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인간의 짐을 짊어진 동물… 그 노고가 없었다면
입력 : 2026. 01. 30(금) 02:00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김일석 외 4인 『가축들』
[한라일보] 바람 세고 돌 많은 척박하고 거친 제주 땅에서 계절에 따라 농사를 짓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제주마는 옛 농경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꾼이자 소중한 자산'이었다. 농기계와 운송 수단이 보급되기 전까지 '밭 밟기', '밭 갈이' 등 농경생활에서 막중한 임무를 수행해 왔기 때문이다. 1960년대 이후 산업화가 본격화되면서 농경자원으로서의 가치가 점차 줄어들었고 현재는 레저활동의 수단으로 그 용도가 바뀌었지만 짐 운반을 위한 '몰테우리', 밭을 다지는 '밭 밟기', 농산물을 운송하는 등 옛 시절 제주마의 모습들이 담긴 기록들이 이를 보여준다.

김일석·남기창·이무하·장애라·조철훈 등 동물과 축산산업 연구자들이 펴낸 '가축들'의 일부 내용이다. 이들은 제주마의 이야기를 전하며 "흙을 일구지 않고는 농사를 지을 수 없는 환경 속에서 제주마의 노고가 없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에 이들은 "모르긴 몰라도, 옛 제주 사람들의 삶은 훨씬 더 고단했을 것"이라고 전한다.

"선사시대부터 우리 민족과 함께 한반도에서 오랜 역사를 이어온 제주말은 이러한 과학적 사실이 언급되기 이전부터 이미 제주인들의 마음속에 '토종말-제주마-조랑말'이라는 이미지로 굳건히 자리 잡고 있었다.(중략) 옛 그림 속에서도 제주마는 단순한 가축이 아니라 명마이자 준마의 상징으로 묘사돼 왔다."(본문 중)

제주마의 상징성은 옛 그림에도 담겼다. 조선시대 '팔준도첩'에 그려진 빠르고 잘 달리는 여덟 마리의 준마 중 하나인 '응상백'은 그림 속 말 중 제주에서 태어난 유일한 제주마이다. 또 '탐라순력도'에는 '공마봉진', '산장구마', '우도점마' 등에 등장한 제주마를 통해 왕에게 바쳐질 정도로 뛰어난 준마로 인식됐음을 보여준다.

총 6부로 구성된 이 책은 제주마의 이야기처럼 '동물의 가축화' 과정을 따라가며 인간과 동물이 함께 만들어 온 역사를 조명한다. 신화와 기록, 우화와 과학적 연구를 함께 엮어 가축과 인간의 관계를 입체적으로 바라본다. 저자들은 말, 당나귀, 소, 낙타, 순록 등 다섯 종류의 가축들의 이야기를 과학과 역사, 문화와 신화, 환경과 사회 등 여러 관점에서 살펴보고 이를 통해 인간의 삶과 문명의 방향을 다시 묻는다.

이들은 "동물을 인간 사고의 세계로 끌어들인다는 것은 인간이 자연과 맺는 관계를 자각하고 인정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인간과 동물의 관계는 '가축화' 과정을 통해 꾸준히 진화해 왔다. 인간의 짐을 짊어진 가축들은 인간 역사의 방향을 바꿔놓은 결정적인 요소였다"며 "불확실한 시대에 자기 고유의 방식으로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가축에게서 우리는 삶의 지혜를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한다. 이케이북. 1만8500원.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162 왼쪽숫자 입력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
주요기사더보기

기사 목록

한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