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친아버지의 딸로"… 제자리 찾은 4·3유족들
입력 : 2026. 04. 01(수) 07:49수정 : 2026. 04. 01(수) 08:38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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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주년 제주4·3, 미완의 과제(2)뒤틀린 가족관계 복원<상>
4·3특별법 특례 따라 2023년부터 가족관계 정정 신청
지난 2월 4명 정정 첫 결정… "70여년 만에 한 풀었다"
4·3희생자유족회 "오랜 숙원… 명예회복에 중요한 단계"
4·3특별법 특례 따라 2023년부터 가족관계 정정 신청
지난 2월 4명 정정 첫 결정… "70여년 만에 한 풀었다"
4·3희생자유족회 "오랜 숙원… 명예회복에 중요한 단계"

지난 2월 13일 4·3중앙위원회의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결정문을 전달받고 눈물을 보인 고계순 할머니. 제주도 제공
[한라일보] 출생신고도 하기 전에 4·3으로 아버지를 잃고 70여 년간 작은 아버지의 딸로 살아온 고계순(77) 할머니. 1948년 6월 태어난 고 할머니는 출생신고 전인 같은해 12월 아버지 고석보 씨가 4·3으로 희생되면서 작은 아버지의 자녀로 호적에 올랐다. 4·3희생자 유가족이라는 이유로 받을 불이익을 우려한 가족의 선택이었다. 2023년 정부가 4·3으로 뒤틀린 가족관계를 바로 잡는다는 소식이 그에게 들려왔다. 한시도 아버지를 잊은 적이 없었던 그는 제자리를 찾기 위해 가족관계 정정 신청을 냈다.
신청한지 3년이 흘러 그가 아버지를 되찾게됐다. 국무총리실 산하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4·3중앙위원회)가 사실과 다르게 등록된 그의 가족관계를 정정하기로 결정해서다. 작은 아버지가 할머니를 위해 따로 남겨둔 족보 등이 친자관계를 입증하는 근거가 되면서 정정이 가능해졌다. 한달여 전인 지난 2월 13일 "고계순은 희생자 망 고석보의 친생자임을 인지한다"는 주문이 담긴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결정문을 전달받은 그는 "이제야 한을 풀 수 있게 됐다"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가족관계 정정 첫 사례=고 할머니의 사연은 정부가 인정한 '4·3 가족관계 정정'의 첫 사례다. 4·3희생자와 사실상 자녀 간 '친생자관계'를 처음 확인한 것이다.
지난달 31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이번 정부의 가족관계 정정 결정은 고 할머니를 포함해 4명에게 내려졌다. 이들은 아버지가 4·3 당시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되자 연좌제 등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 제대로 된 출생 신고를 하지 못했다. 할아버지 또는 작은 아버지의 딸로 사실과 다르게 가족관계가 등록됐거나 아예 아버지란을 공란으로 남긴채 살아와야했다. 국가폭력에 아버지를 잃고도 유족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이들은 이번 정정 결정으로 가족관계등록부에 친아버지의 이름을 올리게 돼 법적 가족 지위를 얻게 됐다.
4·3으로 뒤틀린 가족관계를 바로잡는 것은 4·3희생자 유족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기존 가족관계등록법으로는 생부가 행방불명돼 유전자 검사가 불가능한 경우 친자관계를 인정받기 어려운 사례들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4·3으로 인해 뒤틀린 가족관계를 바로 잡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4여년에 걸친 제도개선으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4·3특별법)'에 특례 규정을 신설해 4·3으로 인한 가족관계 사실을 확인·결정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2021년 6월 4·3특별법 전부 개정 이후 대법원 규칙과 시행령 정비를 거쳐 4·3특별법 시행령 개정 시행으로 2023년 7월부터 친자관계 확인과 제적부 없는 희생자의 가족관계등록부 작성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제주도는 지난해 4월부터 신청 접수 후 진행한 사실조사가 마무리된 건에 대해 4·3실무위원회 심의를 본격화했고, 이번 4명의 가족관계 정정은 실무위원회 심의를 거쳐 4·3중앙위원회에 상정돼 처음으로 결정됐다.
