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스포츠와 정치의 의리
입력 : 2014. 07. 21(월) 00:00
가가

월드컵 축구 대표팀 홍명보호의 '엔트으리' 논란에서 시작된 '으(의)리' 컨셉이 유행이다. 19일 제주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와 FC서울과의 경기도 '의리' 컨셉을 활용한 팬서비스가 흥미를 끌었다.
제주는 '서울전은 반드시 이기으리'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경기에 임했다. '제주의리' 사진콘테스트, '맥주 빨리 마시으리!' 등 다양한 이벤트도 마련했다. 제주 박경훈 감독은 선글라스에 가죽점퍼, '의리'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고 나타났다. '의리' 컨셉을 활용한 마케팅 전략이다.
홍명보 감독이 선수 선발 과정에서 경기력 보다는 의리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결국 브라질 월드컵에서 2002한일월드컵 이후 최악의 성적에다 음주추태 등으로 '엔트으리'에 대한 패러디는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의리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또는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지켜야 할 바른 도리다.
지극히 지켜야 할 의리가 부정적 의미로 패러디되는 것은 공적인 영역에서 사적의 의리가 개입되기 때문인 것 같다.
CF로 의리 대세남이 된 배우 김보성씨는 재밌는 의리론을 설파했다.
그에 따르면 축구대표팀의 '엔트으리'는 1단계 의리다. 1단계 의리는 주위를 챙기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단계는 정의로움, 3단계 의리는 나눔이라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화합이 이뤄진다며 나름대로의 의리론을 내놨다. 의리가 사적으로 적용된다면 결국 정의로움도 없게 되고 화합은 물건너간다는 의미다.
이는 스포츠도 그렇지만 정치의 경우에도 해당된다.
6ㆍ4지방선거를 통해 제주사회는 원희룡 지사와 이석문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많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원희룡 도정은 도정준비위 시절부터 협치 등을 내세우면서 이미지 정치 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협치정책실을 둘러싼 잡음 또한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직급도 그렇지만 그 위상이나 역할 혹은 선거공신을 의식한 자리라는 등 분분하다. 협치정책실 실장의 경우 결국 원 지사는 여론에 밀려 3급에서 4급으로 직급을 하향조정하면서 한발 물러섰다.
원 지사는 지방선거 당시부터 캠프사람들을 위한 인사는 없다고 천명했다. 공적인 영역에 사적인 의리는 스며들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협치정책실을 포함 앞으로 단행될 인사에 '선거으리'에 연연해서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석문 교육감의 경우도 주요 보직이 공석상태이고 몇몇 선거공신 인사들이 발령을 받으면서 교육계 안팎에서는 미리부터 '선거으리'를 비켜가기 힘든 것 아니냐는 부정적 시각이 있다.
흔히 '의리에 죽고 의리에 산다'고 한다. 이러한 경우 의리는 개인끼리 혹은 친구 사이의 사적 영역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공적 영역에 의리가 스며드는 경우이다.
스포츠뿐만 아니라 정치 등 공적인 영역에서 사적인 의리가 작용하면 여러 가지 폐해를 낳게 된다. 불공정과 부정은 물론 조직 역량이 흔들리는 것이다. 온 국민이 기대했던 축구대표팀의 부진은 한 단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