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공든 탑도 무너진다
입력 : 2012. 03. 07(수) 00:00
공든 탑이 무너지랴. 공들여 쌓은 탑은 무너질 리 없다는 뜻이다. 힘을 다하고 정성을 다해 한 일은 그 결과가 반드시 헛되지 아니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사회에서는 수 많은 공든 탑들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특히 프로스포츠에 승부조작이 만연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스포츠계의 공든 탑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로 여겨지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프로축구에 이어 올 들어 프로배구, 마침내 우리나라 최고 인기스포츠인 프로야구에까지 승부조작이라는 검은 손이 미친 것이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고들 한다. 투수들의 활약여부에 따라 승패가 갈리기 때문이다. 검찰에 적발된 선수 2명 역시 투수였다. 둘 다 장래가 촉망되는 선수다. 그런데 나중에 적발된 선수는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며 발뺌한 게 드러나면서 더욱 큰 충격을 던져줬다.

얼마전에는 아마추어 스포츠에서도 승부조작이 적발됐다. 초등부 축구에서 승부조작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큰 우려는 없었다. 검은 돈 거래는 없었지만 이미 우리 스포츠계에서는 암암리에 존재했다는 것이다.

각 가정마다 자식들이 잘 자랐으면 하고 금이야 옥이야 하며 키운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 운동을 잘하는 아이 등 재능별로도 키워진다.

운동을 잘하는 아이들에 대한 부모의 기대는 그야말로 엄청나다. 예전에 박세리와 박지성의 아버지, 김연아의 어머니 등 스포계에는 부모의 역할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천부적인 재질이 있으면 금상첨화다.

남들보다 잘해야 하고, 기왕이면 1등을 놓쳐선 안된다. 2등은 기억되지 않는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 어떻게 져야 하는지 모른다. 승부라는 단어 뜻이 이기고 지는 것인데 이기는 것만 있고 지는 것은 없다. 승부조작을 통해 이기고 지는 것을 인위적으로 하고 있다.

부모들의 교육이 잘못됐다는 얘기는 아니다. 당연히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자식이 잘되는 것을 바랄 수밖에 없다. 문제는 1등 외에 2등부터 그 이하, 그리고 패배한 자식들도 껴안을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세계최고의 스타가 되기 위해 최소 수년에서 10여년 동안 정성을 쏟아야 한다. 가정 뿐만 아니라 학교, 클럽 등에서도 지극정성을 쏟고 있다. 이러한 공든탑이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선수와 그들의 가족, 모든 스포츠계만 제대로 하면 되나? 아니다. 그동안 손놓고 있었던 정책입안자, 그리고 우리 사회 모두 공동책임에서 자유스러울 수 없다. 프로스포츠선수들과 그 가족들의 어려움과 애환을 소위 좀 있는 사람들은 모른다. 그저 보고 즐기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데 원인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어느 한 쪽의 책임이 아닌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됐다.

지금도 그라운드와 코트 등에선 우리 어린 선수들이 공들여 탑을 쌓고 있다.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지금 보다 더 관심을 쏟자. 언론 종사자 입장에서도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입상자만 보도하는 행태에서 벗어나 4위 이하 꼴찌까지도 보듬는 기사를 쓰는데 더욱 노력하려고 한다. <조상윤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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