기에서부터, 달 속 떡방아를 찧는 토끼에 이르기까지 의롭고 꾀 많은, 때로는 신비로운 동물로 여겨져 왔다.

호랑이와 자라를 속이는 토끼의 이야기 등은 토끼가 지혜로운 동물로 표현된 대표적 이야기다. 또 불교 설화에서 토끼는 자기 희생의 상징으로 묘사된다. '대당서역기'에는 제석천(불교의 수호신)을 위해 소신공양하는 토끼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토끼의 소신공양에 감동한 제석천은 토끼의 형상을 달에 새겨 후세의 영원한 본이 되게 했다고 한다.

달나라에서 절구질하는 토끼는 할머니의 단골메뉴이자 매일 들어도 싫지 않는 재미있는 이야기다. 토끼는 우리 민족의 삶에 너무나 가까운 동물이다. 큰 귀를 이용해 체온을 조절하는 토끼의 지혜와 큰 눈으로 사방을 조심스레 살피는 조심성은 토끼의 큰 장점이다.

지난 한해 제주사회를 반추해보면 밝은 면보다 암울한 면이 많았다. 최대 현안인 해군기지 문제는 또 다시 해를 넘기게 됐다. 우근민 도정이 취임 후 의욕적으로 해결하려 했던 해군기지 문제는 갈등 극복에 대한 해법의 진정성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원점으로 회귀했다. 해군의 밀어붙이기식 공사 강행에 맞선 강정주민과 시민단체들의 강제연행, 천막농성 추진과정에서 발생한 폭력사건 등은 갈등의 골을 더 깊게 만들었다.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집행부와 의회의 잦은 대립각은 도민들의 우려를 사기에 충분했다. 집행부의 예산 편성권과 의회의 심의권은 모두 존중돼야 한다. 하지만 내 것만 소중히 여기고 상대방의 것은 하찮게 여긴다면 생산적 동반관계 구축은 기대하기 어렵다.

더욱이 우 도정 출범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대중앙 절충력'의 한계는 도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세계자연보전총회 국비 대폭 삭감, 특별법 개정안 국회통과 실패, 신공항 건설 추진계획의 후퇴 등 현안해결은 답보상태에 머물렀다.

우 도정이 주창한 것처럼 제주사회는 현재 경제·사회통합위기에 놓여 있다. 흔히들 위기는 기회이고, 시련은 극복의 대상이라고 한다. 또 진정한 리더십은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빛을 발휘한다고 했다. 도민들은 새해를 맞아 우 도정이 토끼의 지혜로움 처럼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고대용 정치부장>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091 왼쪽숫자 입력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
ϴ 주요기사더보기

기사 목록

한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