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벚꽃'
입력 : 2012. 04. 11(수) 00:00
가가

우리나라의 4월은 도시 전체를 솜사탕처럼 하얗게 물들이는 벚꽃에서 시작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도심지 도로와 공원, 가정집 정원마다 만발한 벚꽃의 향연은 봄의 내음을 흠뻑 전하면서 꽃비 되어 흩날리는 봄의 여왕으로 군림하는 모습이다.
올해 벚꽃은 4월 첫째 주까지 변덕스런 날씨와 꽃샘추위의 훼방에 개화시기를 늦춰오다 지난 주말을 고비로 활짝 만개한 모습을 보여준다.
바야흐로 벚꽃의 계절이 오고 가고 있다. 차를 타고 길을 가다가도 절로 탄성이 나올 정도이니 상춘객의 입장에선 더 이상 말할 나위도 없다. 압권 그 자체다. 법정 스님은 "매화는 반개, 벚꽃은 만개했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고 칭송했다 한다.
제주시내 중심가는 물론 시 외곽지 역시 어디를 가도 쉽게 눈에 띌 정도로 벚꽃은 봄의 화신(花信)으로 자리잡았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길을 가다보면 꽃이 비 되어 내리는 '꽃비'인지 눈이 꽃 되어 내리는 '눈꽃'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다.
올해 벚꽃은 갑자기 따스해진 날씨 탓에 그 어느 해보다도 벚꽃이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주말·휴일 제주시 종합경기장과 전농로에서 선보인 '벚꽃축제'에는 근래 보기 드문 수 많은 상춘객들이 몰려들었다. 가족 연인 친구들이 벚꽃의 향연에 흠취해 잠시나마 고달픈 일상사를 잊었을 것이다.
그러나 봄날은 짧고, 벚꽃은 더욱 짧다. 소동파가 '봄밤 한 시각은 천금 값(春宵一刻値千金)'이라고 했듯이 짧은 봄날을 소중히 여기고 고맙게 누려야 할 일로 여겨진다. 벚꽃도 한 순간이다. 필 때도 제 맘대로 피고, 질 때도 제맘대로 진다. 뭇 시객(詩客)들의 표현처럼 벚꽃은 아침에 피는가 싶다가도 저녁이면 시든다. 오늘 만발했다가도 내일이면 벌써 옛날이 된다. 지금 이 순간 바라본 꽃도 돌아서면 이미 추억이 되어 버린다고 했다. <김기현 경제부장>
벚꽃을 보는 만해 스님의 산란한 마음은 그래서 더욱 와 닿는다. "지난 겨울 내린 눈이 꽃과 같더니(昨冬雪如花)/ 이 봄에 핀 꽃은 도리어 눈 같구나(今春花如雪)/ 눈도 꽃도 참이 아니거늘(雪花共非眞)/ 어째서 내 마음은 찢어지려고 하는고(如何心欲裂)." '벚꽃을 보고(見櫻花有感)'라는 한시다.
눈도 꽃도 아름다움은 참으로 순식간이다. 더 늦기 전에 저 흐드러진 벚꽃들을 가슴에 담아 두자. 오늘의 벚꽃은 사라져도, 추억의 벚꽃은 늘 그 자리에 있을 테니 말이다.
올해 벚꽃을 보는 총선 유권자의 마음은 간단치 않다. 활짝 만개하는 아름다움도 좋지만 하루 아침에 낙화해 변절을 상징하는 '사쿠라(벚꽃)'의 의미에 이르면 영 생각이 달라진다. 일본인들은 화끈하게 피었다가 갑자기 우수수 떨어지는 '사쿠라'를 좋아한다고 한다. 우리는 겉과 속이 달라 반짝하는 사람을 '사쿠라'로 지탄(指彈)의 대상으로 여긴다. 정치판의 수 많은 '사쿠라'를 오랜 기간 지켜 본 유권자들에겐 더욱 그렇다.
