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가 을
입력 : 2011. 08. 23(화) 00:00
시간은 에누리가 없다. 올해 달력도 8월 복더위의 한 복판을 지나 가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절기상으로 9월을 알리는 입추(8일)를 지나 처서(23일)를 맞았다. 처서를 지나면 더위가 한풀 꺾이고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날씨때문에 모기 입도 비틀어진다고 했다.

9월이면 백로(8일)와 추석(12일)도 바로 다가온다. 설사 올 무더위가 8월을 넘겨 9월까지 이어진다 해도 절기상 처서와 백로를 막지는 못할 것이다. 낮에는 덥더라도 아침 저녁으론 선선한 가을의 시작을 어쩌지 못할 것임을 경험법칙상 우리는 알고 있다.

"여름이 그 마지막을 향해/잠잠히 몸부림친다/잎새들이 하나씩 금빛 물방울이 되어/높은 아카시아나무에서 굴러 떨어진다 /죽어가는 정원의 꿈속에서 /여름이 깜짝 놀라 피로한 웃음을 띄운다 /여름은 지금 잠시동안 /장미꽃과 더불어 잠들고 싶어한다 /이윽고 여름은 서서히 /피로한 그 큰 눈을 감는다…" 헤르만 헤세의 9월이다.

올 8월은 엄청난 수해(水害)로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내 근심, 걱정이 무척 많았던 한달이었다. 9호 태풍 '무이파' 영향으로 전국에 강풍과 많은 비를 뿌리면서 엄청난 피해를 남겼는가 하면 때아닌 물난리로 온 나라를 들썩이게 했다.

제주 섬도 예외는 아니었다. 강정 해군기지문제로 제주사회는 8월 한달 내내 그 어느 때보다 더 뜨거운 '전쟁'을 치뤄야 했다.

제주해군기지건설 예정지 공사강행여부를 둘러싸고 일부 시민사회단체와 종교계, 지역주민 등의 반대운동은 날이 갈수록 강하게 펼치는 가운데 정부와 해군측은 공사강행을 위한 공권력 투입 움직임을 가시화하면서 온 도민을 넘어 전 국민의 관심사로 떠오를만큼 '일촉즉발'의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급기야 정치권이 나서 문제 해결을 시도하고 있지만 군기지 건설 공사 강행과 일시 중단, 군기지 건설 백지화 등으로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어디서부터 풀어 나갈 수 있을지 의문시되는 상황이다.

강정 해군기지 건설문제가 현 시점에서 아무리 풀기 어려운 형국까지 이르렀지만, 도민과 전 국민의 편에서 다시 한번 '대타협'의 자세로 당사자들간에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최근 제기되는 주민투표와 여론조사 등도 완전하게 충족하진 않지만 서로가 지혜를 모으고 머리를 맞댄 결과의 하나가 아닌가.

가을로 들어서는 9월하면 높은 하늘과 산들바람, 단풍 국화향기가 떠오른다. 가을은 쓸쓸하고 스산한 계절로 비쳐지지만 다른 한편으론 결실의 계절, 수확의 계절이기도 하다. 오곡백과가 여물고 익어가며 모든 것이 풍성해지 듯이 우리네 마음도 풍요로워져 풀기 힘든 지역 문제를 지혜롭게 헤쳐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기현 제2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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