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원희룡의 협치(協治)
입력 : 2014. 06. 30(월) 00:00
원희룡 제주도지사 당선인이 협치(協治)를 이야기하고 있다. 협치는 영어 거버넌스(Governance)를 가장 가까운 우리말로 표현한 단어다. 사회의 각 주체들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치·행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무리가 없다. 누가 그 뜻을 물어보면 선뜻 답할 수 없을 것 같은 협치란 단어를 원 당선인은 도지사 출마를 선언할 때 강조했다. 그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새누리당 제주도지사 경선룰이 100% 여론조사로 결정되자 지난 3월16일 도지사 출마선언을 통해 "권력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정신으로 도민의 참여와 협치를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도지사에 당선된 후 꾸린 새도정준비위원회 위원장에는 경쟁 후보였던 신구범 전 지사를 영입하는 파격행보를 보였다. 새도정준비위원회는 130여명이 참여하는 메머드급으로 구성했고 당연히 협치분과도 두었다.

원 당선인이 강조하고 있는 협치가 각계 각층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지난 18일 논평을 내고 "새도정준비위원회가 단순한 인수위원회가 아니라 말 그대로 민선 6기의 진정한 협치를 준비하는 틀이었다면 더욱 신중한 출발이 필요했다"며 "도민 앞에 새도정준비위의 구상을 설명하고 협치의 파트너인 시민사회에 협조를 구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원 당선자가 새로운 페러다임으로 선택한 협치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것이다.

아무튼 협치는 민선 6기 제주도정의 핵심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새도정준비위원회는 지난 24일 원 당선인에게 가칭 '제주도정협치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정무부지사 직속으로 협치위원회를 두고 각계각층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위원은 도의회와 시민단체 등의 추천을 받아 구성하겠다고 했다. 원 도정의 협치가 어떤 식으로 구현될 지 궁금하다.

원 당선인은 도지사 출마선언을 하면서 향후 대권 도전의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제주를 바꾸고, 그 힘으로 대한민국을 바꾸겠다. 한계에 도전해 새로움을 창조하는 제주도지사가 대한민국 대통령도 될 수 있다. 제주의 변화를 통해 대한민국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입증해 보이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면서 "줄세우기와 편가르기로 멍들고 지쳐 쓰러진 공직사회와 도민을 위로하고 일으켜 세우겠다"고 덧붙였다. 줄세우기와 편가르기 논란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전·현직 지사 3명은 도지사 선거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며 아직도 건재함을 과시했다. 김태환 전 지사는 원 후보 지지를 선언했고 우근민 지사의 조직 일부도 가세했다. 신구범 전 지사는 경쟁 후보로 깨끗한 선거를 치르고 결과에는 깔끔하게 승복했다.

전국적인 관심 속에 고향에서 도지사 자리를 꿰찬 원 당선인은 협치란 이름으로 이들을 껴앉는 모양세다. 이를 두고 제주정가 일부에선 '제주판 3김'이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협치라고 치자. 도지사를 지낸 고향 대선배님들의 조언을 들으며 도정을 이끌어가는 것은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러나 휘둘려서는 안된다. 이건 아니다 싶은 것은 과감하게 배제해야 한다. 원 당선인의 협치는 중앙정치권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내일이면 민선 6기 원희룡 제주도정이 출범한다. 제대로운 협치를 이뤄낼 때 그의 대권가도(大權街道)도 탄력을 받을 것이다. <한국현 제2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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