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학주의 詩읽는 화요일] (131)미지의 빛-하재연
입력 : 2026. 08. 25(화) 02:00
황학주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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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두꺼운 막이 열리자마자
죽어버리고 마는 역할을 연기해야 했기에
사후적으로 사랑하고
사후적으로 후회하고
사후적으로 삶을 느끼는
늙은 배우처럼
조명의 바깥에서 당신은
눈을 감지 못하고 있습니다.
열린 동공에서 묵음같이 흘러내리는 빛을
종막 이후 나는 발견하게 됩니다.
늙은 배우가 '사후적으로 산다'는 느낌을 주는 건 막이 열리자마자 죽어버리는 역할이기 때문이지만, 약간 비켜서서 인간적 관심을 드러내는 하재연의 문법 때문이기도 하다. "사후적으로"라는 표현이 세 번 반복되는 구조는 삶이 실시간으로 경험되는 게 아니라 항상 한 박자 늦게, 혹은 이미 완료된 뒤에야 의미로 도착한다는 의구심을 짙게 담고 있다. 짧은 시 한 편의 공간에서 '조명의 바깥'은 결코 작지도 적지도 않으며, '종막 이후'에도 마무리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 '발견'에 접속되어 미래의 말미를 현실 속으로 당겨오지만, 대부분 늙음은 늙음만을 생각하므로 무대 위로 던져진 '묵음'을 인정하지 못한다. 시인은 자신을 늙은 배우로, 무대 조명 밖에서도 눈을 감지 못한 채 서 있는 이미지로 설정한 뒤 종막 이후에야 흘러내리는 빛을 본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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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버리고 마는 역할을 연기해야 했기에
사후적으로 사랑하고
사후적으로 후회하고
사후적으로 삶을 느끼는
늙은 배우처럼
조명의 바깥에서 당신은
눈을 감지 못하고 있습니다.
열린 동공에서 묵음같이 흘러내리는 빛을
종막 이후 나는 발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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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삽화=배수연 |
늙은 배우가 '사후적으로 산다'는 느낌을 주는 건 막이 열리자마자 죽어버리는 역할이기 때문이지만, 약간 비켜서서 인간적 관심을 드러내는 하재연의 문법 때문이기도 하다. "사후적으로"라는 표현이 세 번 반복되는 구조는 삶이 실시간으로 경험되는 게 아니라 항상 한 박자 늦게, 혹은 이미 완료된 뒤에야 의미로 도착한다는 의구심을 짙게 담고 있다. 짧은 시 한 편의 공간에서 '조명의 바깥'은 결코 작지도 적지도 않으며, '종막 이후'에도 마무리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 '발견'에 접속되어 미래의 말미를 현실 속으로 당겨오지만, 대부분 늙음은 늙음만을 생각하므로 무대 위로 던져진 '묵음'을 인정하지 못한다. 시인은 자신을 늙은 배우로, 무대 조명 밖에서도 눈을 감지 못한 채 서 있는 이미지로 설정한 뒤 종막 이후에야 흘러내리는 빛을 본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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