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과학의 특별기고] 제주에서 물순환 표준모델을 완성할 때다
입력 : 2026. 03. 31(화) 00:00
심과학 hl@ihalla.com
[한라일보] 제주의 물 문제는 더 이상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물관리의 미래가 이곳에서 시험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 물의 확보와 관리 방식이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지금, 제주는 위기의 현장이 아니라 해법을 만들어내는 공간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제 제주는 취약 지역이 아니라 완결형 물순환 모델을 구현해야 할 선도 지역이다. 이는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물관리 체계를 재구성하는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제주는 전체 용수의 약 96%를 지하수에 의존하는 단일 수원 구조를 갖는다. 화산섬이라는 특성상 지표수 개발이 어렵고, 현무암 지층은 물과 오염물질을 빠르게 이동시키는 구조다. 이는 관리 난이도를 높이는 요인이지만, 동시에 물의 저장·이용·재순환 전 과정을 하나의 체계로 설계할 수 있는 조건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강수가 집중돼 상당량이 유실되며, 수요는 증가하고, 해안 지역의 해수 침투 위험까지 현실화되고 있다. 기존의 공급 중심 물관리 방식은 분명한 한계에 도달했다.

제주에서는 이미 전환이 진행 중이다. 상수도 현대화 사업을 통해 유수율을 개선하며 물 손실을 줄이고, 이는 지하수 사용량 절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빗물 활용과 재이용수 확대, AI 기반 디지털 물관리 체계 구축 역시 병행되며, 이는 지하수 중심 구조에서 순환형 구조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는 개별 사업의 성과를 넘어 물관리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흐름이다.

특히 2026년 제주물 세계포럼에서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제주 물관리의 정책 방향을 제안했다. 대체 수자원 개발을 통한 지하수 의존 완화, 홍수총량제 도입 등 기후 대응형 관리체계 구축, 유수율 제고를 위한 관망 정비 지속, 가축분뇨 정화처리 확대를 통한 수질 오염 차단 등이 제주 물관리 전환의 중요한 방향으로 제시됐다. 이는 제주를 지하수 의존 체계에서 순환형 물관리 체계로 전환하기 위한 핵심 과제들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를 구체적인 실행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물순환 촉진구역 지정을 통해 빗물의 저장과 이용, 지하수 함양이 함께 이뤄지는 구조를 구축하고, 유수율 제고사업과 관망 정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또한 지하수 댐 등 저장 기반을 확충함으로써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안정적인 물 공급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는 제주를 '지하수 의존 체계'에서 '순환형 물관리 체계'로 전환하는 실질적 기반이 된다.

제주에서 구축되는 물순환 체계는 지역에 머물지 않는다. 이는 유사한 환경을 가진 국내외 지역에 적용 가능한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으며, 제주물 세계포럼은 이러한 성과를 세계에 제시하고 논의하는 장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제주에서 물순환의 표준 모델을 완성하고, 이를 국가적으로 뒷받침하며 세계로 확산하는 일이다.

제주는 이미 방향을 제시했다. 제주에서 완성된 물순환 모델이 글로벌 물관리의 기준이 돼야 할 것이다. 지금이 그 전환을 실행할 때다. <심과학 K-water 제주지역협력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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