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25시]오늘은 4월 3일
입력 : 2012. 04. 03(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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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4월 3일이다. 정확히 64번째 맞는 4월 3일이다. 년(年)·월(月)·일(日)을 체계적으로 기록한지 수천년이 넘었는데 2012년 4월 3일이 어떻게 '64번째'가 되냐고 묻는 이들도 있겠다. 하지만 제주에서 오늘은 64번째 맞는 4월 3일이다. 제주에서 4월 3일은 1948년을 기준으로 전혀 다른 하루가 됐다. 봄 기운이 완연해지는 4월의 여느 날 중 하루가 아닌 상처와 눈물로 얼룩진 '그날'이 된 것이다.
1948년 3월 1일 경찰이 시위하는 일반 군중에 발포한 사건을 기점으로, 그해 4월 3일 제주도내에서는 남로당을 중심으로 한 대대적인 항쟁이 일어났다. 미군정 체제와 남한단독정부수립 반대를 이유로 일어난 이 항쟁은 1954년 9월 21일까지 계속됐으며, 이 과정에서 일어난 무력충돌과 그 진압활동에서 공식적으로 약 1만4000명이 사망했다. 여기까지가 바로 제주4·3사건의 개요다.
이처럼 국가권력에 의해 무고하게 희생된 영령들을 위로하기 위해 4월 3일을 전후해 4·3위령제와 평화음악제, 다큐멘터리영화제 등 다양한 행사가 제주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이 가운데 제주대학교 재학생들로 구성된 '히어 앤 나우(here N ow)'팀의 'keep 4·3 in mind'프로젝트가 눈길을 끌고 있다.
재학생 16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너와 내가 같은 곳에서, 더욱 따뜻한 4월의 봄'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팔찌를 2일부터 제주대 학생회관과 4·3평화공원 등에서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프로젝트 이름 그대로 4·3을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새기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모금운동을 벌여 4·3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전하는 일을 진행하는 등 젊은 학생들이 직접 나서 4월 3일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바닷가의 조약돌을 그토록 둥글고 예쁘게 만든 것은 무쇠로 된 정이 아니라 부드럽게 쓰다듬는 물결인 것을." 법정스님이 그의 산문집 '무소유'에서 한 이야기다.
이념과 총칼로 부서지고 조각난 모난돌과 같은 제주4·3을 치유하고,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새기는 길은 확성기 너머로 들려오는 입에 발린 공약이 아닌 낮은 곳에서 잔잔하게 흐르는 물결부터 시작할지도 모르겠다.
<문기혁 문화체육부 기자>
이처럼 국가권력에 의해 무고하게 희생된 영령들을 위로하기 위해 4월 3일을 전후해 4·3위령제와 평화음악제, 다큐멘터리영화제 등 다양한 행사가 제주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이 가운데 제주대학교 재학생들로 구성된 '히어 앤 나우(here N ow)'팀의 'keep 4·3 in mind'프로젝트가 눈길을 끌고 있다.
재학생 16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너와 내가 같은 곳에서, 더욱 따뜻한 4월의 봄'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팔찌를 2일부터 제주대 학생회관과 4·3평화공원 등에서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프로젝트 이름 그대로 4·3을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새기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모금운동을 벌여 4·3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전하는 일을 진행하는 등 젊은 학생들이 직접 나서 4월 3일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바닷가의 조약돌을 그토록 둥글고 예쁘게 만든 것은 무쇠로 된 정이 아니라 부드럽게 쓰다듬는 물결인 것을." 법정스님이 그의 산문집 '무소유'에서 한 이야기다.
이념과 총칼로 부서지고 조각난 모난돌과 같은 제주4·3을 치유하고,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새기는 길은 확성기 너머로 들려오는 입에 발린 공약이 아닌 낮은 곳에서 잔잔하게 흐르는 물결부터 시작할지도 모르겠다.
<문기혁 문화체육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