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둘레길
입력 : 2011. 04. 19(화) 00:00
유럽사회와 미국사회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예컨대 소수는 다수의 뜻을 따라야 한다는 다수결의 원칙이 민주주의이며, 빈곤은 국가나 사회가 아닌 시장 구성원인 각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자본주의 사고방식 등은 '미국 것'이다. 유럽사회는 누가 얼마나 가졌느냐보다는 삶을 어떻게 즐기느냐를 더 중요시 여긴다.

우리가 '우리 것'을 만들려면 물질보다 정신에 무게를 둔 '유럽 것'을 더 참조해야지 않을까.

현대사회에서 스트레스를 늘게 하는 주 원인중 하나는 나쁜 소식을 과장하는 신문과 방송의 헤드라인 뉴스라는 학계 연구가 있다. 옛날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접촉하는 것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오늘날은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끔찍한 사건과 미래 위협요소를 매일 언론매체를 통해 접할 수 밖에 없는 현실속에 살고 있다. 그만큼 걱정해야 할 사항의 목록이 길어진 것이다. 문제는 스트레스 부작용으로 인체의 면역력을 떨어뜨려 각종 질병에 더 잘 걸리게 한다는 점이다.

오는 29일 선보일 한라산 둘레길은 현대인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보다 여유로운 삶을 누릴 기회를 주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한라산 해발 600~800m의 국유림 일대를 둘러싸고 있는 80㎞의 환상(環狀)숲길인 둘레길은 지난해 1단계로 서귀포자연휴양림~서홍동 시오름구간 9km에 이어 올해는 영실입구~애월읍 천아오름간 5km의 둘레길 조성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이달말 개통할 첫 둘레길 구간이 바로 서귀포자연휴양림~시오름구간 9km이다.

한라산 둘레길은 일제 강점기 때 만들어진 병참로와 임도, 표고버섯 재배지 운송로 등을 활용해 연결한 길이다. 한마디로 길을 새로 내는 것이 아니라 세월속에 묻혀져 있던 옛길을 회복하는 것이다. 제주 중산간과 작은 섬, 해안 등의 숨은 비경을 따라 걷는 여행길이 올레길이라면 둘레길은 녹음으로 우거진 숲길에서 생태·역사·문화의 흔적들을 느끼며 숲과 사람이 '하나'되는 기회를 줄 것이다.

둘레길은 산을 수직으로만 아니라 수평으로도 오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터벅터벅 산길을 걷다보면 오직 정상만이 산행으로 여겼던 사람들에게 고행(苦行)이 아닌 기쁨의 산행을 선사할 것이다. 가파른 등산길이 아닌 오르락 내리락 능선길도 새로운 즐거움이다.

다음달 22일부터 선보일 사려니숲길 트레킹도 추천할 만하다. 녹음속에 온갖 야생화들이 만발한데다 숲길 자체가 남녀노소 무리없이 걸을만큼 평이한 점이 장점이다.

4월마저 얼마 남지 않아 곧 가정의 달 5월을 앞두고 있다.

온 세상이 일에 치어 또는 돈에 미쳐 달려가는 이 때 둘레길 숲속 녹음(綠陰)을 통해 잠시나마 여유의 시간을 갖자.

<김기현 제2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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