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25시]효녀·효부를 만나다(병원일기 1)
입력 : 2012. 02. 28(화) 00:00
병원 중환자실은 사람의 생사(生死)가 공존하고 있는 곳이다.

'어느 날 갑자기 쓰러진 뒤 손 쓸틈도 없이 우리 곁을 떠나버린 어머니…', '가족의 극진한 보살핌에도 불구하고 40대에 생을 마감한 아버지…', '태어나면서부터 줄곧 인큐베이터와 중환자실에서 미숙아 치료를 받고 있는 신생아…' 등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중환자실에서 생활하고, 생을 마감한 환자들의 이야기를 전해들을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

기자는 최근 중환자실의 환자 보호자로서 이곳에서 약 3주간 생활을 했었다.

중환자실 입원자 대부분이 중증환자로서 이들의 보호자는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다. 환자의 상태가 좋아지면 그들의 얼굴도 밝아지고, 반면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는 말을 전해듣는 순간 근심, 걱정이 태산처럼 늘어난다.

이 모두가 생명의 소중함을 몸소 체험하고 있기에 가질 수 있는 감정의 기복처럼 느껴진다.

병문안을 온 환자 가족들에게 가장 많이 들을 수 있었던 말이 있었는데 "이러니까 딸(여자)이 있어야 해"라는 말이다.

부모님이나 자녀의 병수발을 드는 모습을 보면 여성이 가진 모성(母性)의 위대함을 알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남자들은 '제주도 남자가 이래서 인기가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매일 하루 3차례 있는 면회시간마다 파킨슨병에 걸려 쓰러져 의식이 없는 할아버지의 손과 발을 닦아드리는 손녀, 그녀는 늦은 밤까지 환자대기실에 남아 할아버지의 상태를 챙기는 일도 잊지 않았다. 뇌출혈로 쓰러져 의식이 없는 어머니의 귀에 대고 "효도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면서 눈물을 글썽이는 딸. 오랜 투병생활로 심장박동이 점점 희미해져가는 아버지를 살리겠다면서 두손을 모아 기도를 이어가는 딸.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주변사람들의 눈에는 눈물이 마르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항상 응원과 격려의 말을 건넨다.

오늘도 도내 병원 중환자실 밖에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신음하고 있는 가족의 쾌유를 기원하는 여성들이 있을 것이다. 도민 모두가 이들에게 사랑 나눔으로 용기를 북돋워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명선 사회교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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