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미숙의 백록담] 제주 크루즈관광 숫자놀음 되지 않으려면…
입력 : 2025. 11. 17(월) 01:00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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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지난 10월 제주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선 제주에 입항하는 크루즈선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이 있었다. 제주시를 지역구로 둔 한 의원은 제주도가 10만t 이하 크루즈 선석은 제주항에 배정하는데, 제주항의 선석 부족과 선사의 요청으로 서귀포시 강정항으로 입항하는 크루즈가 여럿이라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강정항으로 입항하는 크루즈 관광객 중 절반 안팎이 전세버스로 제주시를 찾아 쇼핑에 나선다며 서귀포시에 증가하는 크루즈 관광객을 기회로 삼을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두 의원의 발언의 배경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2024년 제주에는 크루즈 279회로 64만183명의 승객이 찾아 전년(70회, 10만109명)에 견줘 큰 증가세를 보여줬다. 제주항으로 136회(승객 19만9114명), 강정항으로 143회(승객 44만1069명) 입항해 횟수는 큰 차이가 없지만 승객 점유율은 강정항이 68.9%를 차지했다.
올해는 10월까지 제주에 크루즈가 283회 입항하며 68만2233명의 관광객이 찾아 이미 지난해 연간 수치를 넘어 기항지로서 제주의 매력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주항으로 112회(18만1107명), 강정항으로 171회(50만1126명) 찾아 강정항의 승객 점유율은 73.5%로 지난해보다 더 높아졌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입항은 강정항으로 했는데, 쇼핑을 위해 여행사 전세버스로 제주시로 향하는 단체관광객들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크루즈 관광객은 올해 10월까지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잠정 194만9233명)의 35.0%를 차지하며, 외국인 관광객 통계 기여도가 상당하다. 하지만 제주관광공사의 실태조사를 보면 이들의 제주여행 평균 체류시간은 302분(2024년 기준)이다. 크루즈의 평균 제주체류시간은 8시간인데, 절반이 출국과 입국 심사에 소요돼 여행시간은 아주 짧다.
더 심각한 것은 크루즈 관광객의 씀씀이다. 제주에서의 1인당 지출경비는 2024년 157.06달러로, 전년(188.3달러)보다 오히려 줄었다.
이는 제주 크루즈관광이 양적 회복을 넘어 질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직면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크루즈 통계도 전체 입항 횟수와 승객수에서 나아가 항구별 체류시간이나 소비 실태, 방문지 등을 조사하고, 타깃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출입국 심사 시간 단축도 시급한 과제다. 다행스런 점은 연말쯤 제주항과 강정항에 38대의 자동출입국심사대가 설치될 예정인데, 출입국 심사시간이 얼마나 단축될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올해 초 오영훈 제주지사의 행정시 연두방문 때 한 시민은 크루즈로 연간 수십만이 들어온다는데 지역에선 체감이 크지 않다고 했다. 이에 오 지사는 "그들을 하룻밤 재울 프로그램이 있으면 된다"고 했다. K팝 공연 등을 염두에 둔 것인데, 예산 등 여러 여건상 쉽지 않은 일이다. 단기적으로 단 몇 시간이라도 크루즈의 제주 체류시간을 늘리고 특화 관광코스와 지역상권과 연계한 이벤트, 제주의 문화를 보여줄 기항 프로그램 개발부터 고민해야 한다. <문미숙 제2사회부국장 겸 서귀포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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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10월까지 제주에 크루즈가 283회 입항하며 68만2233명의 관광객이 찾아 이미 지난해 연간 수치를 넘어 기항지로서 제주의 매력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주항으로 112회(18만1107명), 강정항으로 171회(50만1126명) 찾아 강정항의 승객 점유율은 73.5%로 지난해보다 더 높아졌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입항은 강정항으로 했는데, 쇼핑을 위해 여행사 전세버스로 제주시로 향하는 단체관광객들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크루즈 관광객은 올해 10월까지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잠정 194만9233명)의 35.0%를 차지하며, 외국인 관광객 통계 기여도가 상당하다. 하지만 제주관광공사의 실태조사를 보면 이들의 제주여행 평균 체류시간은 302분(2024년 기준)이다. 크루즈의 평균 제주체류시간은 8시간인데, 절반이 출국과 입국 심사에 소요돼 여행시간은 아주 짧다.
더 심각한 것은 크루즈 관광객의 씀씀이다. 제주에서의 1인당 지출경비는 2024년 157.06달러로, 전년(188.3달러)보다 오히려 줄었다.
이는 제주 크루즈관광이 양적 회복을 넘어 질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직면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크루즈 통계도 전체 입항 횟수와 승객수에서 나아가 항구별 체류시간이나 소비 실태, 방문지 등을 조사하고, 타깃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출입국 심사 시간 단축도 시급한 과제다. 다행스런 점은 연말쯤 제주항과 강정항에 38대의 자동출입국심사대가 설치될 예정인데, 출입국 심사시간이 얼마나 단축될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올해 초 오영훈 제주지사의 행정시 연두방문 때 한 시민은 크루즈로 연간 수십만이 들어온다는데 지역에선 체감이 크지 않다고 했다. 이에 오 지사는 "그들을 하룻밤 재울 프로그램이 있으면 된다"고 했다. K팝 공연 등을 염두에 둔 것인데, 예산 등 여러 여건상 쉽지 않은 일이다. 단기적으로 단 몇 시간이라도 크루즈의 제주 체류시간을 늘리고 특화 관광코스와 지역상권과 연계한 이벤트, 제주의 문화를 보여줄 기항 프로그램 개발부터 고민해야 한다. <문미숙 제2사회부국장 겸 서귀포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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