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농업 안전망 만든다-수급 관리 성과와 과제] (3)통합 마케팅 전략
입력 : 2025. 10. 31(금) 01:00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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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채널 다변화·내륙 물류센터 농가 소득 안정화

2024년 4월 열린 제주 농업 미래 비전 선포식. 제주자치도 제공
농업인·도시민 '기상 이변 따른 농산물 수급 불안정' 관심
온라인 거래 등 농가 수취 가격 상승·유통 비용 절감 효과
복잡한 유통 과정 줄인 권역별 물류센터 농가·소비자 도움
[한라일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내놓은 '2024년 농업·농촌 국민의식 조사'에 의하면 그해 가장 주요했던 농식품 이슈로 농업인은 '기후 변화'와 '자연 재해'를, 도시민은 '장바구니 물가 안정' 관련 이슈를 꼽았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농업인과 도시민 각각 생산과 소비 주체로서 기상 이변에 따른 농산물 수급 불안정을 둘러싼 관심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 조사에서 도시민 10명 중 9명은 "올해 장바구니 물가가 비싸다"고 평가했으며 59.5%는 "내년에 장바구니 물가가 올해보다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농식품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가장 시급한 조치로 '농식품 유통 구조 개선'(44.4%), '수급·물가 안정을 위한 비축 물량 확대 또는 방출'(13.8%) 등을 요구했다. 같은 조사에서 농업인들이 현재와 미래 농업·농촌의 제일 중요한 기능으로 모두 '안정적 식량 공급'을 택했다는 점과 연결해 보면 이 땅에서 자라는 농작물의 운명은 비단 농가만이 아니라 우리 삶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는 걸 알 수 있다.
ㅣ기간산업인 제주 농업의 지속 가능 생태계 조성 목표
2024년 4월 제주도는 '제주 농업 미래 비전 선포식'을 가졌다. 제주 농업이 기간산업이자 생명산업으로 지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으나 기후 변화와 농촌 인구 고령화로 인한 농업 인력 부족, 소비 위축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진단에서다. 이를 극복하겠다며 전국 최초 (사)제주농산물수급관리연합회 설립, 제주농산물수급관리센터 가동 등 6대 추진 전략을 제시했다. 농가들이 땀 흘려 키운 작물들이 소득 상승이라는 결실로 이어지도록 하는 등 안정적인 농업 생산 기반을 만드는 게 '제주 농업 미래 비전'의 궁극적인 목표일 것이다.
그 일환으로 제주도에서는 통합 마케팅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통합 마케팅은 농산물 유통 처리 방향 일원화와 취급 물량 규모화를 통해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온라인 도매시장, 대형 마트, 홈쇼핑, 식자재와 가공업체 등 유통 채널을 다변화해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운영하는 것이다. 제주농산물수급관리연합회는 품목별 태스크포스팀에서 발굴된 수급 안정 사업을 제주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제주조공)을 통해 추진한다. 제주조공은 유통·가공업체와 출하 계약을 맺고 지역 농협으로부터 판매 요청을 받아 통합 마케팅 사업에 나서는 구조다.
수급 안정 사업 지원 사례를 보면 2024년산 양배추의 경우 작황 부진에 따른 출하 지연에 대응해 조기 출하 지원, 식자재 업체 공급 등이 진행됐다. 양파는 대형 마트 식자재 납품 인센티브 지원, 인력 절감을 위한 톤백 출하와 내륙 소포장 체계 운영 등이 이뤄졌다.
제주 농산물의 온라인 도매시장 거래액이 급증한 점도 눈에 띈다. 제주조공은 올 2월 기준 감귤과 채소류 등 1194t을 거래해 38억33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의 매출액과 비교해 11.4배나 높은 수치다. 온라인 거래 확대는 농가 수취 가격을 올리고 유통 비용 절감 등 좋은 결과를 불러온다는 점에서 제주도는 대상 품목 다양화, 판로 개척 등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는 행정·재정적 지원을 강화해 왔다.
ㅣ9대 도매시장 집중 출하로 인한 가격 하락 위험 줄여
내륙 거점 통합물류센터 운영도 제주 농산물 수급 관리 정책의 하나로 주목된다. 해상과 육상 복합 운송으로 물류 여건이 취약한 제주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다.
그동안 제주 지역 농가들은 개별 운송 계약을 통해 서울 가락시장 등 9대 도매시장으로 농산물을 보낸 다음 중도매인이 소비지로 배송해 왔다. 내륙 거점 통합물류센터는 직거래 등으로 산지에서 가격이 결정된 농산물을 육지 거점 물류센터로 보낸 뒤 전국 소비지로 직배송하는 유통 시스템이 가동되도록 설계했다. 기존의 복잡한 유통 과정을 줄임으로써 전국에 제주산 농산물을 더욱 신선하게 공급할 수 있는 역할을 한다. 또한 9대 도매시장의 집중 출하로 인한 가격 하락 위험을 줄이고 가격 지지 효과도 얻게 된다.
현재 수도권·강원권(경기 용인), 전라권(전남 영암), 영남권(경북 칠곡) 등에 통합물류센터가 설치됐다. 통합물류센터 운영으로 물류비 절감은 물론 출하처 다변화와 전국 직거래 확대, 농가 수취 가격 상승, 소비자 구매 가격 하락 등의 성과를 거뒀다는 분석이다. 실제 출하처는 2022년 320개소에서 2023년 694개소로 117% 증가했다. 농가 수취 가격은 2024년 기준으로 가락시장 출하 대비 품목별 최소 9.2%에서 최대 45.7%까지 뛰었다. 소비자 구매 가격은 2024년 기준 인근 마트 대비 감소율이 최소 3.1%, 최대 26.9%로 나타났다.
