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사람](12) 김진희 이듬해봄 대표
입력 : 2017. 08. 18(금) 00:00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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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거리 책방… 과하지 않은 곳으로"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리의 빈집을 고쳐 만든 이듬해봄의 김진희 대표. 편안함이 있고 과하지 않은 공간으로 책방을 꾸려가고 싶다고 했다. 진선희기자
빈집 고쳐 마을안 골목길에 지친 이들을 위로하는 책 등
특별함 없지만 편안한 공간 심야 책방 운영 등 소통 늘려
납작한 집 한채가 있는 사진 아래 이런 글귀가 있다. '내 마음을 요동치게 하는 이곳'. SNS에 써놓은 문구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지 오랜 폐가였지만 그는 그 집 앞에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제주 이주 6년차가 되는 지난해 9월의 일이다. 그는 일손을 빌려 집안 구석구석 고치고 다듬었다. 손봐야 할 곳이 많았지만 소득도 있었다. 먼지를 털어내니 고색창연한 문짝, 책상 따위가 모습을 드러냈다.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리의 이듬해봄. 작년 가을 빈집을 개조하는 공사를 시작해 지난 5월 문을 열었다. 겨울을 나느라 작업 기간이 길어졌고 그 이름처럼 이듬해 봄이 되어서야 늘 꿈꿔오던 책방을 꾸리게 됐다.
책방은 올레처럼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 골목 맨 끝에 있다. 차를 이용한다면 큰 길에 세워두고 동네 마실 가듯 또박또박 걸어가야 다다른다.
제주도 작은 책방 투어가 유행처럼 벌어지고 있는 이즈음, 이듬해봄 김진희 대표는 차가 진입하지 못하는 곳에 서점을 차린 게 다행이라고 했다. 오래전부터 주민들이 터잡은 마을에 낯선 차량이 소리를 내며 드나드는 일이 폐를 끼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키작은 풀들이 얼굴을 내민 마당을 지나 안거리에 들어서면 제주 가옥에서 흔히 보던 나무 마루가 먼저 발끝에 닿는다. 시멘트 바른 돌담벽도 정겹다. 마루를 가운데 두고 세 개의 방이 서가로 변했다. 특별함은 없지만 편안함은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과하지 않게 꾸미려 했다.
이듬해봄이 주목하는 책들은 시, 소설, 에세이, 사진집 등이다. 독립출판물부터 대형 출판사에서 낸 책들까지 걸쳐있다. 김 대표는 판매 중이거나 입고 예정인 책에 대한 짤막한 감상평을 수시로 SNS에 올려놓는다. 수다한 세상살이에 지친 이들에게 가만가만 위로를 건네는 책들이 눈에 띈다. 헬싱키, 오키나와 등 떠나고 싶은 이국의 사연도 자리잡았다.
여행객들이 좋아할 만한 책을 갖춰놓은 듯 하지만 이듬해봄 방문객들의 절반은 대정 주민 등 제주 사람들이다. 마을 안에 생겨난 만큼 문턱이 높지 않은 서점으로 가꿔가겠다는 마음이 커지는 이유다. 대정에 살며 초등생 아들을 둔 학부모인 김 대표는 기회가 되면 같은 동네서 자라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한 한글모임을 책방에서 열 계획이다. 이번 주말엔 '인연'을 주제로 '오래된 집에 머물다'의 박다비 등 세 명의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첫 '심야 책방'을 운영한다. 직장인 등 낮시간대 이듬해봄을 찾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기획됐다.
김 대표는 "초심을 잃지 않는 봄날의 따스함으로 이듬해봄을 이끌어 가고 싶다"고 했다.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요일엔 문을 닫는다.
특별함 없지만 편안한 공간 심야 책방 운영 등 소통 늘려
납작한 집 한채가 있는 사진 아래 이런 글귀가 있다. '내 마음을 요동치게 하는 이곳'. SNS에 써놓은 문구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지 오랜 폐가였지만 그는 그 집 앞에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제주 이주 6년차가 되는 지난해 9월의 일이다. 그는 일손을 빌려 집안 구석구석 고치고 다듬었다. 손봐야 할 곳이 많았지만 소득도 있었다. 먼지를 털어내니 고색창연한 문짝, 책상 따위가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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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은 올레처럼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 골목 맨 끝에 있다. 차를 이용한다면 큰 길에 세워두고 동네 마실 가듯 또박또박 걸어가야 다다른다.
제주도 작은 책방 투어가 유행처럼 벌어지고 있는 이즈음, 이듬해봄 김진희 대표는 차가 진입하지 못하는 곳에 서점을 차린 게 다행이라고 했다. 오래전부터 주민들이 터잡은 마을에 낯선 차량이 소리를 내며 드나드는 일이 폐를 끼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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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듬해봄이 주목하는 책들은 시, 소설, 에세이, 사진집 등이다. 독립출판물부터 대형 출판사에서 낸 책들까지 걸쳐있다. 김 대표는 판매 중이거나 입고 예정인 책에 대한 짤막한 감상평을 수시로 SNS에 올려놓는다. 수다한 세상살이에 지친 이들에게 가만가만 위로를 건네는 책들이 눈에 띈다. 헬싱키, 오키나와 등 떠나고 싶은 이국의 사연도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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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초심을 잃지 않는 봄날의 따스함으로 이듬해봄을 이끌어 가고 싶다"고 했다.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요일엔 문을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