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승훈 문화광장] 새로움은 어디서 오는가
입력 : 2025. 12. 30(화) 03:30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한라일보] 2008년 중국 저장성 닝보에 독특한 역사박물관이 새로 생겼다. 낡은 재료로 외벽을 쌓아 올린 박물관은 불과 십여 년 전에 처음 지어졌음에도 먼 과거에서부터 있었을 법한 인상을 풍긴다.

닝보 시는 이 박물관을 짓기 위해 15개의 옛 마을을 철거했고 건축가는 부서진 마을 민가의 폐자재를 수집했다. 당송(唐宋) 시대부터 만들어진 1000년이 넘는 벽돌과 기와, 석재를 재활용해 신축 건물의 외벽을 구성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다 보니 주변 도심 속 최신 기술로 빠르게 무장한 마천루 숲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마천루들은 새로운 박물관의 존재를 의아해할 것이다. 새로 만든 건축물임에도 자신들과는 다르게 이미 오래된 분위기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설계 공모를 거쳐 당선작이 처음 결정됐을 때도, 계획안은 당국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고 한다. 급속한 도시화를 통해 이뤄낸 신행정구역의 현대적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가 컸다. 그럼에도 반대와 논란을 조율하며 공감대를 차차 형성해 갔고, 6년에 걸친 끝에 설계안을 현실화시켰다는 점은 놀라운 일이다.

설계자인 왕슈(王澍) 건축가에게는 단순히 오래된 재료로 지역의 역사성을 표현하는 것만이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을 것이다. '손'으로 집을 짓는 행위 자체를 강조하는 그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대상은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지역 사람들에게 익숙한 재료와 전통 구법을 찾아 나서며 현시대의 기술과 버무리고, 그것을 계승하는 방식으로 건축의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한다.

도시 재건설로 인해 옛 마을의 집을 잃어버린 어르신은 "박물관에 오면 내가 살던 동네의 낡은 벽돌을 만질 수 있어서 집에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이곳에 매일 들르게 된다"고 말한다.

외벽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벽돌이나 타일, 기와 등의 다양한 재료들이 불규칙하게 얽혀있다. 모양과 크기, 색상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재료가 한데 모여 즉흥적으로 쌓여있는 느낌이다.

이는 건축가의 계획을 바탕으로 수많은 노동자가 현장 여건에 따라 유연하게 일궈낸 것에 가깝다. 건축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세월이 흐르며 외벽에 이끼와 담쟁이가 피어오르고, 계속해서 자연을 마주하며 풍화한다. 그렇게 자연과 인간 사이에서 건축은 살아있는 매개가 된다. 이러한 '살아있음'이 곧, 변화를 거듭 만들며 '새로움'을 불어넣는 것은 아닐까?

닝보 역사박물관이 마천루에게 묻는다. 새로움은 어디서 오는가? 새것에 새로움의 가치가 있는 것인가? 시간이 지나면 새것의 상태는 얼마나 유지되는가? 새것인 상태 그대로 지속된다 하더라도, 변화가 없다는 것은 새로움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가? '살아있는 과거'를 만들어낸 박물관이 그 물음에 대한 실마리를 던져주는 듯하다. <현승훈 다랑쉬 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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