안경아 제주연구원 연구위원은 "2022년 이후 월동채소 가격 상승은 생산량 감소와 통합적 수급 관리 정책 효과가 모두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며 ▷지속적인 통합적 수급 관리 정책 추진 ▷제주산 브랜드 마케팅 강화로 상품 차별화 ▷수급 안정 사업에 대한 농가 인식 개선 ▷생산 불안정과 시장 점유율 축소 문제 대응 등을 향후 과제로 짚었다. 안 연구위원은 "제주농산물수급관리센터는 설치 초기로 역할을 정립해 나가는 중"이라며 "당면해서는 농산물 수급 관리 정책 사업을 발굴하고, 이를 정부와 지자체 사업 또는 농협과 농산물 구매 업체 간의 협력 사업으로 발전시키는 데 역량을 모을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끝>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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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거래 등 농가 수취 가격 상승·유통 비용 절감 효과
복잡한 유통 과정 줄인 권역별 물류센터 농가·소비자 도움
[한라일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내놓은 '2024년 농업·농촌 국민의식 조사'에 의하면 그해 가장 주요했던 농식품 이슈로 농업인은 '기후 변화'와 '자연 재해'를, 도시민은 '장바구니 물가 안정' 관련 이슈를 꼽았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농업인과 도시민 각각 생산과 소비 주체로서 기상 이변에 따른 농산물 수급 불안정을 둘러싼 관심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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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10월 제주 농산물 유통 개선 토론회. 제주자치도 제공 |
ㅣ기간산업인 제주 농업의 지속 가능 생태계 조성 목표
2024년 4월 제주도는 '제주 농업 미래 비전 선포식'을 가졌다. 제주 농업이 기간산업이자 생명산업으로 지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으나 기후 변화와 농촌 인구 고령화로 인한 농업 인력 부족, 소비 위축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진단에서다. 이를 극복하겠다며 전국 최초 (사)제주농산물수급관리연합회 설립, 제주농산물수급관리센터 가동 등 6대 추진 전략을 제시했다. 농가들이 땀 흘려 키운 작물들이 소득 상승이라는 결실로 이어지도록 하는 등 안정적인 농업 생산 기반을 만드는 게 '제주 농업 미래 비전'의 궁극적인 목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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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12월 (사)제주농산물수급관리연합회에서 전국 주요 유통업체 바이어 초청 워크숍을 열었다. 제주자치도 제공 |
수급 안정 사업 지원 사례를 보면 2024년산 양배추의 경우 작황 부진에 따른 출하 지연에 대응해 조기 출하 지원, 식자재 업체 공급 등이 진행됐다. 양파는 대형 마트 식자재 납품 인센티브 지원, 인력 절감을 위한 톤백 출하와 내륙 소포장 체계 운영 등이 이뤄졌다.
제주 농산물의 온라인 도매시장 거래액이 급증한 점도 눈에 띈다. 제주조공은 올 2월 기준 감귤과 채소류 등 1194t을 거래해 38억33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의 매출액과 비교해 11.4배나 높은 수치다. 온라인 거래 확대는 농가 수취 가격을 올리고 유통 비용 절감 등 좋은 결과를 불러온다는 점에서 제주도는 대상 품목 다양화, 판로 개척 등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는 행정·재정적 지원을 강화해 왔다.
ㅣ9대 도매시장 집중 출하로 인한 가격 하락 위험 줄여
내륙 거점 통합물류센터 운영도 제주 농산물 수급 관리 정책의 하나로 주목된다. 해상과 육상 복합 운송으로 물류 여건이 취약한 제주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다.
그동안 제주 지역 농가들은 개별 운송 계약을 통해 서울 가락시장 등 9대 도매시장으로 농산물을 보낸 다음 중도매인이 소비지로 배송해 왔다. 내륙 거점 통합물류센터는 직거래 등으로 산지에서 가격이 결정된 농산물을 육지 거점 물류센터로 보낸 뒤 전국 소비지로 직배송하는 유통 시스템이 가동되도록 설계했다. 기존의 복잡한 유통 과정을 줄임으로써 전국에 제주산 농산물을 더욱 신선하게 공급할 수 있는 역할을 한다. 또한 9대 도매시장의 집중 출하로 인한 가격 하락 위험을 줄이고 가격 지지 효과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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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농가에서 양배추를 수확하고 있다. 한라일보 DB |
안경아 제주연구원 연구위원은 "2022년 이후 월동채소 가격 상승은 생산량 감소와 통합적 수급 관리 정책 효과가 모두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며 ▷지속적인 통합적 수급 관리 정책 추진 ▷제주산 브랜드 마케팅 강화로 상품 차별화 ▷수급 안정 사업에 대한 농가 인식 개선 ▷생산 불안정과 시장 점유율 축소 문제 대응 등을 향후 과제로 짚었다. 안 연구위원은 "제주농산물수급관리센터는 설치 초기로 역할을 정립해 나가는 중"이라며 "당면해서는 농산물 수급 관리 정책 사업을 발굴하고, 이를 정부와 지자체 사업 또는 농협과 농산물 구매 업체 간의 협력 사업으로 발전시키는 데 역량을 모을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끝>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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