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원산지서 푸대접 받는 제주왕벚… 이대로 방치할 건가
입력 : 2012. 04. 18(수) 00:00
왕벚나무는 봄꽃축제의 대명사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지 이미 오래다. 하지만 제주 왕벚나무는 원산지서 푸대접을 받아 왔다. 벚나무 중 으뜸으로 꼽히는 왕벚꽃축제가 올해도 어김없이 축제 장소 때문에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축제 공간은 올해 다시 종합경기장 주변으로 옮겨졌다. 준비 안된 축제는 또다시 언론의 조롱거리가 됐다.

제주가 왕벚꽃축제 개최 시기와 장소를 놓고 오락가락한 것은 한 두해가 아니다. 전농로에 이어 제주시 종합운동장 주변에서 열리다가 2009년부터는 시민복지타운으로 옮겨졌다. 왕벚꽃축제가 '동네북' 신세와 다르지 않았다. 개화시기를 늦추려고 얼음덩어리를 나무 밑둥에 놓았다가 해외토픽으로 웃음거리가 됐던 적이 있다. 왕벚꽃축제가 대표적인 부실축제로 낙인찍힌 때도 있었다. 개탄할 만한 일이었다.

제주왕벚꽃축제의 부실은 아이디어의 빈곤과 비전·기획력 부재의 원인이 크다. 학계에 따르면 벚나무는 전국적으로 16종이 있으며 이 가운데 제주도에는 13종이 자생한다. 벚나무는 수종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꽃을 피운다. 개화시기도 수종에 따라 3월 하순에서부터 5월초에 이르기까지 범위가 매우 넓은 특징을 갖는다. 유전적으로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이는 종다양성에 대한 연구결과까지 보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왕벚나무 원산지인 제주에서의 왕벚꽃 축제는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대안으로 10여종에 이르는 다양한 종류의 벚나무가 집중 분포해 있는 관음사 야영장 일대를 적지로 꼽는다. 벚나무 수종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개화시기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고 자생지라는 차별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단기축제를 장기화 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작년 이맘때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 아메리칸 대학교 교정에 조성된 '한국정원'의 모티브도 바로 제주 왕벚나무이다. 워싱턴의 한국정원은 한라산에서 자생지가 발견된지 1세기 만에 제주의 자생 왕벚나무가 세계로 진출하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동행한 구길본 국립산림과학원장은 왕벚나무 증식과 품종개량에 본격 착수할 의지를 보였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소의 벚나무 유전자원 보존원은 제주만의 왕벚꽃거리를 창출해 낼 수 있는 벚나무 공급기지다. 이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제주도민과 관광객들이 산천단에서부터 관음사 야영장 벚나무 자생지로 향하는 길목에 자생 왕벚나무를 직접 심어 표찰달기를 시도해볼만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연삼로는 물론 정실~제주대~산천단~관음사로 이어지는 공간은 왕벚나무 벨트가 될 것이다.

제주 왕벚나무에 대한 종합적인 세계화 전략은 제주자치도와 연구기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현안이다. 벚꽃과 열매를 제주다운 식품산업의 소재로 활용하려는 시도도 필요하다.

세계는 역사문화 예술, 그리고 자연자산 등이 위력을 발휘하는 영향력인 '소프트 파워'가 지배하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 일본의 벚나무 세계화와 영국 왕실의 '로열웨딩'은 자국의 소프트파워를 국제사회에 과시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제주의 자생 왕벚나무도 그런 자격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제주도정만 간과하고 있을 뿐이다. <강시영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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