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아직도 건재한 대단한 사람들
입력 : 2014. 03. 26(수) 00:00
6·4지방선거를 1년여 앞둔 지난해 5월로 기억한다. 당시 제주정가는 이른바 '제주판 3김'을 화두로 꺼냈다. 그들의 제주도지사 시절 공과(功過)를 나열하며 세대교체를 이야기했다. 아직은 그들 만한 인물이 없다며 세대교체론을 부정하는 시각도 있었다. 아무튼 그들을 빼놓고는 제주정가를 논할 수 없을 정도로 세 사람의 존재감은 확실했다. 세대교체론 속에서도 그들은 그들만의 내공으로 제주정가의 한복판에 또아리를 틀었다.

먹혀들지 않을 것 같았던 세대교체론은 그들 중 한명이 폭탄선언(?)을 하면서 수면위로 떠올랐다. 김태환 전 지사다. 그는 지난해 12월 "세대교체의 불쏘시개가 되겠다"며 도지사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자신과 함께 20여년 동안 도지사를 번갈아가며 한 우근민 지사와 신구범 전 지사를 향해 "지금의 정치 행보를 접고 세대교체란 시대적 소명과 도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불출마 결단에 동참해달라"고 촉구했다. 그가 불출마를 선언하던 날 박희수 도의회 의장은 기자회견장에 꽃다발을 들고 나타나 "과감한 결단에 진심으로 존경의 뜻을 보낸다. 도민들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할 것"이라며 경의를 표했다. 우 지사와 신 전 지사는 김 전 지사의 동반 불출마 제안을 거절했다. 선거를 70일 앞둔 현재 김 전 지사는 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모 예비후보를 지지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사실이라면 출마만 안했지 선거판에 뛰어들어 세(勢)를 과시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단하다.

신 전 지사는 김 전 지사의 동반 불출마 제안에 "세 사람을 하나로 묶어 동반 퇴진하라는 것은 맞지 않다"며 거침없는 정치행보를 이어갔다. 그는 현재 새정치민주연합 도지사 후보군으로 연일 이색공약을 내세우며 도민들을 만나고 있다. 그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다른 후보들과 아름다운 경선에 합의하고 "경선룰은 공정하기만 하면 어떤 방식이 되어도 좋다"며 페어플레이를 강조했다. 일부의 세대교체론을 일축하고 여전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역시 대단하다.

우 지사는 지난해 11월 새누리당에 입당했다. 그의 입당을 전후해 지지자 1만2000여명도 새누리당에 들어갔다. 도지사 출마와 관련, 극도로 말을 아껴오던 그는 마침내 지난 5일 6·4지방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 도지사 후보가 되기 위해 경선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기획 입당'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는 경선룰이 100% 여론조사로 기우는 듯 하자 "지난해 8월 이후 입당한 당원을 배제하고 원칙대로 경선을 치르자"며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그의 승부수는 먹혀들지 않았다. 그는 제주도지사 경선룰이 100% 여론조사로 확정되자 경선 불참을 선언했다. 탈당은 하지 않고 장고에 들어갔다. 측근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의견을 듣는다고 한다. 그러나 결정은 그가 한다. 도민들은 산전수전 다 겪은 그가 어떤 카드를 꺼내들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도지사 선거판도를 흔들 그의 힘이 그저 대단할 뿐이다.

이런 가운데 다른 도지사 후보군은 세대교체를 부르짖으며 부지런히 다리품을 팔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여론조사 결과도 발표하고 있다. 다음달 20일쯤이면 각 당의 후보가 결정된다. 무소속 후보가 나올지도 지켜볼 일이다. 오는 6월4일 치러지는 제주도지사 선거 결과가 더욱 궁금해진다. <한국현 제2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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