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중국인 관광객 쏠림 기뻐만 할 일인가
입력 : 2014. 11. 24(월) 00:00
제주가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들로 넘쳐나고 있다. 제주를 찾은 중국인이라면 꼭 들른다는 서귀포시 성산일출봉은 물론이고, 제주시 연동 바오젠거리 등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중국어 소리, 중국어로만 표기된 간판들까지 심심찮게 내걸리면서 "제주인지 중국인지 헷갈릴 지경"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며칠 전 전통시장내 김밥과 떡볶이를 파는 분식점 메뉴판에도 한국어와 중국어가 병행 표기된 것을 보고 요우커의 위력을 새삼 실감했다.

밀려오는 중국인 관광객이 제주관광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제주는 지난 15일 사상 최초로 연간 외국인 관광객 300만명 시대를 열었다. 1980년 2만명 수준이었던 외국인 관광객은 2000년 28만명에서 2011년엔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고, 지난해 20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가파른 증가세다. 이달 15일까지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300만4000여명으로 1년 전보다 39.3% 증가했다. 국적별로는 중국인 관광객 비중이 87.1%로 261만7000여명에 달했다. 10명 중 9명 꼴로 중국인 손님이 제주관광에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세계가 인정한 보물섬으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에다 천혜의 자연환경, 비행기로 1~2시간 안팎의 높은 접근성, 한국에서 유일하게 무사증 입국이 가능한 곳이란 점 등이 중국인들의 발길을 제주로 불러들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동북아 최고 관광휴양지를 지향하는 제주로선 외국인 손님이 물밀듯이 몰려드는 게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현재 제주관광의 중국인 의존도가 얼마나 높은지에 대한 고민을 던져놓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일본 관광객은 제주를 찾는 최고의 외국인 손님이었다. 그 후 줄곧 우위를 점하던 일본인 관광객의 자리를 중국인이 꿰차면서 상황이 역전된 것은 2009년이다. 2008년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제주에 중국인의 무사증 입국이 가능해지면서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일본인 관광객은 2009년 18만3000여명으로 최고점을 찍은 후 작년엔 12만8000여명으로 급감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벌어진 상황이다.

올해 외국인 관광객이 300만명을 달성한 시점에서 일본인 관광객은 8만9436명으로 1년 전과 비교해 25.1%나 감소했고, 말레이시아 관광객은 4만3518명으로 21.5%, 대만은 2만9280명으로 각각 19.5% 줄어들었다. 생각지 못했던 대내외 환경변화 등으로 중국인들이 제주를 외면하게 되면 상상할 수 없는 어둠의 터널로 추락할 수도 있음을 호황기를 맞은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제주에 한해 이뤄지고 있는 중국인의 무사증 입국이 서울 등 수도권으로 확대되거나 중국 정부가 국부 유출을 막기 위해 자국민의 해외도박 규제 등 강력한 여행규제를 내놓을 경우 중국시장 의존도가 절대적인 제주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제주에 있어 중국은 가능성이 상당한 매력적인 시장인 게 분명하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하지만 관광객의 특정국가 쏠림 현상은 그만큼 큰 위험부담을 안고 있다는 얘기일 수 있다. 한때 제주의 최고 손님이었던 일본은 물론 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 동남아권과 큰 손으로 알려진 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레이트 등 아랍권 손님 유치까지 시장 다변화정책에 대한 고민을 서둘러야 한다. <문미숙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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