오늘(11일) 총선일이다. 투표장으로 가는 유권자들에게 더 이상 인물론·정당론을 들먹인다는 건 진부한 얘기다. 우리 사회 평화와 인권, 민주를 향해 나아갈 진정한 일꾼을 선택하는 일 못지않게 빠짐없이 투표장으로 가는 일이 더 중요함을 잊지 말자. <김기현 경제부장>
바야흐로 벚꽃의 계절이 오고 가고 있다. 차를 타고 길을 가다가도 절로 탄성이 나올 정도이니 상춘객의 입장에선 더 이상 말할 나위도 없다. 압권 그 자체다. 법정 스님은 "매화는 반개, 벚꽃은 만개했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고 칭송했다 한다.
제주시내 중심가는 물론 시 외곽지 역시 어디를 가도 쉽게 눈에 띌 정도로 벚꽃은 봄의 화신(花信)으로 자리잡았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길을 가다보면 꽃이 비 되어 내리는 '꽃비'인지 눈이 꽃 되어 내리는 '눈꽃'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다.
올해 벚꽃은 갑자기 따스해진 날씨 탓에 그 어느 해보다도 벚꽃이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주말·휴일 제주시 종합경기장과 전농로에서 선보인 '벚꽃축제'에는 근래 보기 드문 수 많은 상춘객들이 몰려들었다. 가족 연인 친구들이 벚꽃의 향연에 흠취해 잠시나마 고달픈 일상사를 잊었을 것이다.
그러나 봄날은 짧고, 벚꽃은 더욱 짧다. 소동파가 '봄밤 한 시각은 천금 값(春宵一刻値千金)'이라고 했듯이 짧은 봄날을 소중히 여기고 고맙게 누려야 할 일로 여겨진다. 벚꽃도 한 순간이다. 필 때도 제 맘대로 피고, 질 때도 제맘대로 진다. 뭇 시객(詩客)들의 표현처럼 벚꽃은 아침에 피는가 싶다가도 저녁이면 시든다. 오늘 만발했다가도 내일이면 벌써 옛날이 된다. 지금 이 순간 바라본 꽃도 돌아서면 이미 추억이 되어 버린다고 했다. <김기현 경제부장>
벚꽃을 보는 만해 스님의 산란한 마음은 그래서 더욱 와 닿는다. "지난 겨울 내린 눈이 꽃과 같더니(昨冬雪如花)/ 이 봄에 핀 꽃은 도리어 눈 같구나(今春花如雪)/ 눈도 꽃도 참이 아니거늘(雪花共非眞)/ 어째서 내 마음은 찢어지려고 하는고(如何心欲裂)." '벚꽃을 보고(見櫻花有感)'라는 한시다.
눈도 꽃도 아름다움은 참으로 순식간이다. 더 늦기 전에 저 흐드러진 벚꽃들을 가슴에 담아 두자. 오늘의 벚꽃은 사라져도, 추억의 벚꽃은 늘 그 자리에 있을 테니 말이다.
올해 벚꽃을 보는 총선 유권자의 마음은 간단치 않다. 활짝 만개하는 아름다움도 좋지만 하루 아침에 낙화해 변절을 상징하는 '사쿠라(벚꽃)'의 의미에 이르면 영 생각이 달라진다. 일본인들은 화끈하게 피었다가 갑자기 우수수 떨어지는 '사쿠라'를 좋아한다고 한다. 우리는 겉과 속이 달라 반짝하는 사람을 '사쿠라'로 지탄(指彈)의 대상으로 여긴다. 정치판의 수 많은 '사쿠라'를 오랜 기간 지켜 본 유권자들에겐 더욱 그렇다.
오늘(11일) 총선일이다. 투표장으로 가는 유권자들에게 더 이상 인물론·정당론을 들먹인다는 건 진부한 얘기다. 우리 사회 평화와 인권, 민주를 향해 나아갈 진정한 일꾼을 선택하는 일 못지않게 빠짐없이 투표장으로 가는 일이 더 중요함을 잊지 말자. <김기현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