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전곡리에서 고산리유적을 보다
입력 : 2011. 04. 26(화) 00:00
가가

고고학계에 모비우스 학설이란 것이 있다. 세계 구석기 문화를 유럽·아프리카는 아슐리안 석기문화, 동아시아는 그보다 기술적으로 덜 발달된 찍개문화로 이원화해서 설명하는 학설이다. 미국인 고고학자 H.모비우스의 학설에 따라 아시아 지역의 선사문화는 유럽이나 아프리카에 미치지 못한다는 서구 중심적인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전기구석기시대를 대표하는 아슐리안형 석기가 아시아에서는 발견될 수 없다고 보는 모비우스 학설은 1978년 경기도 전곡리에서 보기 좋게 깨졌다. 이곳에서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최초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가 발견돼 세계 고고학계를 놀라게 한 것이다. 그로부터 33년이 흐른 지금 전곡리 선사유적은 이제 세계적인 구석기박물관으로 탄생했다. 바로 어제 전곡선사박물관이 문을 연 것이다.
전곡리 구석기유적과는 시대적 의미가 다르겠지만 제주에도 그에 못지않은 고산리 신석기유적이 있다. 고산리유적은 동아시아 초기신석기문화의 발생과 관련 있다는 점에서 국내 고고학계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은 크다. 고산리유적은 기원전 8000년 전, 학자에 따라서는 1만년 전 무렵까지 보기도 한다. 고산리유적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강원도 양양 오산리유적 등지의 8000년 전(B.P) 정도가 신석기 상한이었다.
게다가 고산리유적은 후기구석기 말기와 초기신석기 사이의 문화양상을 보여주는 전환기 유적으로 학계의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고산리유적의 비교대상은 국내가 아닌 러시아 아무르강 유역이나 일본과 닿아있다는 점에서 국제적인 시각과 접근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산리유적의 중요성은 등한시해왔다. 전곡리유적의 경우는 발견 이후 박물관 개관 전까지 17차례에 걸친 발굴조사가 진행됐고, 수차례의 국제심포지엄과 매년 구석기문화축제를 벌여왔다. 박물관 건물은 국제설계 공모를 통해 건축됐다. 지속적인 연구조사와 투자가 있었기에 오늘날 세계적인 박물관으로 우뚝 서게 된 것이다. 그 중심에는 경기도의 든든한 지원과 경기문화재단과 전문가들의 열성이 있었다. 기자도 지난해 10월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전곡리 현장에서 관계자들의 자부심에 찬 얼굴과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전곡리와 비교하면 고산리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 1987년 처음 알려진 이후 지금까지 꾸준한 연구조사는 물론 제대로 된 보고서 하나 나오지 못했다. 이제야 제주도와 제주시가 나서 관련 연구기관과 함께 발굴과 정비방안을 모색 중이다. 고산리유적 주변은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된 수월봉 등 자원이 풍부하다. 얼마든지 세계적인 자원으로 가꿔나갈 수 있는 인문·자연환경을 갖춘 곳이라는 점에서 제주도와 제주시의 관심과 정책적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회교육부장>
전곡리 구석기유적과는 시대적 의미가 다르겠지만 제주에도 그에 못지않은 고산리 신석기유적이 있다. 고산리유적은 동아시아 초기신석기문화의 발생과 관련 있다는 점에서 국내 고고학계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은 크다. 고산리유적은 기원전 8000년 전, 학자에 따라서는 1만년 전 무렵까지 보기도 한다. 고산리유적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강원도 양양 오산리유적 등지의 8000년 전(B.P) 정도가 신석기 상한이었다.
게다가 고산리유적은 후기구석기 말기와 초기신석기 사이의 문화양상을 보여주는 전환기 유적으로 학계의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고산리유적의 비교대상은 국내가 아닌 러시아 아무르강 유역이나 일본과 닿아있다는 점에서 국제적인 시각과 접근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산리유적의 중요성은 등한시해왔다. 전곡리유적의 경우는 발견 이후 박물관 개관 전까지 17차례에 걸친 발굴조사가 진행됐고, 수차례의 국제심포지엄과 매년 구석기문화축제를 벌여왔다. 박물관 건물은 국제설계 공모를 통해 건축됐다. 지속적인 연구조사와 투자가 있었기에 오늘날 세계적인 박물관으로 우뚝 서게 된 것이다. 그 중심에는 경기도의 든든한 지원과 경기문화재단과 전문가들의 열성이 있었다. 기자도 지난해 10월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전곡리 현장에서 관계자들의 자부심에 찬 얼굴과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전곡리와 비교하면 고산리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 1987년 처음 알려진 이후 지금까지 꾸준한 연구조사는 물론 제대로 된 보고서 하나 나오지 못했다. 이제야 제주도와 제주시가 나서 관련 연구기관과 함께 발굴과 정비방안을 모색 중이다. 고산리유적 주변은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된 수월봉 등 자원이 풍부하다. 얼마든지 세계적인 자원으로 가꿔나갈 수 있는 인문·자연환경을 갖춘 곳이라는 점에서 제주도와 제주시의 관심과 정책적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회교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