▶유전자 대조·소송 없이 인정=이번 가족관계 정정은 유전자 대조나 소송 없이 정부가 인정해 준 첫 사례여서 의미를 더한다.
양성주 제주4·3유족회 상임부회장은 "4·3으로 부모가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된 경우 혼인신고가 되어있지 않으면 자녀는 출생신고를 할 수 없었고, 출생신고를 하려고 해도 부모가 생존하지 않은 경우에는 할아버지라든가 친척 호적에 올렸던 분들이 많다"며 "이들은 가족관계 정정을 위해 노력을 많이했다. 하지만 친부모를 찾으려고 법원에 소송을 하면 유전자 조사를 해야 한다는 답이 돌아와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가족관계 정정은 법원에 가지 않더라도 4·3위원회에서 이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해 준 것이 의미가 있다"며 "이는 4·3명예회복에 중요한 단계"라고 강조했다.
한편 2023년 7월부터 올해 현재(지난달 26일 기준)까지 가족관계 정정 신청은 572건에 달한다. 이 중 73건이 취하됐고 499건에 대해 유족들이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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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관계 정정 첫 사례=고 할머니의 사연은 정부가 인정한 '4·3 가족관계 정정'의 첫 사례다. 4·3희생자와 사실상 자녀 간 '친생자관계'를 처음 확인한 것이다.
지난달 31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이번 정부의 가족관계 정정 결정은 고 할머니를 포함해 4명에게 내려졌다. 이들은 아버지가 4·3 당시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되자 연좌제 등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 제대로 된 출생 신고를 하지 못했다. 할아버지 또는 작은 아버지의 딸로 사실과 다르게 가족관계가 등록됐거나 아예 아버지란을 공란으로 남긴채 살아와야했다. 국가폭력에 아버지를 잃고도 유족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이들은 이번 정정 결정으로 가족관계등록부에 친아버지의 이름을 올리게 돼 법적 가족 지위를 얻게 됐다.
4·3으로 뒤틀린 가족관계를 바로잡는 것은 4·3희생자 유족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기존 가족관계등록법으로는 생부가 행방불명돼 유전자 검사가 불가능한 경우 친자관계를 인정받기 어려운 사례들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4·3으로 인해 뒤틀린 가족관계를 바로 잡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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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13일 '4·3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결정문'을 고계순 할머니에게 전달한 오영훈 제주도지사와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제주도 제공 |
제주도는 지난해 4월부터 신청 접수 후 진행한 사실조사가 마무리된 건에 대해 4·3실무위원회 심의를 본격화했고, 이번 4명의 가족관계 정정은 실무위원회 심의를 거쳐 4·3중앙위원회에 상정돼 처음으로 결정됐다.
▶유전자 대조·소송 없이 인정=이번 가족관계 정정은 유전자 대조나 소송 없이 정부가 인정해 준 첫 사례여서 의미를 더한다.
양성주 제주4·3유족회 상임부회장은 "4·3으로 부모가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된 경우 혼인신고가 되어있지 않으면 자녀는 출생신고를 할 수 없었고, 출생신고를 하려고 해도 부모가 생존하지 않은 경우에는 할아버지라든가 친척 호적에 올렸던 분들이 많다"며 "이들은 가족관계 정정을 위해 노력을 많이했다. 하지만 친부모를 찾으려고 법원에 소송을 하면 유전자 조사를 해야 한다는 답이 돌아와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가족관계 정정은 법원에 가지 않더라도 4·3위원회에서 이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해 준 것이 의미가 있다"며 "이는 4·3명예회복에 중요한 단계"라고 강조했다.
한편 2023년 7월부터 올해 현재(지난달 26일 기준)까지 가족관계 정정 신청은 572건에 달한다. 이 중 73건이 취하됐고 499건에 대해 유족들이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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